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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Aug 05. 2024

당일치기 동해바다 하조대 해수욕장에 가다.

부모님과의 추억여행

여름인데 바다는 가야지?

 만 71세인 친정아빠가 바다에 가자고 하셨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방학하자마자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나, 5명이서 당일치기 바다여행을 떠났다.

우리 차가 연비가 좋으니까, 우리 차 타고 가자.
아침 7시 집합!

 나이가 있으신 아빠의 차를 타고 가서 미안한 마음 반,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겠다는 마음 반. 아이들이 아침으로 먹을 삼각 김밥을 싸고 자두와 얼음물 등을 챙겼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7시에 서울을 떠났다.


우리 때는 다 기차 타고 동해 바다로 놀러 갔지~
밥솥을 이고 가서
민박집에서 밥 다 해 먹고~

 3시간이면 가는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가면서 친정 부모님은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손주들에게 하신다. 부모님을 모시고 바다를 간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늘 동생네랑 북적북적 갔던 바다만 기억이 나고 오롯이 부모님과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아, 맞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가서 거기서는 바다 수영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리고 오전 10시에 우리는 하조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바다를 와서 그런지, 파라솔 대여비가 4만 원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이런 데도 자주 놀러 다녀와야 아는데 물가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 파라솔과 평상을 빌린 후 우리는 주섬 주섬 짐을 풀었다. 우리가 짐을 푸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바닷속으로 풍덩. 친정 아빠는 탈의실에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러 가셨다. 나는 다행히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갔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살짝 수온이 차가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춥지도 않은가 보다. 한 개의 튜브와 구명조끼 하나로 둘이 번갈아 가면서 물속에 둥둥 떠있다. 그런데 저 멀리, 보트 같은 것들이 떠 있다.

엄마, 우리도 저거 타면 안돼요?

 사실 나도 해양스포츠를 좋아한다. 작년과 올해, 제주도에 갔을 때도 친구와 보트를 탔던 나이다. 아이들이 타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는 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1인당 2만 5천 원이요.

  파라솔 4만 원에 이어 1인당 2만 5천 원의 충격.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애들만 해도 5만 원. 엄마 아빠 나까지 타면 이게 얼마야… 일단 나는 아이들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부모님은 안 타신다고 하여 그렇다면 나도 패스하고 아이들만 태우기로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엄마와 타고 싶어 한 눈치였지만, 단호박처럼 잘랐다. 그냥 너네끼리 타라고 말이다.

그렇게 신나게 해양스포츠를 마치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 한창을 노는 아이들. 12시가 되어가니 조금씩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배도 고팠기에, 저 멀리 보이는 횟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물회 있어요?

 강원도 하면 물회지!라는 말을 오는 차 안에서 내내 외치던 아빠. 아빠를 위해 물회를 시켜 드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점심시간인데 우리 밖에 없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혹시 맛이 없나… 검색이라도 하고 올걸 잠시 후회를 했다. 사실 나는 뭘 먹어도 맛있는 저급 입맛이라, 아무 데나 들어가서도 잘 먹는 편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는 것을 깜빡했다. 물회를 시키고 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물회 맛은 나쁘지 않았고 부모님도 맛있다고 다 드셨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지금 휴가 피크인데. 그런데 창밖을 내다보니 횟집 바로 옆에 편의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그렇다. 모두 삼각 김밥에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이다.


 다시 파라솔에 돌아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치킨을 시켜 먹거나 김밥 등 싸와서 먹고 있었다. 친정 아빠도 휴가 피크 치고 해수욕장에 사람이 없어서, 파라솔을 대여해 주시는 아저씨께 물어봤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그 아저씨의 말로는 자기도 이상하게 휴가철인데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하단다. 다만 얼마 전 뉴스에서 동해 바다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사실 이런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다. 오후가 되어서도 사람이 늘긴 했지만, 막 미어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바가지요금을 꺼려, 다 음식을 싸왔거나 간단히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은 워낙 호캉스가 유행하고, 풀빌라가 잘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해수욕장에 많이 안 오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기사를 찾아보니, 예년보다 훨씬 적은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을 찾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보였다.

 해수욕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람 반 물 반이 아닌 해수욕장이라 놀기 훨씬 좋았다. 점심 먹고 우리는 오후 4시까지 아이들과 신나게 수영을 했다.

할아버지~ 저기까지 가 봐요~.

