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미연방항공청에서 정한 일정한 비행경험을 쌓으며, 동시에 그에 맞는 비행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비행교관에게 자격시험 전 최종 점검인 Pratical Test을 거쳐 합격하면 교관으로부터의 승인서인 Endorsement를 받게 된다. 그럼 모든 준비가 끝난다.
미국에서 조종사 자격에 응시하기 위한 필요한 비행경험은 두 가지 조건에 따라 나뉜다. Part 61 그리고 Part 141.
미연방항공법 14 CFR 에는 Part 1, Definitions and Abbreviations부터 Part 1552, Other Rregulations Pertaining to Transportation, Flight schools로 나뉘어 있다. 그중 Part 61, Certification: Pilots, Flight instructors, and ground instructors와 Part 141, Pilot schools 이 있는데 비행을 배우는 사람이 어떠한 과정으로 교육받냐에 따라 그에 필요한 자격 요건도 달라지게 된다. 두 가지의 차이점은, 쉽게 말하자면, 일을 하며 조종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Part 61 자격 요건을, 우리와 같은 국제학생 대부분의 경우 일정한 학교의 학생이면 Part 141 자격 요건을 응시해야 하는 것이다.
Part-time student, Full-time student 차이인 것이다.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유학비자인 ‘M’을 가지고 입국해야 합법적 체류가 가능한데 그런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학교가 Part 141이고,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해당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비자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추후에 말하기로…^^
보통 항공유학을 온 학생들의 조종사 자격증 취득 순서는 PPL - IR - CPL(Single/Multi) 순인데 오늘은 내가 가장 처음 취득했던 PPL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먼저 PPL(Private Pilot License)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최소 비행시간 35시간( 3 hours of night flight, 3 hours of Cross country, 10 times of takeoff-landing, 3 hours of flight solely by reference to instrument of Straight and Level flight, Climb, Descend, Recovery from unusual attitude, 3 hours of practical test flight 등을 포함한)
2. 비행 지식 수업 (아래 내용을 포함한)
(1) Applicable Federal Aviation Regulations for private pilot
(2) Accident reporting requirements of 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3) Applicable subjects of the “Aeronautical Information Manual” and the appropriate FAA advisory circulars;
(4) Aeronautical charts for VFR navigation using pilotage, dead reckoning, and navigation systems;
(5) Radio communication procedures;
(6) Recognition of critical weather situations from the ground and in flight, windshear avoidance, and the procurement and use of aeronautical weather reports and forecasts;
(7) Safe and efficient operation of aircraft, including collision avoidance, and recognition and avoidance of wake turbulence;
(8) Effects of density altitude on takeoff and climb performance;
(9) Weight and balance computations;
(10) Principles of aerodynamics, powerplants, and aircraft systems;
(11) If the course of training is for an airplane category or glider category rating, stall awareness, spin entry, spins, and spin recovery techniques;
(12) Aeronautical decision making and judgment; and
(13) Preflight action that includes -
(i) How to obtain information on runway lengths at airports of intended use, data on takeoff and landing distances, weather reports and forecasts, and fuel requirements; and
(ii) How to plan for alternatives if the planned flight cannot be completed or delays are encountered.
내가 다니던 학교를 포함해 모든 Part 141 학교에서는 단계별 비행 평가인 Stage Check 이 있다. 통상 3개의 Stage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정해진 이론과 비행기량이 충분히 올라왔는지 평가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여러 번 재평가가 가능하지만 항공사 소속 훈련생의 경우에는 이런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척 스트레스받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일본 항공드라마 Miss Pilot에서 이런 모습이 잘 반영되어 있는데 North Dakoda에 비행하러 간 ANA(전 일본 공수) 소속 Cadet 중 반 정도의 인원이 Stage Check에 합격하지 못해 떨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본 드라마들이 현실 고증이 참 잘 되어 있는데 Miss Pilot은 꼭 한번 볼 만하다.
