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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기 Sep 27. 2023

인간의 야욕과 비극을 잉태하는 땅

박경리의 소설 '토지' 1, 2권을 읽고...

제목이 왜 '토지'일까 읽으면서도 궁금했었는데, 2권까지 읽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해가 된다.


평사리 최고부자이자 대지주인 최참판 가는 대대로 흉년이 들었을 때 곡식 몇 줌을 주고 생사의 기로에 놓인 농민들의 땅을 거저 사들여 재물을 늘린 집안이다. 이 때문에 평사리 마을 주민들은 자기 땅 하나 없이 소작농으로 힘들게 일하며 끼니 걱정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간다. 최참판 가는 주민들에게 인심을 잃은 지 오래지만 땅으로 이들을 복종시키고 종속시킨다.


학식도 없고 가난한 몰락 양반인 김평산과 양반에 대한 원한과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 가득한 최참판댁 노비인 귀녀는 욕망에 아주 솔직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땅에서 나오는 최참판가 재물을 탐하기 위해 그 집안의 5대 당주인 최치수를 교살했다. 흥미롭게도 땅에 매여 살지 않는 사냥꾼 강포수만이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이자 귀녀와 가장 진실된 사랑을 나눈 인물이다.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서, 일본은 조선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동학군을 죽이고 명성황후를 시해하였으며, 호시탐탐 우리 국토를 침탈할 기회를 노렸다. 아마도 스토리상 조선 땅의 새 주인이 될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야욕을 채우려는 인물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리하기 이르긴 하지만) 박경리가 소설 토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에서 여물어가는 곡식처럼, 이 땅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인간의 헛된 욕망과 욕심에 관해서다. 그것이 공동체, 사회, 국가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이 소설은 무려 20권의 대작으로 묘사해나가고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라!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린 땅(부동산)에 대한 소유를 열망하고, 이 땅에 얽매여 살아간다. 정확히는 땅이 불러오는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살아간다. 벼락거지를 두려워한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은 영끌의 수렁으로 고통스럽게 빨려 들어가야 했었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대지에서 자라나는 곡식처럼 정직하게 살아가라. 어차피 인간은 죽어서 땅으로 돌아갈 운명을 타고났기에 모든 재물은 허망한 것이다. 이것이 이 소설이 말하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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