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knic <회사 만들기> 전시 리뷰
1. 들어가는 글
전시 제목이 <회사 만들기>라고? 특이한 제목에 어떤 내용의 전시가 될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다.
내용을 간단히 검색해 보니 창업하는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트웍에 초점을 둔 전시는 아닌 것 같은데...미술 전시가 아닌 창업을 주제로 한 전시는 어떨까?
나는 당장 회사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셀프 브랜딩에는 관심이 많았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창업의 한 종류 아닐까? 재밌겠는데? 대충 이런 마음가짐으로 예매를 했다.
2. piknic 소개
piknic은 전시기획사 글린트(Glint)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1970년대에 지어진 제약회사 사옥을 개조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2018년 오픈 이후 감각적인 전시들을 선보이며 전시 비지터들에게 꾸준히 화제가 되어 온 공간이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piknic 간판 샷을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전시공간 외에도 카페, 디자인숍, 서울타워가 보이는 루프탑 등 매력적인 공간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카페 피크닉은 원래 밤에는 바 피크닉으로 운영했었는데 이제 영업을 종료했다는 슬픈 소식...�)
건축과 디자인 쪽에는 문외한이지만, 건물의 레노베이션부터 카페 피크닉의 샹들리에나 가구까지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3. 전시 구성
전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섹션들은 간단한 문장형으로 토픽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자기 계발서의 목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는 텍스트와 그래프, 사진, 영상, 그리고 체험 등 다양한 요소들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지만, 아트웍이나 화려한 연출을 기대하고 온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구성 요소 중 흥미로웠던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자면,
(1) 통계와 그래프를 이용한 다양한 시각 자료들
섹션 1은 표/그래프/통계 등의 자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일을 언제까지 하고 싶은지,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일에 임하고 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섹션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표나 그래프가 공간에 비해 크게 인쇄되어 있어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보기가 좀 불편했고, 또 이 통계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한 번에 알아보기가 좀 어려웠던 것 같다.
(2) 게임을 통해 흥미를 돋우는 관객 참여형 요소들
전시는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닌 테스트해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여러 공간들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중 하나는 MBTI 테스트(?) 같은 느낌으로, 휴대폰으로 QR 스캔 후 연결되는 심리테스트를 한 다음 나의 성향을 분류해 준 결과를 받아볼 수 있고, 그리고 나와 같은 유형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재밌었던 부분은, 협력성을 테스트하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 2인 혹은 4인이서 공을 옮기는 것이었다. 회사의 필수 요소인 협력과 소통을 이야기하기 위한 섹션.
전시를 이런 느낌으로도 꾸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마음에 와닿았던 주제 - 실패하라!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양한 실수 혹은 실패 사례들을 모아놓은 사례였다.
오류가 난 지도 앱의 이미지들, 잘못 시공된 인테리어 사례들, 공장에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들.
디스플레이도 마치 전시를 하려다 만 것처럼, 혹은 아직 준비 중인 것처럼 맨바닥에 놓여있는 사진들.
(사실 작품 설치할 때 맨바닥에 그림을 놓으면 작품 아랫부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ㅎㅎㅎ)
아트숍에서 이 섹션의 원형인 듯한 <실패했다! Faild it!>이라는 제목의 책을 팔고 있었다.
표지의 앞뒷면까지 잘못 만들어진 것처럼 거꾸로 인쇄된 이 책이 흥미로워서 구입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이 섹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패가 또 다른 창조의 시작이라는 것.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이 부분에서 큰 위로를 받고 또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겠지. ❤️
4. 꿀잼 포인트와 해석
꼭 회사 만드는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회사 만들기라는 네이밍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갓생'이나 자기 계발과 연결 지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창업은 좀 더 소수의 사람들을 겨냥하니까.
사실 자기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의 인터뷰 영상 존에서는 많은 창업인들의 인사이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영상 길이가 10여분씩이라 모든 영상을 다 보지는 못해서 아쉽다. (많은 영상들을 오래 앉아서 보기가 좀 불편하고 좁은 공간이었다.) 유튜브 같은 곳에 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트웍이 없는 전시였지만 내용과 구성이 책 한 권을 읽은 듯 알찼다는 느낌
5. 나가는 글
회사 만드는 걸로 어떻게 뭘 전시한다는 거지? 하고 큰 기대 없이 갔었는데, 기대보다 상당히 알찬 내용과 구성으로 만족스러웠던 전시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흔한 얘기들이기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더 설득력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들이 좋았다.
사실, piknic의 전시들은 <명상> 전 이후로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공감 가는 내용의 알찬 전시를 보게 된 것 같다.
TIP✔️ 협력하며 소통하는 게임 존이 있기 때문에 친구랑 같이 가면 더 좋은 전시!
TIP✔️ 영상까지 꼼꼼히 다 본다면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됩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다녀오세요!
6. 운영시간 및 방문정보
전시기간 | 2023.10.28 - 2024.2.18
운영시간 | 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입장마감 17:00)
#전시리뷰 #전시추천
<참고>
월간미술 '신설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Piknic'에 가다'
월간디자인 '피크닉 pik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