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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01. 2023

1학년 교실에 왕따가 생기려 할 때

나는 1학년 선생님입니다.

1학년은 강강술래 중입니다.


분명 고학년보다는 덜하지만 1학년 학생들 사이에도 따돌림은 존재한다. 물론 그 양상이나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어떤 이유로도 따돌림은 용납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제1의 교육 철학이다.


"학교에 오는 것이 매일 같이 행복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에 오는 것이 불행해서는 안된다."


초임 시절에는 늘 고학년을 맡았었는데, 그래서 언제나 나의 제1의 사명은 "학급 내 왕따 척결"이었다. 하루는 학급 내에 왕따가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도 있었다. 당시에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희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지. 아마 너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을 거야. 부모님들이 그렇게 사랑으로 키운 친구들을, 너희들이 어떤 이유로 따돌리고 상처 줘도 된다고 생각하니?"


지금 그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친구를 왕따 시켰다고 울 수 있냐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먼저 들지만, 그래도 겨우 26살의 초임 교사에게는 그 또한 최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의 호소에 부응한 것인지, 혹은 그냥 우연인지, 그 뒤로 우리 반에 눈에 띄는 왕따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늘 아이들에게 말했다. "모든 친구들이 좋을 수는 없어. 내가 놀기 싫은 친구가 있으면 같이 놀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감정을 다른 친구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안돼."




그리고 올해 나는 처음 1학년을 맡게 되었다. 고학년과 1학년의 교우관계의 양상은 너무도 달랐다. 고학년들의 교우관계는 너무나도 진지하고 예민해서,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학년 학생들의 교우관계는 한 마디로, 단순했다. 자주 싸우고, 울고, 삐지고, 화내고, 사과하고, 화해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1학기가 단순하지만 시끄럽게 지나갔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만난 아이들은 부쩍 컸고, 나는 따돌림 비스무리한 것이 생기려 함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물론 겨우 8살의 아이들은 뒤에서 욕을 하거나 무리에서 배제하거나 하는 등의 고차원적인 따돌림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요 무리"의 아이들이 한 명의 아이에게 유독 짜증과 화를 내고, 본인들은 하기 싫은 역할을 시켰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한 아이만 유독 겉돌았고 방황하는 듯 보였다. 나는 여러 번 아이들을 불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 같이 친하게 지내야 해.", "친구에겐 짜증내거나 소리 지르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왕따 비슷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문득 우리 반 아이들이 고작 8살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한 번이라도 선생님의 칭찬과 사랑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아직은 너무도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방법은 바로, "내가 왕따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급식을 먹으러 갈 때,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가서 그 아이의 옆에서 밥을 먹었다. 하교지도를 할 때도,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교문으로 내려갔다. 쉬는 시간에도 그 아이를 불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점차 나와 그 아이에게 몰려들었다.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몰려든 것이다. 하지만 이유는 상관없었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어울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점차 모두가 즐거운 시간들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왕따가 될 뻔한" 아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시끄러운 아이가 되었다.


1학년에 왕따가 생기려 할 때, 나는 그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아마 이 방법은 4학년 정도만 되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교사가 왕따 학생의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 2학년의 아이들에게 이 방법은, 왕따를 없애는 확실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왜냐하면 1학년 아이들은 너무도 단순하고, 선생님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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