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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감나비 Jul 15. 2021

우연 - 이런 우연 이젠 없길

밤길이 무서워요

© nbb_photos, 출처 Unsplash

밤에 혼자 외딴 길을 걷는 것이 무섭다. 되도록 그런 상황을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뒤를 확인하  걷는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억울하고 무서운 사건경험하고 나서부터다.


소년기에는 여고생들에게 자 나난다는 일명 '바바리맨'조차 나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거의 학교와 집 다니고, 멀리 가더라도 무리 지어 함께 다녔기 때문인 듯싶다. 그런데 성인이 되 혼자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  황당한 우연 여러 번 맞닥뜨렸다.


어느 날, 지하철 환승을 위해 연결통로를 걸어가고 있을 때였. 인적이 드문 통로였지만, 대낮이라  걷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라 생각했던 그놈은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며  가슴을 힘껏 움켜는 어디론가 사라졌.

 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릴 준비를 하고 하차문 서 서있었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 교통카드를 태그하 계단을 내딛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주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고 있던 상황이라 소리를 지르내려 뒤를 돌아보았지만, 누군지 아볼  없었다.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옷을 야하게 입은 게 아니며 원인을 나에게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범한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던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또 그 원인이 왜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에 더 울화가 치밀다.

 

원치 않는 우연의 사건 중 최악은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여름방학에 일어났다. 나는 학교 근처 원룸 혼자  취업 준비 위해 매일 학교 도서관 다녔다. 일 공부하고, 밤 12시 즈음 집에 가곤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종종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다. 그날도 악을 들으며 걸었기에 집에 갈 때까지 수상한 인기척은 느끼지 못했다.

내가 살던  원룸은 번호키가 아니라서 열쇠를 가지고 다녔다. 에 도착해서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늘 하던 습관대로 문을 닫자마자 문 돌려 잠갔다.

바로 그 순간!!

잠그자마자 누군가 밖에서 현관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벌컥 돌렸다. 얼마나 세게 잡아당기는지 현관문이 들썩였다. 한 번 돌려서 열리지 않자 계속 철컥철컥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소리가 났다.  혼자 빈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뒤따라 들어올 작정을 한 것 같다. 


 너무 놀라 저절로 뒷걸음쳐졌다. 촉각을 곤두세운 채  문고리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밖에서 문 열기를 여러 번 시도해도 열리지 않자, 잠시 후 쿵쿵 쿵쿵 계단을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

'휴~ 문이 잠겨서 그냥 가는구나... '

한숨을 몰아쉬었지만, 여전히 심장은 벌렁거렸다. 그때 바로 112에 신고를 했어야 했 너무 놀라 그런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그걸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창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창문으로 들어올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은 1층이었다. 창문을 열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높이였기에 온 머리털이 쭈뼛 서다시 긴장했다.


'내가 창문을 잠갔었나?'

'저 창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쩌지? '

그런 생각이 드는데 몸 움직이 않았다. 그저 얼어붙은 채 창문만 보고 있었다. 불투명한 간유리 창문으로 뿌옇게 손이 보였다. 그리고 중창의 바깥 창문을 열다.

'아뿔싸!!! 창문을 안 잠갔나?'

내측 창문마저 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안쪽 창문은 잠가두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 반대편으로 다시 열려고 했다.

 창문이 안 열리자 이번 화장실 쪽 창문으로 소리가 났다. 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던 원룸이라 작은 화장실 창문은 환기를 위해 늘 열어두었었다. 열린 창문으로 손 하나가 넘어왔다. 그때의 소름 돋는 공포를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사람이 너무 놀라고 당황하면 절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걸 때 실감다.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 멍청한 행동 했다. 

'열린 창문으로 집을 들여다봐도 내가 안 보이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거야.'

나를 보호하기 위해 겨우 생각해 낸 방법 고작 책상 밑에 숨는 것이었다.  휴대폰도 쓸 수 없었다. 책상 밑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눈물 흘렸다.  막고 최대한 쥐 죽은 듯 었다.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 될 것 같았다.

이리저리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더니 잠시 후 그 손은 사라졌다. 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겨우 마음 진정시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문을 잠근 찰나의 시간  날을 사히 넘만, 그 뒤로 한동안 혼자 집에 있는  무서워 친구 집에 얹혀 지냈다. 문단속을 여러 번 확인는 습관이 생겼고, 혼자 가야 할 때부러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었다.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루라기도 늘 들고 다녔다. 혹시라도 누군가 공격해 온다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상상하며 연습했다.

일이 있은 후 얼마 뒤, 내가 살던 동네에서 여러 명의 여성을 토막 살인한 사건의 용의자가 잡혔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때 우리 집에 들어오려던 그놈이 혹시 범인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몸서리 쳐졌다. 


CCTV가 거리 구석구석 즐비한 요즘도 강남역 살인사건, 심야 귀가 여성의 묻지 마 폭행 사건 등 소식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 남 일 같지다.  우연히 그 시간 그 장소를 지나가고, 범인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요즘은 '심야 귀갓길 아동여성 동행 서비'를 제공하는 지자체 늘어나 추세라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우연은 없기를,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 안심하고 혼자 다닐 수 있는 상이 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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