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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월 Mar 27. 2024

소통을 망치게 하는 유혹

겸손한 성찰

유혹이 많은 세상이다. 별별 것 다 생겨나 능력만 있다면 한없이 누릴 수 있다. 그 풍요로운 모습이 온갖 미디어를 통해 세세하게 전해진다. 부자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이나,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 권력자의 막강한 위세. 뉴스로도 퍼지고, 상상력이 더해져서 TV드라마나 영화로도 다. 누구라도, 다른 세상의 모습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된 세상이다 보니, 욕망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 풍요로워진 만큼, 유혹이 흔해졌다. 둘러보면, 온갖 유혹이 혓바닥 날름거린다. 여기저기 죄의 유혹이 손을 내밀고 있다.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갖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저마다 이런저런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이 많다. 말 잘하는 사람 좀 자주 보나. 그 현란한 말솜씨에 감탄하며, 그 풍부한 지식에 놀란다. 내능럭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보고 들은 대로 아는 체, 잘난 체하게 된다. 못난 짓 따라 하며 남의 가슴 후벼 파기도 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유혹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쉽다. 소통할 때 짓게 되는 잘못이 없는지 한 번쯤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프란치스코 교황

헛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Don’t gossip).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4년 10가지 새해 다짐을 발표했다. 교황님의 다짐이기보다는 모두가 새겨야 할 다짐이다. 하나 같이 내 마음에 와닿아서, 지금도 가끔 되새기곤 한다. 그 열 가지 중, 첫 번째. 험담의 유혹을 지적한 말씀이다. 남과 오래 말했다 싶을 때 살펴보면 알게 된다. 대부분 대화에서 험담을 빠뜨리지 않는다. 험담은 본능이다 싶을 정도로 끊기 힘들다. 해서 “험담하지 않으면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도 하셨나 보다. 험담의 유혹, 대화에서 경계해야 할 첫 번째 유혹이다.

두 번째 유혹은 지적질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분의 기도문 한 구절이다.  

“수다스러워지는 일에서 멀리하게 하시고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꼭 한 마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습관을 버리게 하소서.” 나 또한 이런 습관이 없다

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설익은 지식이 과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일일이 아

는 대로 다 말하고 싶어 진다. 할 말이 없어도, 버릇처럼 말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적질 습관이 배면, 자신이 지적했던 입장에 서게 될 때, 자신이 내뱉은 말에 찔

리게 된다. 어느 정치인이 잘 보여주었다. 지적질은 교만에서 나온다.  


말 많은 사람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자랑질이다. 남과 비교하자면 누구나 나은 점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부족한 점은 가리고, 돋보이는 점만 늘어놓으니, 자랑질이다. 페이스 북 활동하다 보면 자주 유혹에 빠져든다. 내가 하는 활동 자체를 알리는 것이 내 역할이며 소명이기는 하다. 아시아 가톨릭 커뮤니케이터들의 모임(시그니스 아시아)에 참여할 때,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나서서 활동하는 모습 알려 줄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넉넉한 마음으로 좋게 봐주는 분이 많겠지만 그리 받아 주기란 쉽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남이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에 나 자신을 비교하며 씁쓸해 한 때도 있다. 남의 마음을 살펴야 자랑질을 피할 수 있다.


과장의 유혹도 소홀히 하기 쉽다. 글쓰기 배울 때, 부사나 형용사를 적게 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부풀려서 쓰지 말라는 뜻인데, 말하기에도 해당되지 않을까. 말하다 보면 이 말 저 말 덧붙여 그럴듯하게 꾸미기도 한다. 특히 말은 말솜씨에 따라서 달리 전해진다. 빠르고 느리기, 여리고 세기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들린다. 특정 단어를 힘주어 말하면,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같은 말도 감정을 실어 말하면 과장되기 쉽다. 과장이 지나치면 거짓이 된다.


소통에서의 유혹을 애써 피하다 보면 말하기가 겁난다. 느슨하게 말하다 보면 자랑질이 되고 지적질이 되니 조심스럽다. 옛시조 그 말 그대로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지만 해야 할 말 안 하는 것도 살펴야 한다. 말해야 할 사람이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있다. 그 말을 꼭 해야 할 때에 피하기도 한다.  무임승차의 유혹이다. 남이 애써 치른 희생 대가로 살아가는 비겁함이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 보기 힘들다는 말들 한다. 다툼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워져도, 한 말씀할 만한 분도 말씀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돋보인다. 시대의 문제에 적절한 말씀을 용감하게 짚어주시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도 말하지 않는 것도 헛된 유혹이 되지 않나 살펴야 하니 소통이란 참 어렵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 (야 1:14) 유혹은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가장 큰 거짓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겸손하게 성찰하다 보면 소통을 망치게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마 6:13)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Chat 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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