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경설계사무실 라디오와 경관공방이 함께 기획한 '동료감각:모르는데, 어울리는' 세미나에 다녀왔다. 두 명의 행사 기획자가 각자의 지인을 초대하지만, 한 자리에 모인 서로가 모르는 게 컨셉이었다. 즉,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인연들을 모아 접점을 만들어보자는 재미난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신사역 부근의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오니, 건물 1층에 위치한 아담한 조경설계사무실 라디오(Ladio)가 나타났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소장님이 맞아주셨다. 약속시간은 저녁 7시였는데 모두가 6시 언저리에 모였다. 금요일 저녁, 설렘을 참지 못하고 일찍 도착한 게 분명해 보였다.
3040의 공간을 설계, 시공, 연구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다. 7명의 각자가 가진 7개의 꼭지를 이야기했다. 개인의 발제라기 보단 한 인물이 가진 생각을 주제로 다 같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7개의 토론을 한 셈이었다. 각자의 성격이 묻어나는 토론이었는데, 대화에 치고 들어오는 공격수와 대화의 끊기는 공백을 메꿔주는 수비수가 골고루 섞여서 이야기가 풍성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개인적으로는 순수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공간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나눈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하는 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와 방향은 같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이 땅의 동료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게 굉장히 행복한 사건이었다.
어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공통적인 논점은 바로 "기록의 중요성"이었다. 공간에 대한 고민, 기획 및 계획, 주민들과의 협의, 실무적인 시공과정, 사후 경험과 느낌, 발생하는 문제점과 어려움 등 단계별 분야별 시점별 다채로운 공간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공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의식과 행위가 성숙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와 비슷한 꿈을 가진 후배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3040의 젊은 조경가들을 만나 오랜만에 공간에 대한 깊은 갈증의 일부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 다르고 또한 모르는 사이였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공간에 대한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모임이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서 취기가 더욱 올랐다. 신사역을 향해 되돌아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은 모두가 함께였다. "너, 내 동료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