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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an 13. 2024

1등 아빠가 애착인형을 새것으로 바꾸는 방법


왼쪽 신상 애착부엉이 / 오른쪽 구 애착부엉이

첫째의 애착인형(정확히는 애착배게)이 손쓸 수 없을 만큼 너덜너덜해졌지만 단종되어 구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이 해당 회사에 메일을 보냈었다는 글을 브런치에 적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한참을 기다렸지만 해당 회사에서는 메일이 오지 않았고, 똑같은 제품을 중고나라, 당근마켓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난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내 부엉이가 진짜 털갈이를 했어!!


남편이 며칠 전부터 부엉이는 털갈이를 하는데, 털갈이를 하고 나면 훨씬 멋있어진다는 말을 강조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그나마 아이의 애착인형과 가장 비슷한(그러나 너무 다른) 새로운 베개를 사서는,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털갈이를 했다며 부엉이의 편지까지 써놓았다.


완전히 바뀐 모습에 아이는 처음엔 놀라다가, 어색해하다가, 웃다가, 나중엔 당황하다가, 아주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조심스레 묻는다.


-예전 부엉이는 이제 못 봐?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편지에 쓰여있네? 옛날 깃털은 배에 넣어놓았데!”


아이는 배게 뒤편에 들어있는 옛날 깃털(옛날 배게천)을 꺼내보고서야 완전한 함박웃음을 보인다. 그리고 그 후로 아이는 너무 쉽게 완전히 새로워진 애착인형에 적응을 완료했다.




신기했다. 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부터 애착을 보이던 인형이라 아마 절대 바꾸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의 세심하고 자상한 “애착인형 바꾸기 작전” 덕분에 예상외로 너무도 쉽게, 6년 간의 애착인형과 작별할 수 있었다.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해 낸 “부엉이의 털갈이”라는 애착인형이 새로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애착인형의 깜짝 편지, 예전 애착인형을 소중하게 보관해 주는 세심한 마음, 아마 아이는 이 모든 것들을 온 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다.


우리 집엔 이토록 멋진 아빠가 산다.


글을 읽을줄 아는 첫째는 이 편지를 오래도록 읽었다.
배개 뒷편에 들어있는 예전 인형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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