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emi Jun 13. 2024

나의 첫 그림책, <마음 빨래> 중쇄를 찍다.

첫 그림책이 가져다주는 감사함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아주 촘촘하게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특히나 나는 인간 대 인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가정 내에서도 항상 느끼고 살고 있으며, 그 효과가 얼마나 위대한 지 잘 아는 사람이다.


 나의 그림책 작업 또한 그랬다. 첫 그림책이 출판하기까지, 좁게는 함께 동거하는 우리 가족을 시작으로 그림 친구들, 출판사 편집장님들까지. 모두가 나의 그림책 첫 출판을 위해서 함께 달려와 주었다.


'출판만 해봐라.'


 1년 동안 준비하면서 항상 되뇌던 말이다. 하루에도 몇십 권씩 쏟아지는 그림책 세상에서, 내 그림책 1권이 차지할 자리 하나 없을까? 나오기만 해 봐라. 내 평생의 소원을 다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나의 첫 그림책, <마음 빨래>가 출간 후 그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나의 본업과 부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잠시 나의 본업이 성수기였다.) 첫 번째 책이 나오자마자, 나는 두 번째 그림책을 내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맴 맴돌다가, 이내 집중하지 못하고 저녁 준비하기에 바빴다. 프라이팬으로 야채라도 볶고 있노라면, 좀 전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는 기름과 함께 휘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정말 책이 나온 지 1달이 조금 넘어갈 즈음, 출판사의 편집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작가님! 우리 3쇄 찍어요!


믿기지 않았다. 나는 처음 2000부도 어찌 팔리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만 하던 나에게 남의 편은 "네가 지금 그거 걱정할 일이야? 다음 작품이나 빨리 써~"라며,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해서 짜증이 나던 찰나였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 그림책을 낸 작가가 거의 1달 만에 중쇄를 찍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제야 내 첫 그림책을 구매해 주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다.


 그렇게 중쇄 소식을 들은 후, 나 또한 뭔가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림책 수업(합평 스터디)이다. 사실 그림책 겨우 1권 낸 초자 작가임에도 한국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 교육전문가 자격증을 땄다는 이유만으로, 그림책 독서 모임을 오했다는 이유 만으로 내가 속한 커뮤니티 내에서 그림책 수업 오픈했다. 그림책 작가라는 것은 프리랜서이다 보니 혼자 꾸준히 작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 옆에서 챙겨주고 이끌어주고 때론 고민도 들어주는 동지가 있으면 더 좋다. 나는 그러한 동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책 수업도 시작하다 보니, 더 나의 작업에 열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두 번째 작업은 원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욕심이 생겼다.

'어차피 원고가 나오려면 한참 걸릴 텐데, 그동안 그림 실력이나 늘려 놓음 되지 뭐!'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심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일주일에 한 번 홍대에 가서 그림의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또 되지도 않는 파스텔로 문지르고, 물 맛의 '물'도 알지 못하는데 수채화로 붓질을 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사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그 이유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이다. 미술 입시하는 친구들이 맨날 그리던 사과와 석고상. 나도 죽기 전에 석고상 소묘를 할 수 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다른 이야기이다.) 매일매일 과제로 내주신 그림 숙제를 하는 시간이, 마치 나에게는 사막 위 오아시스처럼 목마름을 채워주는 시간이다.


 두 번째 그림책의 원고를 요리조리 다듬으며 원화 작업에 열중하던 중, 또다시 출판사의 편집장님께 연락이 왔다.


작가님! 우리 4쇄 찍어요!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내 책을 그렇게 사주시는 걸까? 보이지 않는 우렁각시 같은 독자분들, 어떻게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지? 분명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종종 후기를 찾아서,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다니는데, 1000명이나 못 본 것 같은데 말이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참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도 혼자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책이 세상에 나와서도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 누군가가 나의 책을 산 후 좋았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했거나 선물로 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책 활동가 분들이 나의 그림책을 잘 소개해주셨기 때문이다. 나의 첫 그림책 <마음 빨래>로 이렇게 서로 Link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4쇄를 찍고 나니 출판사 편집장님이 나에게 묻는다.


"작가님, 다음 작품 작업 하고 계세요? 이번에도 함께 하셔야죠!"


 이렇게 이쁜 말씀이 또 있을까 싶다. 나야, 첫 그림책을 이쁘게 잘 만들어주신 편집장님과의 인연은 나에게 과분하다. 먼저 말씀을 해 주시니 괜히 기분이 좋다. 두 번째 원고도 하루빨리 다듬어서 편집장님께 보여드리러 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