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의 전신인 경기감영은 서울 종로구 평동(현 서울적십자병원)에 있었다. 1413년에 경기감영을 수원에 최초 설치 하였고, 1448년에 수원에서 광주로 이전했다. 1460년에 다시 광주에서 서울 도성 안(한성부)으로 이전했다.
이후 1896년에 다시 수원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울 도성 안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시 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당시 경기감영이 한성부에 위치했던 이유는 조선의 국왕이 도성 주위를 감싸는 경기의 수장인 경기감찰사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현재의 경기도와 서울시가 기반시설 관련하여 협의가 필요한 점을 연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 같다. 더욱이 무선통신이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궁궐 근처에서 왕의 호출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0년에 광화문 앞 좌측인 의정부 터(종로구 세종로)에 조선총독부 경기도청이 건설되었다. 해방 이후 1967년이 되어서야 다시 경기도 수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즉, 1413년 이후로 경기도청은 수백 년간 이전을 거듭해 왔고, 그것도 모자라서 현재는 광교 신도시로 본청이 또다시 이전하였다.
2. 청주 안 청원군청
청주와 통합하기 전, 청원군청은 청주 도심(청주 읍성지역) 안에 있었다. 청원군의 경우는 서울경기와는 차이가 있다. 1946년에 청주군의 청주읍이 도시(청주시)로 분리되면서,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농촌지역이 청원군이 되었다. 행정 서비스를 위한 접근성을 고려하여 청원군청을 청주 도심에 위치시켰던 것이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청의 경우, 경기북부 시민들의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청원군청은 행정구역 밖이긴 했어도 청주도심 입지로 인해 접근성은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68년 만인 2014년에 청주시와 청원군은 통합되었고, 청원군청은 청원구청으로 변화하였다. 그래도 청원군청은 별다른 이전 없이 청주 도심에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사례다. 생뚱맞게 청주시가 60년 역사를 가진 본청 건물을 허물긴 했지만.
통합 청주시 (전북일보, 2019년 11월 11일 기사)
3. 대전 안 충남도청
충남도청은 현재 예산군과 홍성군 사이의 내포신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원래 위치는 대전 도심이었다. 충남도청의 전신인 충청감영은 원래 청주에 있었는데 1603년에 공주로 옮겨졌고, 다시 일제가 철도를 개발하면서 신도시인 대전을 건설하여 1932년에 도청을 이전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구 충남도청과 대전역은 수직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1989년에 대전이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충남도청은 외딴섬처럼 행정구역 밖에 위치해야 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에 지금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하였다. 다시 말해, 충남도청은 약 400년에 걸쳐 청주->공주->대전->홍성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4. 정리 및 결론
정리하자면 1) 경기도와 청원군처럼 특정 도시를 감싼 형태의 행정구역은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하여 행정구역 밖인 이웃도시 도심(도넛 안)에 청사를 위치시켰던 경우. 2) 과거 청원군처럼 해방 이후에 읍이 시로 승격되어 분리되면서 나머지 면 지역이 도넛모양의 군으로 바뀐 경우. 3) 대전과 같이 도청 소재지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도청이 행정구역 밖에 외로이 섬처럼 남게 된 경우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밖에 세종시 같은 특수한 사례도 있다.
시간적으로 보자면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군사정권, 지방자치제의 순서로 변화하면서 행정구역의 독립, 이전, 통합 등이 이루어져 왔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김포시의 서울 통합 시도, 지방 메가시티 형성 움직임 등도 이러한 행정구역 변화의 맥락과 동인 안에서 바라보다 보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P.S.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정치행정 거점이 되는 청사를 원도심 밖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도시의 공간구조와 기능(기반시설과 문화자본 포함)이 원도심과 청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람으로 치면 심장의 위치를 옮기는 것과 같다. 심장을 옮기면 모든 혈관과 근육이 다시 재조정되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실패의 리스크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