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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na Feb 16. 2021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영웅의 이야기


이름만으로 동서양 모든 개미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네 글자 'TSLA',


테슬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근래의 혁신이란 혁신은 모두 독차지하고 있는 회사이죠. 그 성장세는 실로 놀라우며, 그들이 만들어내고 이루어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연말 한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기존 완성차 업체 9개(도요타, VW, GM, 혼다, 현대, 포드, FCA, PSA, 닛산)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작년에 테슬라 주식의 가격이 천 달러를 넘자 그것을 쪼개 액면분할을 했음에도 현재 테슬라 주식은 다시 한번 천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 지구의 모든 개미들이 앞다투어 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관 역시도 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테슬라에 열광할까요? 테슬라는 어떻게 그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이처럼 열렬한 신도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2017년 미국의 광고 관련 잡지 <AD Age>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테슬라의 판매된 차량 1대 당 광고비용은 0달러입니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 집행한 광고 비용이 없다는 이야기이죠. 같은 기사에서 밝혀진 제네시스의 차량 1대당 광고 집행 비용이 약 7,000달러인 것을 고려한다면 광고 비용이 없다는 것은 더욱 놀랍습니다. 집행된 광고 비용이 없음에도 테슬라는 찍어내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으며, 그 말인즉슨 따로 돈을 들여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테슬라는 마케팅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요?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수많은 자본과 인력을 마케팅에 쏟고 있는 오늘날, 테슬라는 정말 어떠한 마케팅도 없이 어떻게 대중에게 '갓슬라'로 인식된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2014년 USC 졸업식 축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They spend a lot of money on things that don't actually make the product better.

회사들은 실제 제품의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에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At Tesla, We have never spent any money on advertising.'

테슬라는 단 한 번도 광고에 돈을 쓴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마케팅에 돈을 쓰지는 않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카피 같은 것을 여기저기 걸어대며 소비자에게 속삭이거나 하지 않죠. 그저 자사의 페이지에 차량을 소개하는 정도뿐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테슬라는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것 모두를 일론 머스크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죠. 다만, 그 방법이 조금 특별할 뿐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현재 지구 상에서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운영하거나 몸 담고 있는 회사만 하더라도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 링크, 솔라시티 등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죠.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고 종국에는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키는 것,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것,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을 활용한 에너지 공급에 힘쓰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하고 있거나, 하려는 일입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여러 공개 석상에도 참석합니다. 유튜브에서 일론 머스크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중동의 어떤 나라에서의 좌담회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의 대담, 다양한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 등 많은 자리에 본인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죠. 회사차원에서의 소통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그의 모습들은 테슬라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각인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몇 가지 있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 AMD의 리사 수 정도를 예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가진 속성이 브랜드 이미지로 전이되어 녹아드는 것이죠. 테슬라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테슬라에 열광하는 모든 이들이 테슬라의 혁신적인 자동차 설계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습니다. 그들 중 실제 테슬라 자동차를 분해하거나 또는 티어다운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매니악한 행동을 통해서 테슬라 모델이 가진 기술적 특별함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대부분은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며, 이에 열광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그들의 머릿속에 정의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일론 머스크가 어느 토론회에서 했던 언급일 수도 있고,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의 일생일 수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단 하나의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인류의 미래'라는 너무나도 거룩한 지점에서 모두 만나게 됩니다.


스페이스X, 테슬라, 뉴럴 링크, 솔라시티 이 모든 회사는 인류의 존속, 지속 가능성 같은 것들을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의 인생, 가치관과 연결됩니다. 여태까지의 그의 삶을 돌아보면 한 편의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미국이 아닌 남아공 태생이고 어렸을 때부터 책벌레였으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프로그래밍을 혼자서 공부했으며, 학창 시절에는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전에 부모님은 이혼을 했죠. 그와 그의 형제들의 언급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함께 하기 어려운 인간입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불우한 어느 이민자의 삶처럼 들리겠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캐나다의 시민권을 획득하고 무작정 캐나다로 넘어가 학업을 이어나갑니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 편입하여 물리학과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죠. 중간에 게임 제작사에 잠시 재직했다가 그만두고 박사학위를 위해 스탠퍼드에서 재료과학 전공으로 어드미션을 받았으나 등록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교문 박차고 나가서 회사 차리는게 영웅의 미덕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후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엑스 닷컴, 페이팔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합병, 매각하는 것을 통해 큰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그렇게 벌게 된 돈 모두를 스페이스X, 테슬라 등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투자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많은 이들의 비아냥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렇게 못하지만요. 그리고 이것은 약 2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테슬라가, 스페이스X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꽤 오래전에 시작된 이야기라는 것이죠. 그리고 수 차례에 걸친 실패와 금융 위기 등 굵직한 역경들이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신경쇠약을 앓기도 하였으며 그 와중에 아내와 이혼도 하게 되죠. 그렇지만 몇 가닥 되지 않는 희망을 붙잡고 전력을 다한 결과로 오늘날의 일론 머스크가 만들어지게 되었죠. 그리고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나 테슬라의 비약적인 성장 같은 성공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온 세상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그가 언론에서 언급한 내용은 놀랍게도 아래와 같습니다.

