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vate Pilot을 향해!
“Regional Approach, N52243, We’re about 6nm from Grand Prairie, maintaining 1500. Requrest flight-following to Hicks airfield, T67”
고요한 하늘, 동틀녘의 하늘은 조용해 주파수에는 관제사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 바로 밑에 펼쳐진 I-30(Fort Worth와 Dallas City를 가로지르는 Freeway)는 출근 차량들로 정체되기 시작했다. 무척 대조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차량들의 불빛과 석양, 그것을 하늘에서 넓디 넓은 시야로 본다는것은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수 많은 ‘조종을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않아 어둠 속에서 공항을 찾아야했다.
‘The airport is 5 miles ahead of you, advise when has it insight(5마일 전방에 공항이 있으니 보이면 보고해라)’
는 관제사의 지시를 받았는데도 나와 교관은 공항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공항은 경비행기를 소유한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 지은 곳이였기 때문에 좁고 짧은 활주로, 중강도의 활주로등과 공항식별등만이 있었다. 나와 교관, 도합 4개의 눈을 부릅뜨고 바깥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으나 새벽에 그 자그마한 비행장의 활주로는 도저히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Look, Over there!“
항공기를 보관해놓는 행거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 공항에 수많은 항공기들을 보관해놓는 곳이라 비행기들의 주차장인 행거가 하얀색으로 빽빽하게 모여있어서 교관의 눈에 잘 띄었다. 곧이어 공항식별등인 Aerodrome Beacon과 활주로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Regional Approach, We have the airport insight”
“Roger, Radar service terminated, Squawk and mantain VFR, frequency change approved”
“Thank you, have a great day!”
관제사에게 감사인사를 남긴 후, 우린 공항에 착륙한 후 DPE의 행거에 항공기를 주차시켰다. 해가 아직 다 뜨지않은 시간, 텍사스의 시그니처인 커다란 픽업트럭, 그리고 캠핑카와 작은 경비행기 하나가 보관되어 있는 행거에 구수한(?) 할아버지 인상의 ‘Bill’ 이 우리를 마중나왔다.
오늘 내 면허시험을 봐 줄 DPE는 ‘Bill’. 시험을 평가하는 DPE들은 대부분이 조종사를 은퇴하신 분들로 겉으로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시다. 이런 분들이 한 때 전투기를 몰고, B707부터 MD-11, B747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정말 많은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으니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특히, Bill은 텍사스식 전통 브런치를 사주는 고마운(?) 분으로 소문이 나 있다. 거의 모든 DPE들은 점심을 사주지 않기 때문인데 그도 그럴것이 시험을 본다는 것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끊임없이 이어서 하기 때문에 식사를 할 시간이 없다. 보통의 경우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는데, 이 DPE는 학생과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며 그 분의 인생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비행기를 좋아하고 비행클럽에 몰래 들어가 조종을 했었단다. 그러다 비행클럽의 Owner에게 발각되어 엄청나게 혼났는데, 그것보다 법에 저촉되어 그의 인생에 빨간줄이 그일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에 위험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오너에게 용서를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청소부로 취직해 돈도 벌고, 비행교관 자격증도 저렴하게 취득할 기회를 얻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비행을 했다. 그리고 공군에서, 항공사에서 기장으로 몇십년간 조종을 하고 은퇴를 했다. 그는 이제 비행학교를 운영하고, FAA Designated Pilot Examiner(DPE)로 노년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 들은 이야기로 그 사람의 인생사 전체를 느낄 수 없었지만 내가 보았던 그의 아우라와 언행에는 그만의 삶의 흔적들이 녹아 있었다.
비행시험은 정말 많은 체력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걸린다.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온 내가 저녁 7시에 집에 들어갔으니, 하루를 전부 비행시험에 쏟아부은 것. 아침에 오자마자 짧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에 들어가서는 바로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 시작 전 DPE는 학생으로서의 시험 순서와 학생의 권리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FAA Regulation 대로 자격요건을 채웠는지 여러가지 서류들을 확인하고 준비가 끝나면 Oral Test, 구술시험을 실시하게 된다.
