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전시 리뷰
1. <프로젝트 해시태그>란?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와 협업하여 매년 진행 중인 공모 프로그램이다.
2019년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23년에 4회째를 맞이했다.
해시태그(#)의 의미는 온라인 SNS상에서 흔히 쓰이는 해시태그와 동일하며, 관계없는 것들을 공통 주제로 묶는다는 의미에서 착안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으로 차용했다고.
이 공모의 특징으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클래식한 현대 미술 작가라기보다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가들인 차세대 작가들이 많이 선정된다는 것. 미술 작품의 형태 또한 전통적인 창작의 형태의 얽매이기보다는 창작자, 기획자,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하여 예술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작업들을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올해의 포인트로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의 시대상황을 반영해, 소통의 방식과 그 확장에 대한 문제들을 주제로 한 차세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였다.
2. 올해의 두 작가
(1)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Rice Brewing Sisters Club | 손혜민, 유소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손혜민, 유소윤 2인으로 이루어진 예술 콜렉티브이다. (참고로, 예술 콜렉티브란 팀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을 일컫는 단어이다) 2018년에 결성된 이 그룹은 비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사이의 협업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을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작품의 재료로 '우무'를 선택하는데, 우무는 해조류의 일종인 우뭇가사리를 끓이거나 가공해서 만든 덩어리이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공생체은하수>라는 이름의 생산시설을 만들어 우뭇가사리의 싹을 틔우고 우무피막과 우무덩이를 직접 생산하며, 심지어 이를 소비하고 남은 것을 분해하는 과정까지를 작품으로 삼는다.
전시장의 대부분은 '우무'로 가득 차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튼들은 '우무피막'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는 우뭇가사리를 삶으면 나오는 점액질을 잘 펴서 말리면 이런 피막과 같은 재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뭇가사리를 틀에 붓거나 빚어서 만든 '우무덩이'가 곳곳에 장식품처럼 배치되어 있는데, 우뭇가사리는 가공 과정을 거칠수록 피막이나 덩어리, 혹은 한천 등 다양한 형태로 변용이 가능한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물속에 넣으면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지거나, 혹은 다양한 미소동물들이 사는 집이 되기도 한다니 생성부터 사용 그리고 소멸까지 얼마나 자연적인 소재인지. 또, 우무피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시장 내부의 습도나 온도 등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점점 변형될 것이라는데, 이것 또한 우무라는 재료의 자연적인 속성을 반영하면서도 전시장 그리고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인 재료의 매력이었다.
(2) 랩삐 (lab B | 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그리고 제닌기)
랩삐는 우리 시대 기술 문화로부터 촉발되는 여러 사회적 이슈를 연구하고 동시대 시각예술의 역할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는 시각예술 콜렉티브이다.
그들이 선택한 이번 전시의 프로젝트명은 <강냉이 털어 국현감(From Tilling the Fields to Hitting the MMCA!)>. 국내에서 최고 영향력 있는 전시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프로젝트명 치고는 다소 원색적이다. 말 그대로 '강냉이' 즉, 옥수수 농사를 짓는 노동의 과정을 작품화한 그들은 말 그대로 '강냉이를 잘 털어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 전시를 선보이게 되었다. 랩삐는 '놀이노동(playbor)'이라는 개념에 주목하는데, 이는 놀이로 가장된 노동을 일컫는 단어로 이는 자동화 사회가 일으키고 있는 인간 소외를 표상하는 현상의 하나로 여겨진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이 놀이 노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장 한켠에는 <원 클릭 쓰리 강냉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QR코드가 비치되어 있다. (디지털 약자를 위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태블릿 또한 비치되어 있다!) 이는 간단한 모바일 게임으로, 밭 갈기, 물 주기, 벌레 잡기 등 농사의 과정을 간단한 노동화(?) 한 게임이다. 만약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해서 무사히 옥수수를 수확한다면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이를 실제 강냉이 한 봉지로 보상받을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한 소감으로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지만 의외로 한 번에 클리어하기는 쉽지 않았으며, 마침 강냉이 교환이 가능한 시간이 아니었던 탓에(!) 중도 포기를 했다. 본질적으로는 게임, 즉 놀이이지만 의외로 노동의 요소도 갖춰져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관람객의 놀이 노동 외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만든 예술가들의 노동, 그리고 이 전시를 운영하며 강냉이를 포장하고 나누어주는 전시장 운영 인력들의 노동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였다.
3. 정리
이번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공모에는 총 102개 팀이 참여했다고 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두 팀인 만큼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도발적이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진행되는 공모인 만큼 시각예술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히기 쉬운데, 이 프로젝트는 음악, 문학을 넘어 물리학이나 AI까지 분야를 확장함으로써 앞으로 현대미술, 아니 현대예술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아쉽게도 MMCA 현대차 시리즈의 후원 기간인 10년이 끝나 내년부터는 현대차에서 후원하는 국현 전시는 프로젝트 해시태그만 남게 됐는데, 올해에는 어떤 작가가 어떤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줄지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TIP! <랩삐 팩토리>의 강냉이 교환 운영시간은 매주 수-일 오전 11시-오후 5시 (오후 1시-2시 제외)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강냉이를 받으시려면 이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세요!
4. 관람정보
월, 화, 목, 금, 일 : 오전 10시 - 오후 6시
수, 토 : 오전 10시 - 오후 9시 (오후 6시-9시는 입장료 무료!)
관람료 개별 입장권 2,000원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