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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담다D
Jul 04. 2021
비가 오면 누구나 떠오르는 그것?
어느 아주머니의 감상
오늘부터 며칠간 장마라고 한다.
비가 오면 왠지 기분도 함께
촤악
내려앉는다.
비가 내릴 때 ‘이것’하고 떠오르는 '국민 찌찌뽕' 같은 것이 있다.
누구나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즐기는 방식은 다 다른 것들
.
비가 올 때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것들을 내 기준으로 끄적여보았다.
김치부침개
#얇게 저민 오징어
#신김치 필수
#김칫국물 첨가 #바삭한 게 생명
자신 있는 메뉴 중 하나이다.
김치 맛만 있다면 실패하기 어려운 음식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신김치로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
부침개에 즐겨 넣는 토핑 두 가지는 돼지고기와 오징어이다.
간 돼지고기를 넣으면 고소해지고, 얇게 저민 오징어를 넣으면 해물파전 같은 맛이 난다.
좋아하는 두 가지 재료를 함께 넣어보기도 했으나 한 가지만 넣어 고유의 맛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반죽을 만들 때 물을 조금 덜 붓고 김치 국물을 조금 넣어준다. 그러면 새콤한 맛이 배가 되고, 부쳤을 때 색감도 예쁘다.
부침개는 바삭한 게 생명이다.
우리 집에는 바삭한 끄트머리만 공략하는 사람도 있다.
중불로 시작해 어느 정도 익으면 약불로 기다리면 된다. 기다릴수록 맛있다.
파전
#파전이라 쓰고 부추전이라 읽는다
#시어머님 레시피
결혼해서 어머
님이
해주신 음식 중에 정말 맛있게 먹은 것 중 하나가 부추전이다.
파전을
해주신다고
했는데 나온 것은 부추전이었다.
그래서
파전이라고 쓰고 부추전이라고
읽는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어머님께 레시피를 여쭈었다.
너무 간단해서 한번 놀라고 맛있어서 또 놀랐다.
부추, 부침가루, 굵은소금, 물 이게 끝이다.
(그래도 계란 정도는 들어갈 거라 생각했다.)
여기에 매운 걸 좋아하면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어주면 느끼한데 묘하게 계속 들어간다.
쓰고 있는 순간 침이 넘어간다.
막걸리
#비 오는 날 빠지면 서운 #양은 사발 준비
#윗 막걸리 추천
이십 대 때는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한두 잔만 마셔도 알딸딸하다.
내일이 두려워 마음껏 마시지는 못하지만,
비 오는 날 시원한 양은 사발에 마시는 막걸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마시기 전 막걸리와 함께 찌그러진 양은 사발을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처음엔 흔들지 않은 맑은 윗 막걸리를 조심히 따라 마시고, 삼분의 일 쯤 남았을 때 살살 흔들어 걸쭉한 식감을 느끼며 홀짝홀짝 마셔준다.
하나의 술로 깔끔하고 구수한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지역마다 나오는 막걸리가 다양해서 비 오는 날마다 한 가지씩 골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커피
#한국사람은 식후 커피 #천연 소화제 #부침개 먹고 딱이지!
체질상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 빼고는 한국사람이라면 식후 커피 아니던가?
후텁지근한 날씨에 창문은 열지 못하고, 에어컨을 켜는 날이면 살짝 춥기도 하다.
이때 뜨끈한 커피 한잔이 떠오른다.
나는 커피를 많이 아니 아주 많이 좋아하는 한국사람이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날이면 과테말라나 콜롬비아 같은 중남미 계열의 원두가 좋다.
따끈하게 핸드드립 한 잔 내려 창 밖의 비를 느껴본다.
평소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런 날은 산미가 적으면서 무거운 바디감의 커피가 잘 어울린다.
음악
#비도 오고 그래서 #헤이즈 #별 의미 없지
비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누구나 있다.
나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를 듣는다.
사실 노래가 좋아서 비가 안 올 때도 들었다.
비가 오는 날 다시 들어보니 더 좋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 거지
별 의미 없지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헤이즈의 목소리와 비는
찰떡궁합이다.
막 재생한 노랫말에 집중하려는데 딸내미가 외친다.
“엄마! 티니핑 노래 틀어주세요!”
비 오는 날 잠시 느꼈던 센티한 기분과 감상은 네 살 딸의 한마디 주문으로 마법이 풀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육아 모드로 돌아간다.
바삭한 부침개와 시원한 막걸리와 향긋한 커피
를
뒤로
한채
감상
후
남은 건
설거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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