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좋아’ 인사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는 말, 그대로입니다. 라디오 PD로 은퇴한 지 10년이 지난 제가 어찌 라디오 만들던 때처럼 일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흘러간 물’이 저 멀리 흘러가서 강물이 되어, 바닷물이 되어, 물레방아 돌렸던 이야기를 들려줄 수는 있겠지요.
저는 2012년 말까지 30여 년 MBC 라디오 PD로 일했습니다. 일 욕심에 이런저런 일을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색다른 경험을 제법 했습니다. 제가 한창 일했던 2000년 전후에는 MBC 라디오가 대한민국 라디오 방송계를 압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청취율이 높았지요. 과분하게도 당대의 뛰어난 진행자, 작가, 출연자,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로부터 듣고 배운 것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라디오 여러 가지 포맷 프로그램을 두루두루 만들어서 색다른 경험이 많은 편입니다.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 (Asia Broadcasting Union)에서 마련한 방송작품 콘테스트에서 ABU대상을 세 차례 받고 특별상도 두 차례 받았습니다. 그것도, 라디오 정보프로그램(1991), 음악프로그램(1993), 라디오 드라마(1997)에서 받았지요.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부문 작품상, 한국방송 PD협회상 실험정신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다양한 방송 경험을 모아서 ‘라디오 다큐멘터리’(2001), ‘라디오레시피 24’(2011)와 같은 라디오 관련 책도 펴냈어요. 정년 퇴임 이후에는 짧게나마 프리랜서 피디로 활동했고, 특집 라디오 드라마도 만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이 많다 보니,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지요. 지난 2011년부터 서울여대에서 강의를 시작해서 2012년부터는 인하대로 자리를 옮겨서 10년 넘게 라디오 제작 관련 강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지 않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라디오애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습니다. 2014년부터 9년 동안 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SIGNIS)라고 하는 가톨릭 언론인, 방송인들의 모임에서 아시아 지역 이사로 활동도 했습니다. 아시아의 라디오 방송제작자들과 교류하면서 라디오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라디오 관련 이야기를 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젊은 웹소설 작가와 이야기 나누다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브런치스토리에, 라디오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하대에서 ‘라디오오디오제작’ 수업시간에 첫 시간이면 으레 하는 이야기, 둘째 시간이면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저의 단골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강의로 전했던 이야기, 특강에서 들여주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내어 전하겠습니다. 라디오에 관심 있는 분만이 아니고, 소리에 관심 있는 분께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인도 알면 좋을 이야기도 찾아보겠습니다.
TED 강의 목록에는 영국의 사운드비즈니스맨인 줄리안 트레저 Julian Treasure 강의가 여러 편이 있습니다. ”소리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4가지 방식” 과 같은 강좌는 200만 명이 넘게 시청했습니다. 그의 강의를 ‘TED의 6대 강의’로 꼽는 분도 있습니다. 소리 이야기도 잘 만들면 그런 인기를 모을 수가 있네요.
저도 라디오 이야기 속에 소리의 특성을 녹여내어 누구나 들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읽으시도록 써보겠습니다. 이야기 나누듯 새로운 이야기를 늘어놓고, 제가 예전에 썼던 라디오 관련 글도 다듬어서 새로이 선보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