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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14. 2023

건강과 식문화에 관한 요즘 생각들

#1 절제가 사라진 사회


현대에 과체중과 비만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절제와 절약보단 소비와 투자를 미덕으로 여기는 최근의 사회분위기와 관련된다. 베이비 부머인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내집마련은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절약과 저축을 통해 이뤘다. 즉, 수년 혹은 수십 년간의 인내와 절제를 통해 살 돈이 거의 마련이 되면 그때 집을 장만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약간 모자란 돈을 채우기 위해서만 받았었다.


요즘은 대출을 받아서 우선 집을 사고 보는 분위기이다. 과거에는 평균 근로소득과 주택의 가치는 페어링 되어 비슷한 범위에서 등가관계를 가졌었지만, 지금은 팽창한 금융대출 및 투자로 인해 주택가치에 버블이 형성되었다. 근로소득으로 돈을 모아 사기 어렵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더 오르기 전에 빚을 내어 집을 사고, 추후에 팔아 수익을 남긴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절제는 결국 타이밍을 놓치게 해서 손해라는 이런 분위기는 과식, 과체중, 비만으로 이어졌다. 절제는 사라지고 신용카드나 대출(최근에는 코인투자 등)을 통해 우선 맛있는 음식을 "지금" 먹는 것을 가치 있는 소비와 오락행위로 여기고 있다. 다시 말해, 비싸고 고칼로리라도 맛있는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내 능력에 대한 증명이자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하는 현대인의 윤리(ethic)가 되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소득이 받쳐주지 않는 무리한 대출과 투자로 쌓아 올린 개인 버블의 탑은 조금만 위기의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고 붕괴된다는 사실이다. 과식도 마찬가지다. 건강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삶의 질도 급속도로 추락한다(아프면 대중교통으로 이동조차 어려워진다). 인내와 절제라는 브레이크가 사라지고 엑셀만 밟는 삶은 언제나 충돌의 위험을 안고 달리는 폭탄과 같다.



#2 현대인은 왜 과잉소비를 하는가?


과잉 소비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또다시 소비로 해결하려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마치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소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아야 하는 무간지옥을 살아간다.


미국인들은 고콜레스테롤 패스트푸드가 주는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 신선한 과일주스(마찬가지로 과잉 칼로리다)를 또 마시고, 결국 심혈관질환이 생겨 제약회사의 약을 섭취하여 해결하는 식이다. 과식을 줄이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을 과소비로 해결하려는 식이다.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으나, 소비행위가 착각하게 만드는 기만적 만족감에 속아 또다시 지갑을 열게 된다. 이것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부유한 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부채에 억눌려 고달픈 삶을 살게 만든다.


"(미국) 소득 중하위권의 소비 패턴은 부유층의 소비 증가를 어느 정도 반영하지만 차이가 있다. 중위 소득층의 수입은 실제 달러로는 1979년 이래 감소했다. 따라서 사치품 소비를 떠받치는 것은 중산층 가족의 저축 감소와 신용카드 대출 증가, 노동시간의 증가다."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이런 현상을 '일과 소비의 순환'이라 부른다. 이런 순환에는 무거운 심리 비용이 따른다. 이제 우리는 훨씬 높은 수준의 부유함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우리보다 소득이 세 배, 네 배, 다섯 배, 심지어 스무 배 많은 사람의 생활방식을 갈수록 많이 접한다."


"그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상향소비(upspending) 문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우리와 비슷한 사회경제 계층에 속하는 '준거집단'이 친구와 이웃들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준거집단이 이상하게 달라졌다. 한 마디로 힐튼 가문을 따라 할 수 있는데 왜 옆집 존슨네를 따라 하겠는가?"


p.51. 키마 카길 (2020). 과식의 심리학: 현대인은 왜 과식과 씨름하는가 (강경이 옮김). 파주시: 루아크.



