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질문들
머릿속에 생각이 새까맣게 들어차서 멀미가 나는 것 같다. 2025년이 더 이상 내년이 아닌 올 해가 되고 좀처럼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 나는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는데 새로운 문장을 시작해야 하는 느낌. 하루는 똑같이 흐르고 날짜를 셈하는 숫자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뭔가 새롭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것만 같다.
계획에 집착하는 성격이지만 너무 생각이 많고 지나치게 신중한 탓에 신년 계획을 세우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매년 마주하는 같은 목표에 자책하고 일어설 시간도 필요하고, 너무 많은 목표들 중에서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고뇌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게다가 올 해는 처음으로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취준생, 혹은 백수의 신분이 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질문에 답을 내리는 시간도 필요했다. 어디로 취업을 할 것인지, 취업을 바로 할 것인지, 일단 취업을 하고는 싶은 건지..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성찰이었다. 수도 없이 반복했던 질문이지만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린 적이 없다.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답을 내리면 되는 문제'라는 글을 보았을 때는 잠시 반가웠다. 그리곤 금세 좌절했다. 나름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여전히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는가. 차라리 찾을 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 옆자리 어르신이 수학 문제를 풀면서 무언가 깨달은 듯 “아”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고민하는 인생에 대한 질문들도 “아”하고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나의 인생 드라마인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 중에서 굉장히 공감하고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질투하는 것도 있고, 조금씩 다 앙금이 있어요. 사람들하고 수더분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랬다. 나는 명쾌하지 않은 사람이라, 좋아하는 일이라도 마냥 좋은 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애증이 생기고, 권태기도 오고, 푹 빠져들었다가 홱 돌아서서 다시 마주하지 않기도 한다. 그림도, 사진도, 글쓰기도, 책 읽기도, 서핑도, 클라이밍도 그랬다. 그게 내가 답을 쉬이 내릴 수 없는 이유일까 한다. 금세 좋았다가 금세 싫어지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나라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떠올리는 것보다 지금 당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쫒는 게 명쾌하고 쉬운 일인 것이다.
4년 전부터 파이브 저널을 쓰기 시작했는데 질문 하나하나에 끙끙대면서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다. 5년 후의 모습을 4년째 그리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5년 뒤의 나는 어느새 앞자리가 바뀌어 있는 것이다. 나만 이렇게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건지, 잘 살기 위해 하는 질문들인데 나는 왜 더 혼란스럽고 괴로워지는지 알 턱이 없었다. 새로운 해가 다가오면 이유 모를 두려움과 조급함에 심장이 턱 막이게 답답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련한 나는 계속해서 이 질문들을 반복하며 살 것 같아서 올 해는 이 답이 없는 질문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 끊임없는 돌림 노래 같은 생각들에 괴로워 외면하고 싶지만 살면서 꼭 한 번은 답해야만 하는 질문들. 여전히 변덕스럽고 확신 없는 마음에 답이 수도 없이 바뀌고 방황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적어도 더 이상 이 질문들을 마주하며 숨이 턱 막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편함에 마주해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같은 답을 내리는 내리는 순간이 오거나, 확신할 수 있는 답을 적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더 많이 읽고, 쓰고, 들여다보면서 2025년의 끝엔 조금이나마 더 명쾌한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