 70대의 할아버지와 함께 아이들은 저 멀리까지 수영하고 있다. 하조대 해수욕장은 생각보다 깊이가 깊지 않고 어른이 들어가서 가슴 높이 정도까지만 와서 놀기 좋았다. 아빠와 아이들이 바다에서 노는 모습이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나도 어렸을 때, 항상 아빠랑 같이 수영했던 추억이 있다. 잠수도 가르쳐 주고 튜브도 끌어주셨던 아빠. 지금은 저렇게 손주들이랑 노는 모습이 보니 참 보기 좋았다.

그래도 너네 아빠도 늙었네. 금방 물에서 나오는 것 보면.

  아빠는 한 30분 놀아주시더니 물 밖으로 나오셨다. 남편이 있었으면 나도 엄마랑 평상에 앉아 우아하게 쉬었을 텐데. 남편은 회사에 간 관계로 결국 내가 바다로 입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정말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아이들과 까르르 노니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다 물속에서 개헤엄을 치며 요리조리 다니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내가 마흔이라는 나이도 까먹고 아이들과 신나게 수영하며 놀았다. 하지만 나도 늙긴 늙었나 보다. 오후 3시가 넘어가니 점점 피곤해졌다.


 아이들을 설득해서 우리는 4시에 해수욕장에서 나왔다. 다행히 해수욕장 앞에 샤워장이 있었다. 다만 시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목욕탕 같은 곳인데, 계산을 하는 아주머니가 앞에 앉아 계시고 1인당 3천 원 현금을 지불하면 바로 커튼만 치워진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커튼을 열고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바깥에서 안이 보이는 구조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앞에 사람들이 가족을 기다리는지, 아니면 그냥 앉아 계시는지 모르는 (남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다. 일단 안 씻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딸이랑 같이 들어갔다. 일단 구조를 알았으니, 지나갈 때 바깥에서 안 보이게 잘 살폈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랐다. 샤워기를 누르는데 찬물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중앙에 보니 엄청나게 큰 대야에 물이 받아져 있고 사람들이 그 물을 바가지로 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큰 대야의 물을 만져 보았다. 따뜻했다. 아, 샤워기로는 찬물만 나오고 뜨거운 물은 여기서 푸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딸과 나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엄마, 물이 너무 차지 않았어요?

 혼자 샤워장에 들어간 아들은 그 대야를 보지 못했나 보다. 사실 중앙에 딱 놓여 있어서 안 보일 수 없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샤워기로만 찬물 샤워를 하고 왔나 보다. 함께 들어가지 못한 아들에게 살짝 미안했다. 다른 해소욕장의 샤워 시설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비교를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세상 처음 겪어본 샤워 경험이었다.

 

 하조대 해수욕장에 올 때에 아빠가 혼자 운전을 했기에 이번에 돌아갈 때는 내가 한다고 했더니, 내 차가 아니라 위험하다며 결국 아빠랑 엄마가 번갈아가며 운전을 하고 다시 3시간을 달려 서울로 왔다. 4시 조금 넘어 출발하여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랬다. 일단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발이 다 벌겋게 탔다. 나는 왜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장례식장 마냥 검은색 긴팔 긴바지 레시가드를 입었는지 의아해했는데, 그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나와 아이들만이 반팔 반바지, 심지어 아빠는 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우리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마냥 빨갛게 타 올라 있었다.

 서울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었다. 아침 7시에 만나 출발했는데 13시간 우리는 함께 했다. 1박 하는 것보다 짐도 간편하고, 딱 놀만큼 놀고 잠은 집에서 편하게 자는 당일치기 여행이 만족스러웠다. 엄마 아빠도 즐거웠던 눈치이다. 방학 끝나기 전에 이렇게 하루 더 오자고 말씀하시는 것 보니 말이다. 나도 시뻘겋게 몸이 탄 것 빼고는 당일치기 바다여행 치고는 물회도 먹고 파도 놀이도 실컷 해서 즐거웠다. 다음에 또 당일치기로 동해바다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긴팔 긴바지 래시가드를 입을 것! 그리고 튜브는 넉넉하게 가져갈 것! 왜냐하면 사실 유일하게 하나 있던 튜브가 저 멀리 바다로 떠내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떠내려간 후 괜히 또 튜브를 빌리자니, 감히 대여 비용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또 얼마나 바가지요금일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아이들은 잘 놀았으니 괜찮았다.


 힘들게 가족끼리 날짜 맞춰서 1박 여행을 가느니, 이렇게 시간 날 때 훌쩍 당일치기로 좋은 곳을 다니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부모님과의 식사 약속을 잡는 것조차 요즘은 쉽지 않은데, 이렇게 번개처럼 한가할 때 자주 다니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점점 더 움직이기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차라리 짧게 짧게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자주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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