3개의 Stage를 통과하고 나면 시험과 똑같은 모의고사인 Practical Test를 보게 되는데 충분한 지식과 비행기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구술심사, 비행 심사를 거치게 된다. 누구나 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험에 떨어지면 해당 비행 과목이나 지식을 다시 공부하고 교관과 확인한 후에 재응시가 가능했다. 한번 떨어지면 목표했던 비행시간을 초과하게 되고, 한 시간마다 보통 $220의 금액이 드는 것이다. 유학생 신분에 돈이 민감한 것은 맞지만 배움에 있어 돈에 얽매이면 안 된다. 한국에 돌아와 같이 비행했던 형들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돈이 쫓기는 조급함이 나를 궁지에 몰리게 하고 같이 비행하는 교관도 피곤해지는 불상사로 이어지더라. 비행 때는 비행에만 전념해야 한다.
Practical Test를 끝내고 나면 실제 시험을 보러 가게 된다.
먼저 한국에서는 DPE(Designated Pilot Examiner, 시험감독관)이 직접 해당 공항/학교를 방문한다. 학생이 익숙한 공항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첫 면허시험을 주변 지형이 익숙한 공항에서 한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다. 하지만 미국에선 DPE에 따라 그들의 공항에 자기가 직접 항공기를 가지고 가서 시험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게 시험에 응시했다. 시험을 보기 며칠 전에 교관의 권유로 해당 공항 지형을 숙지하고 그 공항에서 이착륙 연습을 여러 번 했다. 그 공항은 활주로의 폭이 좁아 착륙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도전해야지!
시험 치기 하루 전, 구술시험 최종 점검을 하고 DPE가 요구한 VFR 비행계획서를 작성하며 그에 필요한 기상자료, 항공 고시보, 그리고 오픈북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연방항공법과 항공정보 매뉴얼, 항공기 정보가 담긴 POH, 시험에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점검한다. 이때부터 보통 긴장감이 몰려오기 때문에 밥은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수능보다 더 떨려서(?) 수면유도제인 멜라토닌을 먹고 잤는데 아마 이때부터 멜라토닌을 종종 먹기 시작했던 거 같다. 수면유도제의 단점은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하는 것. 깨어나도 푹 잔 거 같지 않고 항상 꿈을 꾼다. 5살 때 아이들과 신나게 알롱이 달롱이를 하며 놀았던 기억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겪었던 힘들었던 기억까지.
새벽 5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대충 씻고 난 뒤 차를 타고 학교로 출발한다. 이때만 느낄 수 있는 새벽녘의 공기, 그리고 가죽과 차량 특유의 냄새는 지금도 기억난다. 2007년식 미니 쿠퍼를 같은 비행학교를 다니던 형에게 적당한 가격에 구매했는데 당시에는 싼 값에 샀기 때문에 미니 쿠퍼를 흔한 ‘이쁜 쓰레기차’라고 느꼈고, 주변의 형들도 그렇게 평가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은 사이즈인데 반해 스포츠카 수준의 엔진을 장착했으니 이음새 부분에 누유가 생기기 십상이고 수리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차가 고장이 나서 딜러샵에 수리를 맡길 일이 있었는데 그쪽에서 수리기간 중에 렌터카로 2019년식 미니 쿠퍼를 제공해주었다. 탑승해보니어느 차에서도 그렇듯이.. 새 차는 역시 좋더라^^
비행기가 출발하기 최소 30분 전, 그리고 교관이 오기 전 비행 전 점검(Preflight Inspection)을 끝내고 비행기를 지지하던 밧줄을 풀면 비행준비는 끝난다. 활주로와 주기장을 비추던 불은 모두 꺼져있고 주파수는 고요하다. 관제탑이 운영되려면 3시간이 넘게 남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내가 있던 중-소형 공항 같은 곳은 관제탑과 공항의 불들을 24시간 작동시키지 않고 조종사가 직접 통제하는 PCL(Pilot Controlled Lighting) 시스템을 사용하고, 관제탑이 운영되지 않거나 운영시간이 종료된 경우 CTAF(Common Traffic Advisory Frequency)로 조종사 상호 간에 정보교환을 한다. 자율적으로 이착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엔진 시동을 걸고 내 공항 CTAF와 관할 출발/접근 관제기관의 주파수를 라디오에 입력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고요하다. 이륙 활주 전 마이크 키를 일곱 번 (틱-틱-틱-틱-틱-틱-틱) 하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활주로가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