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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월 Dec 17. 2023

들리는 소리만 소리가 아니다.

마스킹 효과 Masking Effect

방송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송신자인 제작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수신자인 청취자에게 들려줍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송신자가 전하려는 의도를 수신자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작자는 수신자인 듣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서 제작해야 합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만들면, 청취자는 제작자 의도대로 듣지 못하기 쉽습니다. 청취자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청취자가 ‘소리’를 어떻게 듣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는다고 소리가 다 들리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듣는 소리에는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작은 소리는 큰소리에 가려져 아예 들리지 않습니다. 


코끼리 앞에 쥐가 있다고 합시다. 코끼리가 큰소리로 울고 있는데, 앞에 있는 쥐도 작은 소리로 울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코끼리의 큰소리에 묻혀서 쥐가 우는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큰소리에 가려져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현상을 마스킹 효과  Mask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한번 들어 보세요.


<들어보기 01> 코끼리 소리와 쥐 소리를 동시에 녹음한 파일


청각은 시각과 여러 가지로 다릅니다. 그중 하나가 동시 비교입니다. 시각으로는 동시비교가 쉽지만, 청각으로는 동시비교가 힘듭니다. 영상으로 코끼리와 쥐를 동시에 보여 줄 수 있습니다만, 소리로는 동시에 코끼리 소리와 쥐 소리를 들려줄 수가 없습니다.  마스킹 효과 때문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코끼리 우는 소리와 쥐소리를 함께 들려주려면 마스킹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시차를 두어 코끼리 울음소리 사이에 쥐소리를 들려주면 됩니다. 


<들어보기 2> 코끼리 소리와  쥐 소리를 시차를 두고 녹음한 파일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우리 사회에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습니다. 힘없는 분의 조용한 외침은 힘 있는 사람이나 다수의 큰소리에 묻혀버립니다. 아예 들리지 않습니다. 목소리 큰사람과 목소리 작은 사람이 시차를 두고 말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만, 마스킹 효과를 다 같이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가 소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큰소리에 가려진 소외된 분들의 작은 소리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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