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문 Jul 04. 2023

금주일지 4

45일 차 : 두려움과 사이좋게 지내기

FEAR를 다른 말로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

'진짜로 보이지만 거짓인 증거'라는 말이 있다고


미라클 모닝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읽는 순간 아!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같아 보이지만 거짓이잖아,

그런데 난 왜 그렇게 두려웠을까 하고요.


김은주 작가님의 1cm 책에는 두려움을 티라노사우러스로 표현한 그림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불안과 걱정을 선으로 연결했더니 티라노사우러스가 되었다고.

작가님의 센스에 웃음이 터지면서,

내 안에는 몇 마리의 티라노사우러스가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쥐라기 공원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이 금주 45일 차입니다.

30일을 넘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제 자신이 대견합니다.

이렇게 뿌듯한 감정 오랜만이어서 더 소중해요.


금주를 결심해야 할 정도로 음주에 의존하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어요.

불안정한 상황들,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 무수히 많은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아침 명상을 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상황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어요.

어차피 삶이라는 게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방어운전을 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라는 게 있잖아요.


문제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걱정과 불안이 늘 있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점점 커져서 두려움이라는 티라노 사우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어요.


두려움과 마주칠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와 좌절이 힘들어서 잊고 싶었을 거예요. 한 번이 두 번 되고 점점 의존하는 횟수가 늘어갔겠지요.


두려움은 실체가 없습니다. 상상 속의 티라노사우러스는 두렵지만, 나를 잡아먹지 못요. 생각이 만들어내는 감정일 뿐입니다. 실체가 없으니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그림일 뿐이에요.




금주 때문에 시작한 아침 루틴이지만, 하루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감정이 통제되지 않을 때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요. 폐기해야 할 것은 버리고, 고쳐서 쓸 수 있는 것은 재활용하면서. 해결되지 않던 감정을 정리 정돈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잘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겠지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1-2분 고민합니다.

오늘은 건너뛸까? 금주만 지키면 되잖아.

45일을 지켰는데, 하루 건너뛰면 다시 1일 차.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키게 됩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루틴을 시작합니다.

기도가 끝날 때쯤이면 잠이 완전히 깹니다.

오늘을 건너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일어나지 못해서 다시 1일 차가 되었다면,

많이 후회했을 거예요.

나에게 약속한 것도 지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잘 지키고 싶어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뿐이다."

"두려움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을 해나가는 도중에 사라진다."

-미라클 모닝 본문 중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시간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나는 약하고 두렵지만, 나에게 충실했던 하루는 두려움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안 보고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루가 또 저물어가네요.

재취업이 걱정되면서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주일지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