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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 A씨 Aug 04. 2022

서울 2억 미만 (전세)집 사냥 후기

전세집 만기가 다가왔다. 지금 사는 곳이 썩 나쁘진 않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기에 이사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쓰는 이 글은 서울 방방곳곳 전세집을 찾아다닌 후기다. 


서울에 이렇게 많은 집이 있는데 내 집이 없다고?

먼저 대충 살고싶은(살 수 있는) 동네를 정하고 눈에 보이는 부동산을 돌면서 ‘집 좀 찾아주세요…’를 시전했다. 집을 막 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서울 전세값이 근 2년 만에 이렇게 많이 뛰었다는 것을 몰랐다. 지금 사는 집이 보증금 1억 5천 집이라 대충 1억 후반대로 잡으면 괜찮겠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2억 안으로 전세집을 구하고 있어요.” 어떤 부동산 사장님들은 대번에 “그 돈으론 이 동네 집 못 구해요”, “매물 없어요” 라고 했다. 흥. 그럴 땐 그냥 쿨하게 나왔다. 열의 있게 내 집 찾아줄 부동산은 많으니까. 몇몇 부동산에 내가 원하는 조건과 연락처를 남기고 철수했다. 며칠이 지나자 여러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집을 좀 보러 다니면 금방 내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지금부터는 나를 스쳐간 여러 재미있는 집들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1억 5천짜리 ‘주차 불가’ 집. 중개사분께 주차 가능한 집을 보고 있다고 했는데 도착한 집엔 주차 공간이 아예 없었다. 중개사 분은 “1억 5천에 이런 집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주차는 집 앞에 그냥 대면 된다”고 했다. “불법주차를 하라고요?ㅎㅎ”라고 묻자 “딱지 안 뗄걸요?” 라고 했다. 대봤냐. 너무 딱 봐도 떼게 생겼는걸. 그 중개인 분은 내가 나중에 혹시 다른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하자 “이 정도 집도 계약 안 하면 까다로워서 못 보여줘요”라고(!!!) 했다. 상당히 억울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상당히 억울하다.


다음은 일명 ‘양 창’ 집. 다방인지 직방인지를 통해 연락이 된 부동산 관계자가 주말에 한 번 자기랑 현장을 좀 보자며 불러냈다. (그 사이에 퍽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는데, 한 번 더 봐야지 하고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을 했다.) 나는 1억 후반대 집을 보여달라고 했었는데 그들은 내게 갑자기 2억 1000만 원짜리 신축 복층형 집을 보여줬다. 그러더니 2억 3천, 마지막은 무려 2억 6천만원 대의 집을 보여줬다. (부동산에서 무이자로 대출해주나?) 아무튼 그 집 거실에 창이 두 개가 나있었는데, 부동산 직원들은 “와~~ 양창~~ 뷰 죽이네요~~” 하면서  “고객님, 왜 이 집이 이 가격인지 아시겠죠?”라고 했다. 1층에 내려와서 마무리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 직원들은 벤츠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내 차는 SM3. 우래기 눈 감아.)


구하는 집 가격대를 2억 중반까지 올린 것은 어느 주말의 일이었다. 이때도 온라인으로 연락이 된 부동산 직원 분과 집을 봤다. 아직 1억 후반대의 집을 찾고 있던 때였다. 첫 집은 지하철 역에서 30분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무려 반지하 집이었다. 조용하니 좋다고 했다. (당연하지. 지하철 역에서 30분이나 먼데). 내가 야근이 잦아 그래도 역에서 걸어는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 ‘마을버스를 타시면 안 되냐’고 했다. 두번째 집은 주차가 아예 안 되는 집(아니 주차가 필요하다니까 왜 자꾸 날 시험에 들게…)이었다. 세번째 집은 완전한 숲세권에 안방에 있는 창문을 열면 북한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집이었다. 동네가 너무 조용하고 공기가 너무 좋았다. 왜냐고? 한 걸음만 더 가면 경기도니까^^. 여기 역시 지하철 역에서 한 30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하는 집이었다.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ㅠㅠ. 그렇게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2억 3천 짜리 신축 투룸이었다. 아, 2억은 넘어야겠구나. 집 4~5채를 보고 지쳐 중개소 직원에게 가격대를 올려서 집을 구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뛸듯이 기뻐했다. "오늘의 미팅이 소득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물론 그렇다고 쉽게 집이 구해진 건 아니었다. 어떤 집은 가격이며 크기며 위치며 다 괜찮은데 엘리베이터 없는 6층 건물에 6층짜리 집(나의 도가니가 무사할까?), 어떤 집은 너무 좋았는데 전세보증금 보증 보험이 안 되는 집(돈 떼이면 누가 책임져?), 어떤 집은 집이 운동장처럼 큰데 천장 빼고 전부 다 체리 색인 집(크니까 더 체리체리한 걸)이었다. 그렇게 많은 집을 떠나보냈다.


몰딩이 체리가 아니라 흰 색이면 2천만 원, 창 밖이 남의 집 뷰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트여있으면 2천만 원, 남향이면 2천만 원... 다 돈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집을 둘러본다. 괜히 이사 간다고 했나.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전세집 떠나 새 전세집 구하기도 이렇게 어려운 세상이다. 

(금리는 또 왤케 올랐대...) 


이 집이 내 집이었으면.... (공주 여행 중 숙소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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