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에세이
오늘 하루가 눈 앞에 펼쳐지는 아침. 어떤 느낌으로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는지. 하루를 지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다면 우울한 기분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오늘 예정된 어떤 일로 인해, 설레이고 얼른 그 곳으로 가고 싶다면 행복한 하루이리라.
최근 주말에 영화를 몇 편 보았다. 코로나로 집콕 모드인 요즈음,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식배달과 함께 생활편의의 쌍벽을 이루는 것 같다. 로맨틱 무비를 좋아하는 터라, 주위에서 추천받은 영화들이 있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추천 리스트를 쌓아만 두다가 하나씩 보았다. “비포 선라이즈”는 여세를 몰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다 보았다.
어제는 “이프 온리”를 보았고… 공통점이라면 하루에 일어나는 러브 스토리이다. 또한 싱어송라이터인 여주인공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눈길을 끄는… 외모로 승부하는 영화배우, 라고만 생각하다가 실제 그들의 가창력이고, 작사에도 참여했다는 걸 알고는 멋지다고 느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도, 비포 시리즈의 남주인공이 작가인 데 있었다.
어떤 날은 정신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어느 날은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어느 날은 기록할 만한,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생일, 결혼식, 장례식, 아이의 탄생 등… 휴가나 여행은 즐겁다. 대부분은 평범한 날들이 많다. 사진을 찍고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리지만, 스스로의 감성은 그렇게 진화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독서, 차 한잔, 음악 듣기… 혼자만의 시간에 함께 하는 벗들이다.
영화니까 그렇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영화의 전체 스토리가 가능하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20대 배우들이 비엔나의 시내 거리를 누빈다. 레코드 샵도 가고, 바도 가고, 묘지도 걷는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이 어렸을 때 할머니의 죽음을 묘사하는 부분에 이끌린다. 남들이 보면 이상할지도 모르는 스스로의 셀프 이미지를 털어놓으며, 받아들여지고, 친밀감을 쌓는다… “비포 선셋”에서는 어느덧 30대가 된 배우들이 오후를 같이 보내고..헤어질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애틋하고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 “이프 온리”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이기적이고 무심하던 남주인공이 변화되어 연인에게 주는 것은 하루라는 온전한 ‘시간’이다. 더불어 같이 하는 ‘존재’…. “비포 미드나잇”에서 현실적 부부가 된 주인공들은 싸운다. 그러면서 남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을 당신에게 주었다”라고..
오늘 하루, 오늘이라는 시간을 무엇에 주고 있는가? 내 인생은 어디에 바쳐지고 있을까? 되돌아보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나 수필쓰기도 몇 달 동안 하지 못한 채,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었을까? 논문은 남을 것이다. 이름이 새겨지고, 나중에 인용될 것이다. 그게 내가 바라던 전부였을까? 반대로, 타이밍이 있는 수확철에 일을 못했어도 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삶은 간단치 않다…
영화에서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하는 하루가 가능할까? 주위 소중한 사람들에게 못 베풀어 준 것들을 해 주는 하루가 가능하다면.. 준비하고 하나씩 실행한다면,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주말의 요리도 다시 시작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아이와 소통을 위해, 4B 연필도 깎는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멈추어 서서 주위 새 소리를 듣는 하루이기를…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하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