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내려야 별이 빛나듯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본문 중에서-

by 디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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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역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지하철에 도서관?? 신기하고 반가웠다.

출근하는 시간에는 문이 닫혀 있는데, 도서관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보인다. 작지만 꽤 아늑하고 예쁜 공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처음 보는 지하철 도서관이 신기한지 흘깃흘깃 쳐다보며 지나간다. 늘 춥게만 느껴지는 지하철 역이었는데, 도서관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 때문인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늘 사람이 많아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다가, 퇴근길에 한산해 보여서 들어갔다. 생각보다 책들이 많았고, 내부도 예쁘게 되어 있었다.

앞으로 종종 이 작은 도서관을 이용할 것 같다. 몰랐는데 인근 도서관의 책을 신청하면 이곳에서 받아볼 수 있는 모양이다. 나 너무 옛날 사람인가? 아이들이 크고 나서는 도서관을 잘 가지 않았는데, 안 가는 사이에 도서관 이용이 편리해져서 좋다.




최인호 작가님과 법정 스님의 산방 대담을 담은 이 책은, 지하철 역 도서관에서 처음 대출한 책이다.

읽다가 마음을 두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를 옮겨 보았다.


밤이 내려야 별이 빛나듯
-행복이 시작되는 지점



(법정)

이렇게 행복이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습니다. 내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고통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기침이 나오면 짜증이 나고 심할 땐 진땀까지 흘렀지요. 어떻게 이 병을 떼어낼까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처럼 나를 찾아온 친구를 살살 달래고 있습니다. 함께해야 하는 인연이니까요. 기침이 아니면 누가 나를 새벽에 이렇게 깨워 주겠느냐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아요. 다 생각하기에 달려 있지요.


(최인호)

저도 한 10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당황도 되었지만 '이 기회에 청계산이나 다니자' 해서 지금은 거의 10년째 매일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당뇨가 없었더라면 산에 안 다녔겠지요.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는데 의사가 "당뇨 때문에 남들보다 더 오래 사시겠습니다." 하더군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야지 생각했는데 직장에 구애받는 사람도 아닌데 매일인들 어떤가 해서 매일 가게 되었죠. 그렇게 다니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네요. 신문에 소설을 연재할 때 "1천 회 연재라니 대체 그걸 어떻게 쓰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1천 회를 쓰는 게 아니지요. 1천 회를 생각하면 숨 막혀서 못 써요. 침착하게 1회 1회 쓰다 보면 1천 회가 되는 거지요. 1회 쓸 때는 1회만 생각하고, 2회 쓸 때는 2회만 생각하고요.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 최인호 지음) 본문 중에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기침도 살살 달래어 함께 차도 마시고 물소리도 들으며 새벽을 보내신다고 한다. 어차피 함께 해야 하는 인연이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났다가 우울해졌다가 기복이 심한 내 감정들도 살살 달래면 함께 할 수 있을까? 오지 말란다고 오지 않을 녀석도 아닌데, 스님 말씀대로 어차피 함께 해야 할 룸메라면 말이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감히 응모할 거라는 꿈을 꾸고 작가 신청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치 한 번 해봐!!라고 등을 두들겨주는 것처럼 프로젝트 전에 합격을 시켜주신 것이다. 물론 나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ㅎㅎ

계속 고민을 했었다. 에이... 이제 합격해놓고 무슨 프로젝트 응모야..

합격수기 딸랑 하나 올려놓고 어떻게 브런치 북을 만들겠다는 거야,

적어도 일 년쯤 내공을 쌓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내 손아, 너 왜 자꾸 응모작품을 찾아봐?

브런치 북의 특징을 본다고 알겠니? 추천작, 당선작 보면 기죽어서 1년 후에도 못쓸 텐데 괜찮겠어?

그러다 결론은, 이렇게 망설이는 시간에 한 줄이라도 적겠다!!

결국 어설픈 브런치 북이 마감 5분 전에 완성되었다. 글 완성도 겨우 하느라 다듬지도 못했다.

응모하고 나서 다른 작품들을 보니 괜히 했나 싶다. 나는 글을 못 쓰는구나...

엄청난 현타를 느끼면서 혼자 밤새 이불 킥을 하다 잠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라잇 킷으로 저의 구겨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그래서인지 최인호 작가님의 말씀이 너무 힘이 되었다.

1회 1회를 쓰다 보면 모여서 1천 회가 되는 거라고,

1회를 쓸 때는 1회만 생각하고 2회를 쓸 때는 2회만 생각하라고,

다시 마음에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이불 킥을 1천 회쯤 하고 나면 내 글도 봐줄 만한 글이 되려나?

안되면 1천 회를 더하고,

또 안 되면 1천 회를 더하는 거지 뭐 ㅎㅎ.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설퍼도 브런치 북에 응모한 건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사실 작가 심사를 통과하고 글을 올릴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너무 내용이 없는 거 아닌가?

너무 감정적인가? 가짜처럼 보이지 않을까? 마음만은 진심인데....


엉망이지만 만들어보니, 아... 콘셉트와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구나, 글과 책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싶은 내용에 관한 자료들이 많이 필요하겠구나, 이래서 작가님들이 취재를 하시는구나,

어휘 공부도 많이 해야겠구나, 무엇보다 책 편식러인 나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풋을 채워야 뭐라도 아웃풋이 될 테니 말이다.

길지도 않은 글 10편 엮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운동도 해야 하나 보다.

어쨌든 해보는 건 안 해보는 것보다는 많은 득이 있었다.


(혹시 저처럼 이제 작가 심사를 통과해서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도전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감일에 임박해서 무언가를 짜내는 고통이 주는 깨달음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든 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많이 짜릿하고 뿌듯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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