 


'I didn't really think Tesla will be successful. I thought we would most likely fail.

저는 테슬라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But I thought that we at least could address the false perception that people had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람들이 가진 그릇된 인식 정도는 바로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that an electric car had to be ugly and slow and boring like a golf cart.'

전기차는 못생기고 느리고 골프 카트처럼 지루하다는 인식이요.

 


'If something is important enough, you should try even if the probable outcome is failure.'

만약 어떤 일이 충분히 중요한 일이라면 예상되는 결과가 실패일지라도 시도는 해봐야 합니다.



'Starting Space X, I thought the odds of success were less than 10 percent

스페이스X 창업할 , 성공할 확률은 10퍼센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and I just accepted that actually probably I would just lose everything

그리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but that maybe would make some progress, if we could just move the ball forward

하지만 약간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우리가 공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다면


even if we die maybe some other company could pick up the baton and keep moving it forward.

심지어 우리가 죽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so that we still do some good.'

그렇게 하면 우리는 좋은 일을 한 게 되는 거죠.



이러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가 몸담고 있는 기업들의 목표는 원초적 존재 이유인 이윤창출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몇 년 전 대박을 쳤던 어느 군인이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의 어느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태양의 후예 극 중에서 강모연이 왜 군인이 되었냐는 물음에 유시진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누군가는 군인이 되어야 하니까요.'


너무나도 짧고 명료한 이 대답은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 정도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것에 열광합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안위나 명예와 부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역사 속 많은 영웅들이 그래 왔으며, 많은 창작물 속에 이런 속성을 가진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이를 어느 정도 증명합니다.


환경이 중요하고 지구가 아파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구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저희 집 옆집에 사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나아가서는 네 인생까지 걸어보겠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쉽게 그러하겠다고 대답할 수가 없죠. 더군다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라면 말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극 중 인물인 모피어스가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우리 대부분은 길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고 있다하더라도 그 길을 갈 엄두조차도 내질 못합니다.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는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자신의 사람들과 함께 지난 십 수년간 그 길을 누구보다 성실히 걸었던 것이죠.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지구가 위기에 닥치더라도 그것이 내 생의 이야기가 아닐 가능성은 상당히 농후하며, 내 생에 그것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이라면 실제로 그러할 겁니다. 그래서 환경을 위해 지금 당장 힘을 쏟지 않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공기청정기 하나 정도 장만하면 되니까요. 지구의 대기오염이나 온난화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너무나도 어렵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내 방 공기나 정화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거죠.


혹자는 '내가 진짜 부자라면 이런 좋은 일에 돈도 쓰고 할 텐데'라고 이야기하며, 일론 머스크 역시 큰 부를 거머쥐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런 대국적이고 초인류적인 일을 위해 헌신하는 것과 내가 가진 것이 많은 것은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얼마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가 가진 것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러한 가치들을 추구하고 본인의 일생을 바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들에 의해서 우리 인류는 그 숨을 이어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일론 머스크 역시 그들 중 한 명이고요.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와 그의 가치관을 잘 조합하면 많은 히어로물에서 등장하는 영웅의 속성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 중 약점이 될만한 내용 역시 꽤나 있지만, 그것이 그가 이루어 낸일이나 하려는 것을 막아서기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그를 아이언맨의 현실 판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죠. 여러분이 알고 있거나 또는 잘 알려진 창작물에서의 주인공이 가진 특징을 잘 생각해보세요.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맨이나 나루토의 나루토, 원피스의 루피 등 그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그들처럼 전형적인 주인공의 속성과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다소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여겨지는 꿈을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고,


포기를 모르는 미친 끈기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주인공. 



그 주인공들과 일론 머스크, 무엇이 다른가요?


한국 마케팅학회에서의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마케팅은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아주 적합한 소재입니다. 그의 삶과 그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그가 속한 기업에서 대중에게 전하려 하지 않아도 널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요. 학계에서는 이를 인간의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적 특성으로 정의합니다. 글자 그대로 풀어내면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뜻이고,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에 매력을 느끼는 존재라는 뜻을 갖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들 고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 중 어떤 이야기도 일론 머스크의 그것만큼 흥미롭지는 않죠.


왜 테슬라에는 마케팅을 전담하는 부서나 직원이 없는지 이제 좀 납득이 가기 시작합니다. 테슬라에 탑재되는 첨단 기술, 기술 혁신은 굳이 테슬라 직원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콘텐츠로 제작하고 퍼 나르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 먼저 일론 머스크의 놀라운 이야기가 대중들의 시선을 테슬라에 머무르게 했다는 것이죠. 일론 머스크가 추구하는 놀랄만큼 순수한 가치관과 그를 위해 그가 만들어낸 어느 영화보다 멋들어진 이야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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