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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un 22. 2023

받아들여진다는 느낌

온전히 내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인이 존재할까요? 말로는 괜찮다 상관없다 하면서,  내심 기대했나 봐요. 가족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친구라고 가능할 리 없는데요. 이해를 못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인데. 누군가 한 사람은 있었으면... 욕심입니다.


마음을 공부한다는 거.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감정을 공부한다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본다는 걸까

무슨 마음을 어떻게 공부한다는 걸까.

왜 하는 걸까.


아침에 짧은 명상을 합니다.

가이드를 들으며 따라 합니다.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그냥 두라고 합니다.  느껴지는 대로 바라보고 흘려보내라고 합니다.


감정을 내버려 두는 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거부하거나 억누르지 말라는 뜻 같아서,  바라보려고 노력해 봤어요.

인지하지 못하던 생각이

수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기도를 하고 있는데, 아침 반찬은 뭐로 할까부터, 갑자기 아이들 시험 걱정을 했다가, 재취업에 대한 고민까지... 온갖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집중하려 애쓰지만 머릿속이 난리도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집중력이 없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30초 아니 10초를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게 안됩니다.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상상 속의 시냇물에 하나둘셋넷... 나뭇잎을 띄워 보내듯 생각을 흘러 보냅니다.

물론 흘려보내도 어딘가에서 또 튀어나옵니다. 또 흘러 보내고, 또 튀어나오고... 걱정과 생각이 너무 많아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요.


출가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집중이 잘 되는 날은 마음이 맑아집니다. 먹구름으로 덮여 있던 하늘이 파랗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흐르는 시냇물에 다 떠내려 보내고, 필요한 감정과 마음만 잘 씻어서 건져 올린 것 같아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고요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가볍습니다. 이래서 명상을 하는구나. 마음공부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서 찾으려 했던 받아들여짐도 조금 알 거 같아요.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 때문에 해야 하는 의무 말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무슨 일을 해도 기쁘지 않고, 하루가 버겁고, 삶은 버텨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도와주던 친구가 꿈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 친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친구도 하더라고요.

질문을 받고 처음 알았습니다. 꿈을 꾸어본 적이 없었어요. 해야 하니까 했던 거예요. 공부도 일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처음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한지, 설레는지, 


'휴남동 서점입니다'책을 읽을 때 설레었어요. 책방 주인이 되고 싶었나 봐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작고 따뜻한 책방, '휴남동 서점'의 책과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책방, 노년에 그런 책방을 운영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꿈이니까요. 뭐든 꾸어볼 수 있잖아요.


받아들인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거 같아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친구도 가족도 아니고 나입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면,

외롭고 허전할 일도 없을 거 같아요.


마음을 공부하는 건 나를 들여다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나를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시간만큼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해방일지 드라마 엔딩에서 미정이 말합니다.

"미쳤나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내가 너무 사랑스러울 날도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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