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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창 Jan 22. 2024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아주 유명한 영화 속 한 대사다. 이 말은 장사를 함에 있어서도 불가항력적으로 따라오는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준 것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만, 그동안 받아온 것에 대해서는 쉽게 잊고 만다. 이것을 손실회피편향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1만 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크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치킨집 장사를 했을 때 일이다. 당시에는 스마튼폰이 없었기에, 배달라이더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손님들은 배달 어플이 아닌, 전단지에 붙여져 있는 전화번호 혹은 네이버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번호를 확인하여 메뉴를 주문했다. 또 가게 안에서 배달과 음식을 모두 병행했다.


 서빙을 하고 있다가 배달을 하러 나가기도 하고, 배달만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했었다. 인건비를 아끼고자 아버지는 전자를 택했고, 직접 서빙과 배달을 하며 가게를 운영했다.


 비나 눈이 오면 우비를 차고, 배달을 했다. 기상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동에 큰 제한이 없는 이상 배달을 해왔다. 사실 악기상에 배달을 주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누군가는 '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시민의식과 공감능력이, 아주 떨어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가끔 악기상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나갔다. 특별한 날이라 문을 연 곳이 이곳밖에 없어, 꼭 배달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이 시기쯤 치킨집 사장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한 가지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주문한 치킨의 수와, 시간, 배달위치를 보면 어떤 목적으로 치킨을 시킨 지 어림짐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나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었으니, 치킨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나보다 정확도가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악기상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간 것은 그 집 아이의 생일파티를 위한 치킨이라 아버지도 짐작했을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으로서 그 심정을 알기에, 아버지는 악기상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어느 순간 아버지의 치킨집은 악기상에도 배달을 하는 가게로 소문이 퍼졌다.


 그 시기쯤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에는 스크래치가 나있었다.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비와 눈이 오는 날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님들은 불만을 토해냈다.


 그날 알 수 있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그 말의 의미를 말이다. 망하지 않고 길게 가는 장사를 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여기서의 욕심은 수익적인 부분이 아닌 바로 열정과 배려다.


 열정과 배려심 때문에 손님들에게 다 맞추고 행동하다 보면 결코 오랫동안 운영할 수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장사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열정이 때로는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획하고 꿈꾸던 게 아무리 많더라도, 최대한 욕심을 비워내야 한다.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다고 가정했을 때 열정이 앞서,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조식을 제공한다고 해보자.


 내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조식이, 손님들에게 초깃값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훗날 내 체력이 방전되어, 더 이상 진행이 힘들 것 같아, 이것을 그만두면 손님들은 서비스를 빼앗겼다는 마음에 불만을 품는다.


 당연히 받아왔던 것을 빼앗기다 보니, 손실회피편향이 생기는 것이다. 억울해하고 있을 내 모습이 뻔히 보인다. 그리고는 말하겠지. '호의가 계속되니깐 진짜 권리인 줄 아네.


 장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장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은 좋지만, 열정이 지나치다 보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고 결국 우리는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아닌, 도착하는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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