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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May 28. 2023

금주일지 1

7일차: 금주를 해야만 하는 이유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력이 나쁘지 습니다.

술 때문에 일상생활과 관계에 지장을 준 적도 없습니다. 그저 술과 함께하는 담소를 좋아했어요.  스스로 정해둔 기준 이상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주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과하지 않으나 매일 마신다는 거였습니다. 맥주가 무슨 술이야 라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죠.

맥주는 술입니다. 많이 마시면 취기가 느껴지죠.

적당히 기분도 좋아집니다. 다들 저녁에 맥주 한 잔 하잖아 그렇게 생각했어요. 심지어 낮에 마셔도 죄책감이 들지 않습니다.


둘째, 맥주를 마시기 위해 식사를 거르 시작했어요. 식사를 하면 배가 불러서 맥주를 마실 수 없기 때문이었죠. 제가 생각해도 한심합니다.

덕분에 악성빈혈이 생겼어요.

철분제를 처방받고 식사에 신경 쓰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맥주를 끊지못했어요.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의지로 개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죠. 


셋째, 혼술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혼술이 자칫 알코올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술을 즐기면서 주량이 늘어났어요.

식사를 준비하면서, 자기 전에, 언젠가부터는 아침에도 생각이 났어요. 시도 때도 없이 마셔도 맥주니까, 가볍게 생각한 거 같아요.

500ml가 한 병에서 두병, 세병, 네 병... 하루에 마시는 양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최근 일을 잠시 쉬면서 시간이 많아지니 더 생각이 났어요. 드라마 볼 때, 먹방 볼 때, 음악방송 볼 때도 자연스럽게 마시고 있었어요.


넷째, 무기력입니다.

험란하고 다사다난했던 결혼이 감옥 같았고 독박육아로 친구들과도 소원해지면서 탈출구를 찾고 싶었는데 문을 잘못 찾은 거.

탈출이 아니라 숨고 싶었나 봐요. 맥주라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면 숨이 쉬어졌어요. 반면 점점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맥주에 중독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를 괴롭히던 상황이 많이 좋아졌음에도, 맥주에 의존하는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으니까요.


다섯째, 우울감이 많아졌습니다.

평균 5 정도의 기분을 유지하고 있다가 , 맥주로 7-8 정도의 행복감을 느꼈다면, 평소에는 다시 5 되어야 하는데, 자극이 사라지면 3,2,1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요.

친구를 만나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 혼자 있는 게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마도, 지나친 자극으로 인해 파민의 균형이 깨지고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렇고, 금주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중독의 증상은 주량(중독된 수단의 사용량), 빈도, 기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스스로 조절이 안된다고 느끼면 중독이라고 합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친구들과 기분 좋게 마시는 맥주라면 무슨 문제가 될까요.


오늘로 금주 7일째입니다.

처음에는 결심을 굳히기 위해 적기 시작했는데

금주를 하면서 작은 변화들이 느껴집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해볼 만한 것 같아요. 더 늦지 않게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부끄러운 일기 같은 금주일지를 매거진에 올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금주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저 같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고, 취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남들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니 스스로 인지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금주 1일 차)

일단 어제 마신 맥주 후유증 때문인지

오늘은 맥주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끼 먹을까 말까 하던 식사를 두 끼나 먹었다. 먹지 않던 과일도 먹고, 간식도 먹었다. 그런데 왜 배가 고픈 걸까?

맥주를 원하는 뇌의 거짓말일까?



1일 차 금주일지입니다.

오늘까지 7일 차이니

7개의 금주일지를 작성하였어요.

맥주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없는 저입니다. 반드시 잘 변화하여 맥주의 빈자리에 다른 것들 채워 보겠습니다.

금주일지를 매일 쓰면서,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게 되었네요. 처음 채워지는 것이 글이라는 사실이 기쁩니다. 완주해서 맨 정신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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