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세상을 바꿀 줄 알았던 과거의 나에게
요즘 글을 안 올린 지 부쩍 오래되었다. 꾸준하게 글을 써달라는 브런치의 독촉에도 쉽사리 글을 적지 못한 이유는, 물론 복직을 하고 아이 둘을 돌보며 글까지 쓰는 게 벅차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커갈수록 더 깊이, 적나라하게, 알게 된 강남 한복판 사교육의 세계에, 환멸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더하다는 굿와이프 작가의 말처럼, 그 당시 썼던 내 글이 현실을 제대로 고증하지 못한 글처럼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내 브런치는 신기하게도 10월 정도가 되면, 영어유치원, 7세 고시, 프렙, 이런 수많은 키워드로 조회수가 폭증한다. 누군가 댓글을 남겼듯, 이제 무려 2년 전의 글인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비장하게 썼던 글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 일대 사교육 시장은 성황이다.
과거의 나는 내 글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던 것 같다. 나의 글이 세상에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7세에 시작하던 프렙은 6세부터 시작되고, 4세에 받던 과외는 3세부터 시작된다. 공짜 공교육의 권위는 한없이 낮아지고, 1시간에 10만 원도 부족한 사교육의 권위는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공교육 종사자로서 모든 사교육을 반대하는 꼰대는 결코 아니나, 그럼에도 이러한 세태가 어쩐지 서글프긴 하다.
어제는 내가 썼던 책을 들어 다시금 찬찬히 읽어 보았다. 나는 그래서 내 아이를 이 매서운 바람 속에서 잘 키우고 있는가. 적어도 상식 밖의 이 동네 기준과 타협하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그래도 가끔 불안할 때면, 너무 늦은 것 같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천천히 걸으며 우리 아이는 꽃도 보고, 나비도 보고, 하늘도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