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가 돼도 얻을 게 없는데, 그는 끝까지 부인했다

“선생님, 10건은 인정하시는거죠?”

나는 먼저 확인하듯 물었다.

“그런데 단 한 건은 아니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하루가 무죄로 인정되어도, 형량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백하신 부분이 양형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저는 안 한 건 안 했다고 할 겁니다.”



이미 그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즉 필로폰 투약으로 여러 차례 징역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열 건이 넘는 투약은 인정하면서도,

단 한 건만은 끝까지 부인하고 있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부인을 하는 순간, 재판은 길어진다.

증인이 불려지고, 말이 엇갈리고,

판사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그리고 그 끝이 유죄라면,

남는 것은 ‘반성하지 않는 태도’라는 평가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증인이 될 A는

피고인과 동업을 하면서 함께 마약도 구입하고 투약했던 절친이었다.

A는 먼저 적발되었다.

그리고 피고인을 포함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마약사범들을 경찰에 제보했다.

실무에서는 이를 ‘공적’이라 부른다.

다른 사람의 마약 범죄를 제보하면 형이 감경되기도 한다.

가끔 무리하게 공적의 건수를 늘리기 위해 없는 사실도 제보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가까웠다.

필로폰 구매와 투약이라는 서로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공유하던 사이였다.

인지상정, 다른 마약사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A는 잡히자마자

피고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경찰에 털어놓았다.



이미 전과가 있고,

열 건이 넘는 투약을 인정한 상황에서

단 한 건만 부인하는 것은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기록을 보다 문득,

하나가 걸렸다.

통화기록이었다.

그와 A는 동업 관계였다.

하루에 서너 번 통화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보다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날도 많았다.

그런데.

그날만, 피고인이 부인하는 그날만

통화기록이 없었다.



증인신문 날,

나는 그 사실 하나에 집중했다.

“증인, 평소 피고인과 하루에 3~4번 통화하셨지요.”

“네, 그렇습니다.”

“증인은 피고인에게 2ㅁㅁㅁ. ㅁㅁ. ㅁㅁ.일 전화했더니, 피고인이 '약하는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셨죠.”

“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데 왜, 그날은 단 한 번도 통화기록이 없습니까.”

증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통화를 한 것 같은데… 아니면 카카오톡으로 연락했을 겁니다.”

나는 곧바로 물었다.

“3년 동안 매일 통화를 하던 사이인데,

왜 하필 그날만 카카오톡을 했습니까.”

대답은 흐려졌다.

나는 준비해둔 편지를 꺼냈다.

A가 수감 중 피고인에게 보낸 편지였다.

사업을 함께 하면서 쌓였던 서운함,

회식비 한 번 내주지 않았다는 섭섭함,

그 감정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사 잘 받으라”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증인, 피고인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요.”

증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의 재판은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



재판이 끝난 뒤 돌아오는 길,

나는 내가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그 하루가 무죄가 되어도 형량은 달라지지 않고

만약 유죄로 인정된다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는 망설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결국,

그 하루는 무죄가 되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의뢰인에게 중요한 것은

항상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순간에는

단 하나의 사실을 바로잡는 일이

몇 년의 형량보다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



그에게는,

그 하루가

전부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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