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문 Nov 21. 2023

나이테

너도 내 나이 되면 알게 될 거라는 말

배우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이론으로 아는 것은 이해하는 것일 뿐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다.

겨울은 춥다. 온도는 몇 도가 되고 바람은 얼마나 세차고 아무리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겨울을 지내보지 않은 사람에게 실제 겨울의 온도가 와닿을 리 없다. 너가 내 나이가 되면 이러한 마음이 되고 기분이 되고 생각을 하게 될 거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시간의 무게가 설령 같다 한들 사람마다 느껴지는 무게까지 같을 리 없기 때문이다.


웃으려고 본 예능에서 뭉클한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부터 멋질 수는 없어.

견디고 버텨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멋져지는 거야.

나무에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가듯

사람도 나이테가 늘어간다.

그것이 슬픔이든 멋짐이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튼튼한 자동차도 10년이 지나면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데

사람이 가진 것들은 부품을 교환할 수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없으니 조금씩 삐그덕거리고 오류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어느날 갑자기 서버리는 일만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몸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이테가 늘어간다는 건 정리할 일도 늘어간다는 것.

시작하는 것보다 잘 매듭짓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는 것.

그런 게 나이테가 아닐까

내가 잘 매듭지은 동그라미들이 쌓여서 밑둥이 튼튼한 나무그루가 되는 것.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이들고 쓸모 없어져 그루터기만 남아도 누군가에게 쉼터라도 될 수 있도록. 

그런 게 나이의 무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의 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