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동차를 운전했던 그 느낌처럼.
1. 첫 만남
수백번, 아니 수천번,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통해 이착륙을 했고 눈으로 보고 영상으로 간접체험을 한 나에게 실제 비행기의 조종석은 생소하면서 두근거리는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나 한번쯤은 고대하던 순간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자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 있는 한 노상카페에서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을 한다던가,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넘나드는 산악 기차 안에서 설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아주 특별한 기억들을 말이다.
나에게는 내 훈련기인 Cessna 172SP 가 그런 존재였다. 그 특유의 조종석의 냄새는 마치 외갓집을 방문했을때 나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것이여서 평소에 기계 특유의 녹 냄새가 날 줄 알았던(조종석에는 계기판이 많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랄까.
그런 조종석에서 고도계, 속도계와 같은 중요한 계기들이 어디있는지 설명듣고 외부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지금이라면 상당히 간단해보이는 비행기 구조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외울게 산더미 같았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자동차가 무슨 엔진을 달고 몇 마력으로 날아가고, 속도계와 기어박스는 어디있는지, 그리고 그 기어박스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등을 다 알아야 하는게 조종 면허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첫번째 자격증인,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순간 흔히 모든 비행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지식을 50% 이상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아주 고되고 힘든 과정이라고 한다.
2. 처음으로 겪은 미국적 사고방식
이와 별개로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듣는 학술 강의(Ground School)가 있어 매일 2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한 달 간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비행 교관이 직접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보통의 수업인데 특이한 것은 대부분이 멕시코, 미국, 인도 계열의 외국인이다. 대한민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나에게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느낀것은 상당히 내가 쭈글이(?)로 살았다는 것.
예를 들자면, 나의 일은 아니지만, 아는 형이 추구하는 교육방식이 지금의 비행 교관과 달라 고민이라고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마치 한국에서 담임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선생님과 있고 싶다는 격인데 한국인의 정서라면 '바꾸고 나서 내 평판이 안좋아지면 어떡하지?', '저 선생님이 나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고 다니지는 않을까?' 라는 타인중심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제 3자인 내가 그 말을 들었을때 어떻게 해야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미국 친구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 니가 너의 돈을 지불하고 학교를 다니는건데, 왜 그 사람을 신경쓰고 평판을 신경쓰냐? 여긴 미국이야. "
와-
듣고 난 뒤에 바로 뱉은 말이었다. 내가 만약 미국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문화를 경험해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미국에 있으면서 정말 수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사람들과의 대화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의 사고방식!' 으로 이해하고 대화를 했고, 원만하게 해결됐었다. 지금은 다시 직장의 영향때문에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돌아오고 있지만(이 과정속에서 수 많은 마찰에 부딪히는 중이다!) 할 말은 하고 사는 미국인들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꼭 이런 사고방식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3. 첫 비행
교관과의 첫 미팅이 있고 일주일 뒤, 첫 비행을 했다. 학술 강의와 집에서 하는 CBT 교육으로 미리 Chair Flying(한국에서는 머리비행 이라고 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하는 비행)을 했지만, 비행전부터 시작되는 각종 체크리스트 수행은 나를 충분히 당황시켰고 긴장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활주로에 항공기를 정렬시키고 내가 직접 엔진 출력을 올려 조종간을 서서히 당기는 그 순간은 잊지 못한다.
첫 비행은 간단했다. 항공기가 어떤 시스템으로 진행되는지 천천히 조작하며 조종하는 것이었고, 좌회전-우회전과 같은 선회와 상승/하강 만을 했고 이후 공항으로 복귀했다.
수 많은 항공기들 교신을 비행하며 들었는데 나도 그들과 같이 조종을 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었고 행복하게 비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많이 들었던 첫 비행이었다.
그 이후로 비행을 할 때마다 마음고생을 참 많이 하긴 했지만...^^ 추억은 언제나 회자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