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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해찬 Oct 26. 2024

태국 여행 +1

치앙마이+1


태국 +1 / 치앙마이 +1

4월 27일, 치앙마이로 떠났다.


https://youtu.be/_b_YVrex0yI



<하루>

열두시 반이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오후 여섯시 비행기, 자취방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두시간. 나 탑승 수속 하는 방법을 몰라서 걱정이 많았고 출발 세시간 전에 도착했다. E-티켓을 확인하고 우리은행에서 환전하고 유심을 받고, 온라인 체크인을 했다는 것과 수하물 검사 하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굳이 종이 티켓을 뽑아야만 하는 건 아니란 것도. 여기가 한국이라 수월했던 것도 있겠지만 나름 수월했다. (이건가? 저건가? 하다보니 비행기에 타 있었다.)

집에서 나오는 길, Sweet Disposition을 틀었다. 이 전의 나도 좋아. 멋있는 나였지만 이제 새롭게 시작될 나도 멋있을 것 같은 예감이야. 나 멋있을 것 같아!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서는 마리앤트메리의 “공항으로 가는 길”을 들었다. 혜윤님 생각이 났다. 지금 일기장을 빌려드린 상태인데 그 안에 혜윤님 이름이 잔뜩 적힌 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까. (나라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팬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잔뜩 긴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은 탓에 내가 노래를 즐긴건지, 단순히 공항가는 길에 그 노래를 듣고싶었던건지 모르겠다. (인증샷만 남기고 온 전시회처럼)


아무튼, 여행 시작이다:)





<'한국 → 치앙마이' 비행기>

 

왜 여행을 떠나고있지? 홀로 나서는 첫 해외여행.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질문을 안했네. 치앙마이에선 어떤 하루들이 그려질까. 지금 가장 두렵고 설레는 부분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다. 이 여행에서 정해진거라곤

 ·지금 타고있는 비행기

 ·오늘 밤 머무를 숙소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5월 20일 비행기

 ·혜윤님이 확신으로 추천하시는 “화요일 밤 노스게이트”

뿐이다. 아, 에어비앤비 체험을 해보고싶은 마음도 있다. 정말 이게 전부.

엄마가 알면 엄청 화낼 것 같고 나도 조금 무섭기도 하다. 계획을 세우려면 세울 수도 있겠지. 그치만 궁금하다. 정해진 코스가 없을 때, 이 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서투른 언어와 낯선 환경에서 보내야 하는 24일의 시간, 한정된 돈. (어쩌면 군대보다 더 가혹한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숙소와 그 주변에 머물며 안전하게 작은 일상들을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나 닿을 수 있는 곳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날지 떨리는 가슴으로 다닐 수도 있겠지. 아무렴 다 좋다.

아, 한가지 원하는 모습이 있는데 디지털 노마들이 있는 곳에 가서 작업하는 그림을 그린다. 재밌을거야!!

일단 오늘 숙소에 도착해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옷도 사야하고 자금 계획도 세워야해.

작게 들고다닐 수 있는 가방도 살까 생각중이다. 일단 해외결제카드 사용 방법도 알아야겠네.

나, 잘 할 수 있겠지?



<치앙마이로 향하는 비행기 2>

티켓에 출발 18:00, 도착 21:45 써있어서 나는 치앙마이까지 세 시간하고 45분 걸리는 줄 알았다. 근데 지금 휴대폰 시간 10시 17분이다 으하하

태국 시간으로 21:45 인가봐. 나 방금 세번째 자다 일어나서, 아 이제 내리는건가. 비행 이렇게 끝난다니 좀 아쉽잖아! 이러고 있었는데. 한시간 더 날아가 허해찬~~

뒷 사람이 이어폰 안끼고 휴대폰을 본다. 그것때문에 조금 신경쓰이는데, 비행기 탄지 네시간 이십분 만에 신경쓰이는 걸 보니 별 신경 안쓰이나보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비행기 소음이 심하네. 아무튼, 다음 비행할 때에는 나도 목베개를 사야겠다.

아, 시차를 계산해보자. 우리나라가 더 동쪽에 있으니까 한 시간 일찍 하루가 시작되겠지. 우리나라가 밤 아홉시면 태국은 아직 여덟시. 그니까 우리나라 시간으로 10:45에 태국 도착하는 게 맞겠다.

휴대폰 시간 설정에서 바꿀 수 있는거겠지??

아니 잠깐만. 방금 시계 설정에 들어가봤는데 치앙마이는 우리나라보다 두시간 느리네! 그럼,, 두시간 더 날아가야돼 허해찬~~~

뭔가, 내 삶에 두 시간을 번 기분이다. ㅋㅋ언젠가 돌려내야 하겠지만, 그래도 좋아.

시간을 번 김에 왜 여행을 떠나는지 다시 물어보자.

내가 책방여행이라 말하고다닌 여행이 있지만, 사실 내가 그리는 여행이란걸 떠나본적은 없는 것 같다. 여기가 좋다더라- 하는 해외를 나가보는 것도 좋아. 그치만 발걸음의 기준이 나에게 맞춰져있었으면 했다.

