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돌을 지나면서 새벽 5시면 깨던 시기가 있었다. 이앓이인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새벽 4-5시면 무조건 일어났었다.(물론 지금도 6시면 눈을 뜨는 초아침형 어린이다.) 낮잠도 조금만 재워보고 낮에는 산책도 많이 시키고, 마그네슘도 먹여보고 온갖 노력을 다해도 그의 기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원체도 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당시에는 둘째를 임신하여 출산을 2-3달 앞둔 상태였다.
그래서 남편은 그 두 달간을 매일 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앞의 한강으로 갔다. 남편은 그렇게 아이와 한 시간이 넘도록 산책을 하고 출근을 했다.
하루는 주말에 처음으로 우리 셋이 한강을 갔다. 둘은 그들만의 코스가 있는 듯 익숙하게 산책을 하고, 또 왔냐며 반겨주는 아저씨가 있는 편의점에서 보리차를 사서 먹는다. 내가 새벽에 편히 자는 동안 둘은 이렇게 매일같이 새벽을 보냈구나 싶어,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이 찔끔 난다.
살면서 남편이 언제나 사랑스럽고 좋지만은 않다. 가끔은 남편과 싸우기도, 남편이 밉기도한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때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나던 몇 개의 기억들이 쌓여 나를 토닥여주고 우리 둘을 화해시켜 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새벽 5시면 아이와 함께 한강을 가던 남편의 모습”이다.
그 후 오래 동안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들 사이에서 두 부자는 “새벽 5시면 한강을 가는 아빠와 아들“로 유명세를 탔다.
<임신 중에 남편 덕에 숙면을 한 덕인지, 둘째는 첫째보다는 덜 예민한 공주님이 태어났다.(그래도 오빠를 따라 6:30이면 언제나 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