#3 건강을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 길


'몸은 정직하다'라고 보통 말을 한다. 헬스를 하면 근육이 생기고, 폭식을 하면 금방 체중은 불어난다. 수면이 부족하면 생체 시스템은 금방 오류를 발생시킨다. 또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 몸은 정말로 망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의사들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건강할 때 건강한 습관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미리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건강을 지키는 습관은 높은 확률로 건강을 유지하여 미래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절약할 수 있으며, 건강이 나빠져 경제활동과 일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막을 수 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Charles Goodhart는 그의 책,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에서 인구구조상 미래에는 의료비와 간병비에 막대한 지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노년층의 의료 의존 비율과 의료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고령화는 재난이다'라고 까지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도 의료비 폭탄에 의한 노후파산(혹은 부모의 의료비로 인한 자식세대의 파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앞으로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는 어쩌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 의료비, 간병비, 요양비를 덜 지출하는 전략이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교수님은 이 문제에 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앞에서 근육의 중요성을 설명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18년 65세 이상 사망자 중 시도별 요양병원, 요양원 평균 재원기간 현황>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 한 명이 사망 전 요양병원에서 평균 460일, 요양원에서 904일(둘을 합치면 평균 707일)을 기거한다."


"이렇게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었을 때 삶의 질 감소를 차치하고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을 연간 3,000만 원 정도라고 전제하자. 2년을 이렇게 소모하게 된다고 할 때, 근육량 1킬로그램 감소는 400-6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에 해당한다. 이 비용에 2년 동안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삶의 질 저하에 따른 개인적 손실을 더해야 한다."


"기대 생존기간을 2주 정도 늘리는 항암제에 많은 사람이 수천만 원을 선뜻 지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2년을 독립적으로 더 살 수 있는 방법의 가치는 적어도 1억 원이 넘지 않을까? 이렇게 다 더해보면 근육량 1킬로그램은 2022년 물가 기준으로 1,400-1,6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p.102-104. 정희원 (2023).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서울: 더퀘스트.



#4 왜 운동만으로 살을 뺄 수 없는가?


먹은 만큼 운동으로 모두 소모할 수 있다는 것은 신화(myth)에 가깝다. 물론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칼로리 섭취량에 관계없이 운동으로 무조건 살을 뺄 수 있다는 건 거짓이다. 빼더라도 일상을 포기하고 모든 시간을 운동에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


자동차는 기술개발을 통해 연비가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즉 같은 양의 연료로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되었다. 기능개선 작업은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고효율(경우에 따라 고출력)을 내는 것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로 진화해 왔다. 섭취한 식량을 최대한 체내에 저장하여 긴 시간 사용 가능하며, 최대한 작은 에너지로 활동을 오래 이어갈 수 있게 진화되어 왔다.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높은 스포츠도 시간이 지나 몸이 익숙해지면 열량을 덜 소모하게 된다고 한다. 많은 남성들이 군대에서 경험했듯 인간의 몸은 한 끼만 먹고도 하루에 50킬로 이상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몸은 진화론적으로 업데이트를 거듭해 온 효율의 정상이다. 이러한 고효율의 정교한 메커니즘에 저질의 고칼로리 가공식품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게 되면 쉽게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최고급 벤츠에 폭발력만 너무 강한 싸구려 유사휘발유를 넣어 엔진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


애초에 인간은 오랜 시간 제한된 칼로리 섭취를 전제로 진화되어 왔고 살아왔기 때문에 가공된 정제당의 고칼로리 음식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미국인의 심장병 상황을 보라!). 부모님이 물려주신 명품 엔진에 싸구려 정제당을 마구 넣어 망칠 순 없다. 과시적인 소비목적만 아니라면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섭취를 위해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장래의 의료비를 고려하면 결코 과지출이라 말할 수 없다.



#5 해로운 것에 관대한 사회


진짜 해로운 것들에는 관대한 사회다.


근래에 쌀밥이 과잉 칼로리와 탄수화물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적게 먹으려 노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보다 훨씬 더 해로운 초가공식품(인스턴트, 레토르 식품, 햄, 소시지, 라면, 냉동 등)과 정제당(커피믹스, 빵, 과자, 초콜릿,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은 별로 신경 안 쓰고 먹는듯하다.


식당에서 공깃밥을 절반만 먹은 이들이 카페에서는 후식으로 케익 한 조각에 달콤한 라떼를 마신다. 물론 이것들을 먹기 위해 공깃밥을 남겼다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술자리는 너무나 심각해서 따로 서술하지 않겠다).


미디어에서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편의점의 도시락 같은 가공식품들을 인플레이션 시대의 엄청난 대안적 식사로 과대 포장한다. 편의점 식품들은 과도한 정제당과 식품첨가제를 함유하는 반면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한 다큐(SBS스페셜 577회)에 의하면, 미국의 거대 식품회사들은 의사나 학자들에게 로비하여 음식이 아닌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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