그러니 태국 머무는 24일이면 3개에서 많게는 5개 정도의 동네를 보는 걸 목표로 해야지.

ㅋㅋ비행기에 올라타서야 계획을 시작하는 것도, 허해찬식 일단 저지르고 보기.

가보고싶은 동네는 어느정도가 있을까.

일단 빠이! 유토빠이라는 그 곳에는 꼭 가봐야지.

치앙라이라는 곳도 가봐야겠다. 치앙마이와 방콕. 아, 노스 게이트가 어디있는지 보고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게되면 좋을 것 같다. 내일부턴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자. 아니면 에어비앤비!! 나 진짜 너무 해보고싶어.

어라. 화장실 다녀오니까 휴대폰 시간이 바껴있다. 나 오늘 두 번째 8시 58분이야~� 그래서 나에게 4월 27일은, 26시간인 날이다. 너무 웃긴다 이거.


<치앙마이로 향하는 비행기 3>

그냥 또 다시 생각을 해보건데, 여행은 정말 취향 차이같다. 범준이형이 짜는 여행 동선도 나 정말 좋아하기도 하잖아. 어쩌면 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게 아직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기대를 낮추려는건지도 모르겠네. 오전과 오후, 저녁으로 하루에 세 개의 스팟을 정하고 돌아다니면 꽤나 알찰 것 같다. 밥은 사실 그 때 내키는 곳에서 먹고싶기는 하다만, 그래도 하루 혹 이틀에 하나정도는 찾아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치앙마이 도착 30분 전, 이제서야 실감난다. 나 정말 여행에 있다� 내일의 나는 뭘 하고있을까? (들고온 옷이 없어 정말. 옷을 사야해)

기장님이 방송한다. 40분 뒤에 도착하고 날씨는 구름이 껴있고 기온은 32도라고. 아니 저녁 아홉시에 32도라니. 더운 걸 싫어하는 내가 이런 선택을 한게 웃기기도 한데 뭔가 치앙마이를 다녀오면 한국의 여름이 두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투어 산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 이제부터 내 비행기는 모두 창가자리다. 예외 없이 창가자리 앉을래.. 나도 창 밖이 보고싶은데 오늘은 ⚪️⚪️⚪️ ⚪️�⚪️여기 초록색이 내 자리다. 그래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23000원 정도 더 내고 창가로 예약했다. 나도 구름 볼래요☁️

옆 사람이 창가에 딱 붙어서 창 밖을 보는데 너무 부럽다. 밖에는 뭐가 보이나요?

방금 번개가 쳤다.

다음에 비행기 타기 전에는 음악과 영상을 받아놓아야지. 세시간 반인줄 알았더니 다섯시간 반이었짜나~

나 신발을 너무 더운 걸 신고왔나 싶기도. 근데, 런닝화는 신고 돌아다니기엔 너무 런닝화야. 아마 내일부턴 샌들을 신고다니지 않을까. 운동화 하필 엄청 큰걸 신고왔네. 파하하 가방이 고생 좀 하겠구나. 빨리 다른 작은 걸 하나 살게..

5분 뒤 도착이다. 나 꽤나 말이 많다. 말이 많다는 건 생각이 많은건가? 느끼는 게 많다는 건가?

24일 동안, 어떤 기록들을 남기게 될런지. 떨린다.

밖에는 땅이 보인다. 지금 한 상공 200m정도 될 것 같다. 아니 100m??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도 있을까?

Good luck 산야:) 치앙마이에 온 걸 환영해

근데, 무사히 출발은 했는데 도착해서는 뭐하지? 입국심사만 받나? 사람들 우르르 가는 곳 따라가야지 히히. Have a nice trip☘️✨


<치앙마이 공항 → 숙소 가는 길>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숙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리 멀지는 않았다. 걸어서 20분?

그런데 너어어무 무서웠다. 공항에서 택시 기사들이 마구 몰려들 때 호갱당하고싶지 않아 칼같이 거절하고 혼자 나와버린 나였다. 그런데 불 다 꺼진 길거리에 아저씨들 대여섯명이 모여있고 카메라 들고 가는 날 저 멀리서부터 쳐다보고 있는 걸 그 멀리서부터 알아채버렸다. 호갱 당해드릴걸.



오는 길에 쇼핑몰 간판에 걸린 장원영을 봤을 때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태국사람은 한국인을 좋아해' 되뇌이며 계속 걸었다. 눈물 나오기 직전, 숙소에 도착했고 배 고파서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라면과 토스트 하나를 사 먹었다. 편의점 직원분과 처음으로 영어로 대화하는데 분명 다 들리는데 맘처럼 말이 안 나와서 놀라고 답답했다. 그치만 원하는 걸 사냈으니 이거면 충분해:3

요기를 하고 일기를 쓴 뒤 다음 날 향할 숙소와 점심을 정했다. 잠을 잤다.


#thisisour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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