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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Jan 13. 2024

회사 만드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piknic <회사 만들기> 전시 리뷰

1. 들어가는 글


전시 제목이 <회사 만들기>라고? 특이한 제목에 어떤 내용의 전시가 될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다.

내용을 간단히 검색해 보니 창업하는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트웍에 초점을 둔 전시는 아닌 것 같은데...미술 전시가 아닌 창업을 주제로 한 전시는 어떨까?

나는 당장 회사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셀프 브랜딩에는 관심이 많았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창업의 종류 아닐까? 재밌겠는데? 대충 이런 마음가짐으로 예매를 했다.



2. piknic 소개


piknic은 전시기획사 글린트(Glint)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1970년대에 지어진 제약회사 사옥을 개조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2018년 오픈 이후 감각적인 전시들을 선보이며 전시 비지터들에게 꾸준히 화제가 되어 온 공간이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piknic 간판 샷을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전시공간 외에도 카페, 디자인숍, 서울타워가 보이는 루프탑 등 매력적인 공간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카페 피크닉은 원래 밤에는 바 피크닉으로 운영했었는데 이제 영업을 종료했다는 슬픈 소식...�)

건축과 디자인 쪽에는 문외한이지만, 건물의 레노베이션부터 카페 피크닉의 샹들리에나 가구까지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3. 전시 구성


전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섹션들은 간단한 문장형으로 토픽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자기 계발서의 목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는 텍스트와 그래프, 사진, 영상, 그리고 체험 등 다양한 요소들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지만, 아트웍이나 화려한 연출을 기대하고 온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구성 요소 중 흥미로웠던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자면, 


(1) 통계와 그래프를 이용한 다양한 시각 자료들

섹션 1은 표/그래프/통계 등의 자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일을 언제까지 하고 싶은지,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일에 임하고 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섹션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표나 그래프가 공간에 비해 크게 인쇄되어 있어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보기가 좀 불편했고, 또 이 통계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한 번에 알아보기가 좀 어려웠던 것 같다. 


(2) 게임을 통해 흥미를 돋우는 관객 참여형 요소들

전시는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닌 테스트해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여러 공간들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중 하나는 MBTI 테스트(?) 같은 느낌으로, 휴대폰으로 QR 스캔 후 연결되는 심리테스트를 한 다음 나의 성향을 분류해 준 결과를 받아볼 수 있고, 그리고 나와 같은 유형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재밌었던 부분은, 협력성을 테스트하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 2인 혹은 4인이서 공을 옮기는 것이었다. 회사의 필수 요소인 협력과 소통을 이야기하기 위한 섹션.

전시를 이런 느낌으로도 꾸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마음에 와닿았던 주제 - 실패하라!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양한 실수 혹은 실패 사례들을 모아놓은 사례였다.

오류가 난 지도 앱의 이미지들, 잘못 시공된 인테리어 사례들, 공장에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들.

디스플레이도 마치 전시를 하려다 만 것처럼, 혹은 아직 준비 중인 것처럼 맨바닥에 놓여있는 사진들.

(사실 작품 설치할 때 맨바닥에 그림을 놓으면 작품 아랫부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ㅎㅎㅎ)

아트숍에서 이 섹션의 원형인 듯한 <실패했다! Faild it!>이라는 제목의 책을 팔고 있었다.

표지의 앞뒷면까지 잘못 만들어진 것처럼 거꾸로 인쇄된 이 책이 흥미로워서 구입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이 섹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패가 또 다른 창조의 시작이라는 것.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이 부분에서 큰 위로를 받고 또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겠지. ❤️



4. 꿀잼 포인트와 해석


꼭 회사 만드는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회사 만들기라는 네이밍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갓생'이나 자기 계발과 연결 지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창업은 좀 더 소수의 사람들을 겨냥하니까.

사실 자기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의 인터뷰 영상 존에서는 많은 창업인들의 인사이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영상 길이가 10여분씩이라 모든 영상을 다 보지는 못해서 아쉽다. (많은 영상들을 오래 앉아서 보기가 좀 불편하고 좁은 공간이었다.) 유튜브 같은 곳에 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트웍이 없는 전시였지만 내용과 구성이 책 한 권을 읽은 듯 알찼다는 느낌



5. 나가는 글

회사 만드는 걸로 어떻게 뭘 전시한다는 거지? 하고 큰 기대 없이 갔었는데, 기대보다 상당히 알찬 내용과 구성으로 만족스러웠던 전시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흔한 얘기들이기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더 설득력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들이 좋았다.

사실, piknic의 전시들은 <명상> 전 이후로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공감 가는 내용의 알찬 전시를 보게 된 것 같다.


TIP✔️ 협력하며 소통하는 게임 존이 있기 때문에 친구랑 같이 가면 더 좋은 전시!

TIP✔️ 영상까지 꼼꼼히 다 본다면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됩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다녀오세요!




6. 운영시간 및 방문정보

전시기간 | 2023.10.28 - 2024.2.18

운영시간 | 화-일 오전 10:00 - 오후 6:00 (입장마감 17:00)


#전시리뷰 #전시추천


<참고>

월간미술 '신설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Piknic'에 가다'

월간디자인 '피크닉 pik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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