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 전시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4.17일까지 열리는 아이웨이웨이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중국의 반체제 작가이자 현재 세계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미술과 정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가로 명명되는 아이 웨이웨이
2011년 영국의 미술잡지 ART RIVIEW에서 뽑은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중 1위
2011년 80일간 실종됐을 때 그는 차후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 리스트에 올라갈 인권운동가로 부상
2015년 ARTSY.COM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1위 - 제프 쿤스, 야요이 쿠사마, 데미안 허스트, 오노 요코를 제치고
2015년 3월 국제 앰네스티 인권상 수상
2022년 현재 아이 웨이웨이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374,731명
이 문제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화가의 단독 대규모 개인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시회에 맞추어 방한하려 하였으나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해 내한은 불발되었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인간 미래>로 국립현대 미술관 측에서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목표와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공동체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지를 다룬 작가를 드러내는 키워드로 선정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총 126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동아시아권 거장의 기획전을 꾸리고자 하는 미술관 기획으로 1년 전부터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전시장 입구는 이 검은 샹들리에와 작가의 대표작 원근법 연구로 시작됩니다.
무라노의 베 렌고 공방은 미술과 유리 공방의 협업을 통해 유리 공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목표로 설립되어 아이 웨이웨이뿐만 아니라 토니 크랙, 우고 론디노네와 같은 유명 미술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샹들리에로 보통의 샹들리에가 빛을 반사시켜 화려함을 뽐낸다면 빛을 흡수하는 검정으로 만들어져 샹들리에의 개념을 전복하고 있습니다.
샹들리에의 구성물들은 두개골을 비롯한 인체를 구성하는 골격입니다. 작가 스스로는 죽음에 직면한 어둠 속에 있는 인류를 묘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원근법 연구는 그의 다큐멘터리 <NEVER STORY 절대 미안하지 않아>의 포스터로도 쓰였습니다
그가 "중국 반체제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게 만든 사진 연작으로 웨이웨이의 저항성과 비판 정신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세계 유명 상징물들 - 바르셀로나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 미국의 백악관, 파리의 에펠탑 등 - 을 배경으로 fuck you를 날리고 있는 사진들입니다.
작가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구금에서 풀려나온 후에는 자신의 실종을 알리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경찰의 폭행으로 입원했을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트위터로 폭로한 것은
반체제 인사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위의 작품은 <색을 입힌 화병들 2015>와 <한나라 도자기 깨뜨리기> 퍼포먼스를 펼치는 화가 자신의 모습인데 고대 유물인 토기를 공업용 페인트에 담갔다 빼내고 유물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은 "근대화 도시화 속 훼손되는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 장 작품들 중 가장 큰 대작으로 한나라 황제의 무덤에서 출토된 옥 갑옷을 본떠 대나무로 만든 설치작품입니다.
1968년 중국 허베이성 한나라 유승의 무덤에서 금루옥의라는 수의가 나오는데 2400여 개의 옥 조각과 무게 1kg이 넘는 금실로 이어 붙인 것이었습니다.
옥 수의는 주검을 썩지 않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행동이었습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옥의를 통해 영원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부박하고 허망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옥과 금이라는 귀한 재료가 아닌 중국인의 생활 속 가장 친근한 재료, 땅 속이 아닌 천장에 일부러 매달아 전시한 모습 또한 아이러니함과 허무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읽힙니다
중국에서는 대나무로 연을 만드는 데 그 방법을 차용해 길이 12미터에 달하는 대형작품을 만들었고 이번 전시회에에서는 6 전시실 천장 쪽으로 띄워 창문을 통해서도 볼 수 있고 아래에서 위로도 볼 수 있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실의 벽지 또한 작품입니다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2015>로 컬러 프린트한 벽지 설치 작품입니다
구금 생활을 하며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주었던 트위터의 상징 새, 수갑, 카메라의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난민과 인권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전시의 일부입니다
멕시코 부패 경찰과 갱단에 희생된 아이들 문제를 다룬 <살아 있는 자 2020> 로힝야족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 <로힝야 2021>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된 우한의 모습을 담은 <코로네이션 2022> 프랑스 난민들의 모습을 다룬 <칼레 2018> 등입니다.
"모든 것은 예술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정치다. 그리고 예술은 반드시 승리한다"
아이 웨이웨이
아이 웨이웨이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 전방위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회화와 사진, 미디어, 공공미술, 건축, 도자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며 중국의 역사적 전통과 미학이 담긴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지금 시대의 문제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 사회적 발언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가장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생존"은 작품을 통해 관람객을 향해 거침없이 솔직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가진 호방함, 대륙적 스케일은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도발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에 매우 잘 부합해
보통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미술적 속성- 애매함, 미묘함, 지나친 개인성-과는 확실히 다른 감상을 안겨주고 있기도 합니다
서구 선진 사회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치 사회적 이슈를 능숙하고 센세이셔널하게 다룬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굉장히 영리하고 전략적이며 그래서 어쩌면 진정성보다는 그 관심을 모으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이용할 줄 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다양한 작업들이 "재미"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중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5세대 감독인 첸 카이거와 장예모와도 함께 공부한 사이인데
그들의 현재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는 작업을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한다는 것 또한 남다른 지점입니다
아이웨이웨이는 글도 많이 쓰고 말도 많이 하는 화가입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담론을 주도하고 쇼맨 쉽도 뛰어납니다
아이웨이웨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가 과장이 심하다고 느끼는 부류와 존경심을 가지는 부류
평론가 피터 세 달은 "아이웨이웨이는 정치 미술가인가, 솜씨 좋은 정치인인가?"라는 리뷰 기사를 썼고 평론가 로버타 스미스도 "미술가의 역할을 훌륭하게 사용하는 것치고는 훌륭한 작품을 내놓지 않는다"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동시대다운 작가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형식과 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변칙적이면서도 유연히 대처하며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그가 말한 아래의 발언은 그래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미술 활동은 곧 인간입니다. 여타 활동과 다르지 않아요"
"서구의 많은 미술가들은 복잡하게 배배 꼰 형식의 자기 검열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표현이 자유를 낭비한다. "
"미술은 무책임해도 되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미술은 항상 용도를 갖고 있습니다. "
"저에게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총체적 행위입니다. 그전에는 미술 행위로 생각하지 않았던 정치적 논쟁과 글쓰기 같은 많은 일을 도입하고 있어요"
예술이 구상과 성찰, 사유의 운동을 통해 우리 인간을 자기 자신으로 사물로 세계로 나아가 존재 자체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념적이고 우아한 논리와 이론이 아이웨이웨이의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직접적이라서 화가의 의도가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도 하지만 그가 논쟁적인 동시대 작가, 그리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좋든 싫든 감각적 충격 혹은 호기심과 흥미로움을 안겨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4/17일까지 전시가 지속되니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