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로 혼자 나간 경험을 기억하나요? 수 많은 자동차들에 둘러쌓여 우회전을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끼어들기를 하지못해 하염없이 직진하던 제가 생각나면서, 첫 운전을 수동으로 했던 제 친구는 출발할 때마다 시동을 꺼뜨려서 비상등을 자주 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첫경험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항공교통관제사로 근무할 때 항공기에 처음으로 접근 허가를 줬던 대한항공 1115편, 첫 정밀접근관제업무(PAR)를 제공했던 항공기 콜사인을 기억하고 녹음했을 정도로 상당히 뜻깊었네요. 이처럼 모든 것들의 처음은 항상 제 뇌리에 기억이 남고 대부분은 다이어리에 기록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한지 세달이 된, 19년 7월 9일 주말, 조종사라면 한번은 꼭 겪게되는, 아니 무조건 겪어야만 하는 행사를 치뤘습니다. 바로 솔로 비행(Solo Flight)
이 솔로 비행은 상당히 뜻깊습니다. 몇십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쌓으며 제 교관에게 조종에 대한 인정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라고 하지만 쉽게 말하면 죽지 않고 살아올 녀석에게 '한번 혼자 날아봐라-' 고 하는 것이죠. 저의 솔로비행은 그 더운 미국의 중부 텍사스의 35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 했네요
솔로 비행을 하기 전에는 항공기를 조종할때 겪을 수 있는 비정상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이착륙 기술을 익힙니다.
이륙과 착륙 중 충분한 추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기수를 비정상적으로 들어 속도가 낮아지며, 항공기가 충분한 양력을 받지 못해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실속(Stall) 에 대한 회복절차,
공항 주위를 일정하게 돌며 이착륙을 하기 위한 의사소통 능력(규정된 용어들을 사용해 ATC Phraseology를 사용하는 것),
텍사스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옆바람을 이겨내고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이착륙 시킬수 있는 능력
이외에도 여러가지를 두루두루 갖춰 교관의 인정을 받아야만 나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조종에도 감이란게 있습니다. 누구는 10시간만에 이런 감을 찾고 '조종인재' 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100시간이 넘어도 주변에서 보기엔 정상적인 착륙이 힘든 '문제아' 로 불릴 수 있는 것이죠.
제가 첫 솔로비행을 했던 곳은 공항관제탑이 없는 Non-Tower Airport 였어요. 미국은 도시 안에 공항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예를들어 제가 비행했던 곳에서는 Airport 라고 불리는 곳이 10곳이 넘네요) 모든 공항에 항공교통관제사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공항에서는 정해진 법과 규칙에 따라 조종사들이 소통하며,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공항에는 교통량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같은 초짜들에게는 편한 공간이죠. But, 여러 항공기들이 동시에 소통하고 이착륙을 한다? 그럼 까다로워 집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비행하는 공간에서는 자동차처럼 멈추고 상황파악을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내가 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진다? 그럴수록 빨리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들에게 인적 요인(Human Factor)과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매 비행이 끝나고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기간동안은 공항의 정보를 알 수 있는 SC(Supplement Chart)와 액션캠으로 녹화해둔 영상을 보며 그 날의 비행들을 리뷰하고 개선하고 다음 비행을 계획하고 준비해 나갑니다. 상당히 스트레스 받지만 그만큼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저에게 항공교통관제업무에 종사한 경험은 조종을 배우는데 많은 이점이 작용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국땅에서 영어로 말하기도 버거운데, 600쪽이 넘는 미연방항공청이 발행한 항공교통관제절차(FAA Job Order 7110.65)를 읽고 이해하고 숙달하기에는 상당히 힘들걸 전 4년간 미리 해 왔으니까요. 이 경험 덕분에 저는 혼자 비행 나갈때도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항공교통관제사와 라디오 교신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도심을 뚫고 비행하는(혼잡지를 비행하려면 대부분 관제사와 교신을 해야합니다) 행위를 잘 하지 못하죠. 예를 들자면 국제공항 위를 지나가거나, 수많은 빌딩들이 밀집해있는 도심지 위를 비행하는 행위 들이 대표적인데, 저는 그런 곳을 날아갈때마다 행복했습니다.
이런 요건들을 다 통과하고 교관과 두번 정도의 이착륙을 한 후에 제 로그북에 Solo Endorsement 사인을 하며 비행기에 내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악수를 청하죠, 살아서 돌아오라고. 그 악수는 참 인상 깊을겁니다. 수십시간의 비행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정이 많이 쌓인 교관에게 악수를 받으며 혼자 조종을 해야한다는 것, 갑자기 긴장감이 확 몰려옵니다. 당시에 우연찮게 항공기도 조금 있어서 어디에 항공기가 있는지 파악하고 교신하고, 조작하며 이륙하던 순간은 저에겐 1분 정도로 지나갔습니다(실제 비행은 20분 넘게 했었네요)
그렇게 첫 솔로비행을 끝내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교관을 태우고 다시 학교로 허겁지겁 돌아 왔습니다. 제 솔로비행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늦게 간다면 그만큼 뒤에 예약한 학생의 비행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요. 허겁지겁 학교로 돌아오고는 다음 비행이 있다는 교관과 짧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축하한다고.
그 날은 술한잔 했던걸로 기억하네요. 고기도 같이 먹었나? 미국은 소고기가 워낙 싸서 소고기에 와인이 그렇게 사치가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