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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감나비 Jul 13. 2021

엄마의 말

그땐 왜 몰랐을까

나를 낳아준 엄마의 말은 기억에 없다.

나를 길러준 엄마의 말은 늘 내 귓전을 맴돌았다.

나도 아이 귓전에 맴돌 어떤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귀를 맴돌던 엄마의 말.

“너희 때문에 아빠랑 사는 거야.”

엄마는 친척집을 전전하던 나와 동생이 측은해서

아빠와의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신혼생활을 남편에게 딸린 두 딸과 함께 시작했으니

그 삶이 고단했을 것이다.


그런 엄마의 말을 들을 때 나는

아슬아슬한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또 버림받을지도, 우리 가족이 또 깨져버릴지 모를 살얼음.

그 살얼음을 두껍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

늘 엄마의 기분과 컨디션을 살피며,

말을 잘 듣는 순종적인 딸이 되려 노력했다.

그러면 좀 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겠지.

어쩌면 인간답게 살고 싶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글을 쓰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들은 나에게서 어떤 말을 떠올릴까.

평온한 주말 아침,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가 한 말 중에 가장 떠오르는 말이 뭐야?”

긴 고민 없이 아들은

“사랑해.”라고 말한다.

“또 생각나는 건?”

“넌 할 수 있어. 넌 정말 멋진 아이야. ”

그렇다. 나는 어릴 적 내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을 아이에게 해주고 있다.

내게 목말랐던 말을 해주며 스스로도 채우고 있었다.


아이가 성장한 만큼 내 내면의 어린아이도 성장했다.

이제는 엄마의 말이 다르게 들려온다.

“너희 때문에 아빠와 사는 거야.”라는 말은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너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었구나.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이제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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