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하나] 좋은 질문에 대하여

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어떤 연구는 명료한 질문을 던진다. 가령, “A라는 유전자가 특정한 질병의 발병률을 높이는가?”라는 식이다. 이러한 질문은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그것은 명확한 참과 거짓, 혹은 있음과 없음의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는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그렇다’라는 대답을 기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A 유전자는 질병 발병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보고는 큰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부정적 결과, 연관 없음에 대한 역설적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되어 왔지만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반면에 좋은 질문은 질문에 대답하기만 해도 - 그 대답이 무엇이건 - 현저한 지식의 차이를 가져다 준다.


내가 질문을 보통 던지는 영역은 여러 분야들의 교집합과 같은데,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다.


“수많은 인간 유전자의 기능은 어떤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대답이 단순한 수치나 그래프에 담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새로운 가설을 낳고, 이론의 틀을 흔들며, 때로는 연구의 방향 전체를 바꾸어버린다. 그 안에는 참/거짓을 넘어선 서사와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구조적으로는 명제를 완성시키지 않으며, 개념의 정의 자체를 묻기도 하고, 현재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위 두 질문 사이에는 명확한 논리적 차이가 있다. 전자의 질문은 이미 정의된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묻는다. 나는 과학 체계의 틈을 메우는 질문이라고 뷰르며, 그것은 전제와 결론의 간격을 수학적으로 메우는 일이다. 반면, 후자는 개념 자체를 흔든다. 그것은 전제를 의심하고, 논리 구조 자체의 틀을 재구성하려 한다. 그렇기에 나는 과학 체계의 외연을 확장하는 질문이라 부른다. 실험실의 기술과 정밀한 수치 위에 서 있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질문은 철학의 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우리는 메우는 질문과 확장하는 질문 -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처음엔 그것이 너무 철학적으로 느껴졌고, 과학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이 질문 하나로 연구의 관점이 바뀌고, 실험 설계가 달라지고, 해석의 언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답의 틀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세계’를 다시 그려보게 한다.


애석하게도 좋은 질문은 언제나 조금 늦게 찾아온다. 회의가 끝난 자리에서, 실험 결과가 막히는 그 순간에, 아니면 한밤중 책장을 넘기다 문득.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다가야 비로소 떠오르는 질문은, 그 자체로 답보다 크고, 더 멀리 간다. 가끔은 질문이 오히려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냥 거기 있어야 할 무언가로, 어떤 세계의 틈을 열어젖히는 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질문은 단순한 의혹이나 무지를 넘어서, 생각을 향해 열리는 문이다. 어떤 문은 철컥 잠긴 채 침묵을 요구하지만, 어떤 문은 열려 있기만 해도 주변을 환히 비춘다. 그 문을 여는 힘이 바로 좋은 질문의 미덕이다.


우리는 종종,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이끌어낸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사고를 머물게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논문을 쓰는 밤, 나는 내게 되묻는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문장, 그것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나만의 것이었는가?


어쩌면 당신도 그런 순간을 마주한 적 있을 것이다. 답을 구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생각의 가장 아름다운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 당신이 질문을 떠올릴 때,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단단한 질문은 대답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때로는 대답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 것이 징문이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