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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창 Jan 17. 2024

 장사꾼은 오마카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오마카세 :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오마카세는 맡긴다의 뜻을 품고 있다 장사를 할 때 가게의 물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장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진심이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 역시 사람이기에 모든 일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가게에는 주인장의 실력만큼이나 사장이 맡은 일에 대한 진심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레 묻어져 나와야 한다.


 오래 운영되고 있는 가게들을 보면 대부분 넉살 좋은 주인장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3 학년. 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한번 삼아보고자 관광사진사를 택했다. 관광사진사는 쉽게 말해 한국에 여행온 외국인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다.


 여행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소개글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이 세계로 자연스레 끌어당겼다. 당시에 내게 있어 카메라라고는 스마트폰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렌즈밖에 없었다. 배터리를 꽂지 않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카메라를 고장 난 카메라라고 봐라 보던 모습. 그 모습은 카메라의 대한 내 삶의 경험치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카메라 한번 배워본 적 없던 나는 3 번째 손님들을 렌즈에 담았을 때 살면서 한 번도 담아보지 못한 돈을 주머니에 담아볼 수 있었다. 3박 4일간 손님들의 여행사진을 찍어주며 150 만원을 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순간 내가 카메라에 재능이 있다는 위험한 착각 속에 빠지기도 했다. 주변 동료들은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는 절대 이 돈 주고 사지 않을 거라며 나를 꿈에서 깨어나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예쁘게 담기지도 않은 사진에 기꺼이 주머니 속 돈을 사용했을까. 정답은 바로 여기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담고 그들을 촬영하듯 손님들 역시 그들의 눈으로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사진이 잘 팔렸던 이유는 화려한 기교도 손님들이 내 렌즈에 잘 담긴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손님들의 렌즈에 예쁘게 담긴 것이었다. 버스에 내릴 때마다 조심히 내리라며 건네던 손. 계절의 변화 없이 뜨거운 태양아래 자라, 생에 첫눈을 본 아이들과 함께 만든 눈사람. 아침인사를 나누며 보냈던 눈가의 미소.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엉성한 모습이지만  손님들의 렌즈 속에는 나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어딘가 엉성하고 덜 갖추어진 가게에 기꺼이 단골이 되어 찾아간다. 그곳에는 화려함 보다는 주인장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계산적인 모습보다는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그런 주인장의 모습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오마카세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진심이 담긴 곳에서, 나의 하루를 맡겨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장사를 해본 적도 없는 예비장사꾼이 유추해 보는 정답은 이러하다 모든 장사꾼은 손님들에게 오마카세를 대접해야 한다.


 그들이 기꺼이 주인장에게 자신의 하루를 맡겨 볼만하도록 말이다. 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희망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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