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유치원은 학원입니다
이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에서 공공연히 하는 말이다.(어쩌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학부모들에게 여기는 학원이니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말라고 미리 선포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학원이란 무엇인가. 학원이란 쉽게 말해 특정한 과목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니 그 이외의 책임에서 자유롭다. 반면 유치원은 학교와 같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학습 이외의 다양한 것들을 가르칠 의무를 가진다. 예컨대 사회성, 인성, 교우관계 등.
따라서 저런 말을 당당히 내뱉는 영어유치원은, 이러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희한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이런 영어유치원에서 떠들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결국 그 유치원을 떠나야 한다. 학원이라 자청하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가르쳐서 함께 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5-7세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문제를 만드는 아이가 빨리 나가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이런 영어유치원에서 떠드는 아이, 돌아다니는 아이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일반 유치원에 모인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온 그 아이들은 영락없이 평범한 아이들이다.
실제 우리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영어 놀이학교를 다니다 너무 떠들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중간에 입소한 친구가 있었다. 4세 중반에 들어와 지금은 졸업할 때가 되었고, 그 아이는 반에서 그냥 평범하고 귀여운 같은 반 친구이다. 왜냐면 우리 어린이집 4세 반에서는 애초에 오래 앉아있거나 조용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상도, 의자도, 학습지도, 연필도 없다. 이것이 사실 4세의 아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교육의 과정이다.
5세, 6세, 7세도 다르지 않다. 그 나이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학습과 더불어 인성교육과 사회성 교육이 고루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몇몇 영어유치원에서는 그조차 당당히 거부한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왜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쓰는지.(그냥 영어학원 아닌가.) 그리고 또 부모들에게도 묻고 싶다. 저런 말을 당당히 내뱉는 곳에 우리 유아기의 아이들을 보내는 것은 괜찮은 것인지. 5-7세의 아이들을 유치원이 아닌 단지 학원만 보내는 것은 옳은 선택인가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