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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월 Apr 27. 2024

빛을 잃고 빛이 되었습니다

음악의 손길

음악을 하다 실명한 분도, 실명하고 나서 음악을 시작한 분도, 음악의 손을 잡고 일어섰습니다. 

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 출연자들

2024년 4월 19일 오후 3시,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제2회 ‘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가 펼쳐졌습니다. 한국저시력인협회와 국회의원 김예지 공동 주최로, 국제로터리 3640 지구 4 지역에서 주관한 시각장애인 음악인들의 무대였습니다. 한국저시력인협회 미영순 회장이 행사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합니다. “시각장애인 음악인들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연 경력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학생 때부터 애쓰는데, 장애인들은 기회가 적어요. 장애인들에게 한 번이라도 공연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려고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소리이거든요.”

한국저시력인협회 미영순 회장

소프라노 강유경 씨는 이날 공연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아리아 <아! 꿈속에서 살고파라>를 불렀습니다.  강유경 씨 말입니다. “한국저시력인협회에서 연락 왔을 때, 시각장애인 들과 같이 설 수 있다는 게 기뻤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리는 공연이지만, 봄날에 어울리는 사랑스럽고 화려한 노래로 밝은 마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얼굴만큼 예쁜 마음입니다. 가녀린 몸매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봄꽃처럼 피어났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와 같은 대학원을 수석 졸업한 재원입니다만, 한 때는 오늘의 모습을 꿈조차 꾸지 못할 만큼 힘든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장애 예술인으로 사는 걸 상상도 못 했어요 고등학교 때, ‘망막모세혈관종’이란 희귀 병에 걸려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대학에 진학해 성악을 전공했습니다만 시력이 점점 나빠져서, 다른 친구들은 유학도 가고 하는데, 나는 무대에 서는 게 힘들겠구나 절망도 했어요.”

소프라노 강유경과 피아니스트 이슬기

강유경 씨는 3년 전에 시력을 완전히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계속하면서,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음악을 계속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도 나아졌고, 저를 장애인음악인으로 저를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저에게 희망을 주는 동반자. 저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통로와 같습니다.”

소프라노 강유경과 김승월

테너 윤용성 씨(55)도 캄캄한 어둠에서, 음악의 손길을 붙잡고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직업을 가졌었는데, 20년 넘게 에어컨 사업도 했어요. 그러다 당뇨로 2020년 8월 8일에 1급 시각 장애인 등록을 했습니다. 어제까지 계단을 내려가다가 오늘은 못 내려가는 그런 현실이 한탄스러웠어요. 그런 힘들었던 걸 음악에 집중하면서, 중도실명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되었습니다. 음악은 치유의 힘이 있어요”

테너 윤용성

윤용성 씨는 실명한 뒤로 컴퓨터점자와 안마를 배우며 살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제43회 흰 지팡이의 날 노래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음악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중 고등학교에서 밴드부 활동을 했고, 군에서는 군악대 트럼펫주자였던 게 뒷받침이 되었나 봅니다. 2023년에는 중랑구 장미축제에서, 용마콩쿠르축제, 망우본동 가요축제에서 잇달아 대상을 거머쥐면서 본격적인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올해는 한빛 맹학교 음악 반에 진학해서 1학년 생으로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노래를 한다는 건 악보도 볼 수 없고 귀로 듣고 또 듣고 반복된 연습뿐이지만, 기분 좋은 스트레스예요. 무대에 서게 되면서, 제가 현실에서 오는 우울증이나 장애로 오는 피로를 노래로 해결해서 너무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생활하나 싶었는데 노래하니 마음이 안정되었어요. 음악으로 극복하지 않았다면 지금 아직 방에서 우울해하고 있을 거잖아요.”

테너 윤용성과 부인 임미영

부인 임미영 씨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남편이 노래할 때가 제일 멋져 보이죠. 노래할 때 표정이 제일 행복해 보여요. 이런 무대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죠. 눈은 잃었지만 그 이상으로 받은 게 많아요. ”

KG 앙상블

‘제2회 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양지우, 시각장애인 합창단인 ‘코웨이 물빛소리 합창단’이 출연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비장애인들 음악인으로 소프라노 서영미, 피아니스트 이슬기와  KG 앙상블 등 이 특별 출연했습니다.  모든 행사에는 무대 뒤에서 수고해 주는 봉사자들의 숨은 손길이 있지요. 이번에 봉사자들을 이끈 국제로터리 3640 지구 4 지역의 지산 김상일 대표의 말입니다. “

“저는 단지 울타리죠. 한국저시력인협회 미영순 회장님이 좋은 뜻으로 하시니까, 회장님 가시는 길에 변하지 않는 울타리 나무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여기서 봉사하신 분 말씀인데요. 오늘, 눈물 났대요. 봉사를 더 해나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국제로터리클럽 3640 지구 4 지역 지산 김성일대표

음악의 손을 잡고 일어선 그분들이 다시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손을 내밀려고 합니다. 테너 윤용성 씨 바람입니다.

“시각장애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어둠 속에 계신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 한 분이라도 손잡고 세상밖으로 같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프라노 강유경 씨의 다짐입니다.

“앞으로 점자 악보 일도 하면서, 남에게 노래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

빛을 잃었지만 빛이 되었습니다. 이사야서 60장 1절 성경 말씀 그대로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빛을 읽었지만 빛이 되었습니다 Chat GPT Image

MBC에서 30년 넘게 카메라를 잡으신 박승규 크리에이터의 유튜브'마음으로 울리는 하모니'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7xMx7bsWRU&t=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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