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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롱이 Oct 15. 2021

선생님의 장래희망

선생님은 아직도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나는 초임 선생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10명 중 9명은 잘 모르겠다거나 일단 지금 시작한 일에 잘 적응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몇 선생님은 당당하게 교육감이 되고 싶다거나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등 멋진 답변을 하거나, 홀랜드 오퍼스의 선생님처럼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도 한다.

 나는 이렇게 미래가 그려지는 선생님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자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우리가 한창 성장하고 배울 때는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자주 물어봤다. 하지만 막상 무언가가 되고 나면 그런 질문들이 멈춰진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까지도 멈춰버리는 게 아닐까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선생님은 먼저 교사로서의 자질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상 어떤 특별한 업적을 이루지 않더라도 정년 때까지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더 노력하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금세 열정이 식고 타성에 젖어버리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계속되는 장래희망이 필요하다.


 먼저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의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야간, 주말을 이용해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하지만 교사는 석사과정 파견제도를 이용해 진학할 수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와 서울대학교는 교육부와 협력해 현직 교원 특별전형으로 석사과정을 뽑는다. 시도교육청마다 일정 인원이 분배되며 등록금이 면제 또는 일부 지원된다. 이 기간 중 월급이 나오지는 않지만, 연구활동이 인정되어 일정한 호봉은 지속적으로 올라간다.

 석사과정을 해외 유학으로 하고자 한다면 유학휴직을 할 수도 있다. 유학휴직의 장점은 본봉의 50%와 일정한 호봉의 인정을 받으며 학위 취득을 위한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학성적, 입학허가 등의 서류를 구비해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학원의 전공은 교육학 또는 본인의 전공 교과에 한정하여 정할 수 있다. 휴직의 기간이 수학 기간 이내로 엄격하게 한정되기 때문에 학기의 기간 확인과 서류 처리를 잘하여야 한다. 한 분야의 박사과정까지 밟는 선생님 중에는 승진이나 대학 교수, 연구기관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분들도 있다.


 교사는 전직을 통해 장학사, 연구사로 불리는 교육전문직으로 직무를 변경할 수 있다. 학교 소속의 교원이 아닌 교육청 소속의 직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교육전문직은 주로 교육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과 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가장 이르게 전직하는 방법은 교육부 연구사가 되는 것이다. 정규교원으로 5년 이상 근무하고, 1급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서류, 필기, 면접, 현장실사의 단계로 선발되며, 최소 7년 간 교육부에서 근무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본 교육청 소속으로 복귀하게 된다.

 다음은 교육청 장학사, 연구사가 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을 기준으로 정규교원 중 교육경력이 12년 이상(기간제 경력 포함, 경기도 최소 5년 이상 근무)이어야 하고, 1급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전형, 전문전형으로 나눠 선발하며 근무평가, 필기, AI직무접합성평가, 정책토의토론, 기획 발표의 전형을 거친다.

 전문직이 된다고 해서 월급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없어지는 수당이 있으며, 교사 최고 장점인 방학마저 사라진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성취를 맛볼 수 있으며, 이후 교감 승진에서도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교감과 교장 같은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이 있다. 교원의 직급은 교사, 교감, 교장뿐이기 때문에 관리자를 제외하면 모두 평교사인 셈이다. 경력 20년 이상의 교사 중 2% 내외만이 교감으로 승진한다고 하니, 소위 말하는 '관운'이 없으면 대부분의 교사는 평교사로 퇴임을 맞이하게 된다. 평생 학생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관리자로 교육철학을 가지고 조직을 경영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최근 교장공모제와 같은 비선형적 제도도 확산되고 있지만, 선발 인원은 매우 적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승진대상자는 경력, 연수성적, 근무성적, 가산점의 네 가지 기준으로 선정된다. 경력은 20년이 넘어가면 모두 만점이므로 기본점수라고 보면 된다. 연수성적은 교육성적과 연구성적으로 나뉜다. 교육성적은 10년 내 이수한 4학점 이상의 직무연수 중 3회의 점수를 평가대상으로 한다. 얼마 전까지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성적도 교육성적에 포함되었으나 지금은 삭제되는 추세이다. 연구성적은 연구대회 입상실적과 학위 취득실적(석사, 박사)으로 나뉜다. 근무성적은 교장(40%), 교감(30%)의 근무성적 평가와 동료 교사의 다면평가(30%)를 합산해 산출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점수는 승진을 앞둔 사람이라면 모두 만점을 받는 항목들이다. 따라서 승진은 가산점에서 변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통 가산점은 도서벽지 및 농어촌 근무경력, 연구학교 근무, 해외 교육기관 파견, 직무연수, 학교폭력 유공이 있다. 그밖에 교육청별 선택가산점에는 경기도교육청을 기준으로 지역 근무 가산점(도서벽지 근무), 직위 근무 가산점(교육전문직 또는 보직교사), 연구학교 참여, 교육활동 및 학생지도(담임 경력, 시도대회 입상, 청소년단체 등이 있으나 수시로 바뀌고 있음)가 있다.


 대학원 진학 및 유학은 상대적으로 단기 목표가 될 수 있고, 교육전문직원으로의 전직은 중기, 관리자로의 승진은 장기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선생님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경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은 전직이나 승진에 관심이 없다. 대신 그보다 더 재미있고 보람 있는 사진, 그림, 글쓰기, 여행, 공예, 자전거, 유튜브, 주식투자 등 취미생활에 꿈을 가진 선생님들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되었다면, 그 후에는 무엇이 되었든 교사 이외의 장래희망을 하나씩 더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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