비행 이론, 항법, 항공기 구조, 특성, 그리고 미리 요청한 VFR Cross-Country Flight-Plan과 관련된 기상예보인 Airmet/Sigmet/TAF 등과, 경로상의 NOTAM 등을 평가하게 되는데 적어도 2~3시간 정도를 DPE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다.
학생조종사이기 때문에 DPE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30년이 넘는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든 비행지식을 단 60~70시간 비행한 학생의 지식으로 대답하기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도록 비행 시작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DPE들은 학생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렇듯 한 질문에 자유롭게 의견교환을 하다보면 주관적인 견해가 녹아든 답변을 하게된다. 위험성이 크다. 시험을 보러온 입장에서 내가 옳지 않은 생각을 말하고, 옳지 않다는 답변을 듣는다면 ‘나 떨어지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평정심을 잃게 된다. 그래서 최소 5번을 여러 교관과 돌아가며 Oral Test를 준비하고, 대부분이 ‘주관적인 견해가 섞인 답변을 하지말고,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야기 해’라는 조언을 한다.
자유롭게 의견교환을 하며 무엇이 틀리고 맞는지 의사교환을 하는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매번 생각한 나에게는 항상 의문이었다. 근데 내 DPE였던 Bill은 이러한 점을 이해해주었다.
Bill은 나에게 MEL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Minimum Equipment List 로, 항공기 운항전 부품 등에 대해 이상상황이 생길 경우 해당 부분을 제하고 비행을 진행할 수 있는지 Go/No-go를 결정할 수 있는, FAA에서 허가받은 List 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
“그게 다야?”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Oral Test guide book이나 교관과의 연습에서도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MEL 이랑 비슷한게 몇개 더 있는데, 혹시 아는게 있어?”
사실 KOEL과 MMEL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내 교관은 해당 내용이 불필요할 정도로 깊게 다루니까 알 필요 없다고 했다. 근데 나는 병(?)이 한번 도지면 끝까지 알때까지 찾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해당 내용을 정의하고 정리했었다.
“KOEL, MMEL 에 대한 내용이 있어. KOEL의 경우 특정 상황(VFR Day, Night 등)에 대한 최소 장비 목록을 규정지은 것이고, MMEL은 Master Minimum Equipment List로 항공기 기종별로 필요한 최소 장비 목록을 규정지은 것이며 MMEL에서부터 항공기별로 MEL을 따와”
대답을 했더니 자기가 시험 본 학생중에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은 처음이라고, 칭찬하더라. 그 여파로 다른 구술 문제들은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어느것이라도 간과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는 태도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고 상당히 뿌듯하더라. 그 칭찬 하나로 내 습관이 더욱 굳건해지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해하려고 하는것은 배움의 좋은 자세다’ 라고 말했던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Oral test가 끝난 후 공항 근처의 식당 ‘Beacon Cafe’ 에서 교관과 나, DPE 셋이서 식사를 했다. 전통적인 미국식 브런치를 파는 가게로 다양한 메뉴들이 즐비해 있었던 가게로 ‘내 인생에 아침밥은 없다!’ 로 살아가던 나에게 미국식 전통 아침밥을 처음 먹을 수 있었던 곳(?)이다. 음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텍사스 특유의 컨츄리음악과 비행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가게는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공짜밥! 이라서 더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DPE는 Preflight Check를 하고 있으라고 했다. 수십번 해왔던 절차대로 Flap을 내리고, 모든 불빛들이 정상적으로 들어오는지, Aileron 과 Elevator, Rudder는 잘 작동하는지 등의 점검을 하고 좌석에 앉아 다시한번 머리속으로 절차를 되뇌이고 있었다.
10분 후, DPE는 헤드셋을 가지고 내 옆에 탔다.
“You ready? Let’s go-!“
엔진 시동을 걸기 전 그가 나에게 말했다.
‘자격증을 딴 이후에 너는 어느 누구도 태울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나는 평가관이자, 너의 첫번째 승객이다’
Private Pilot License 를 취득한 후로는 옆좌석에 돈을 받지 않고 누구라도 태울 수 있는 조종사기 때문에 옆에 사람을 태우고 비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평가관이자, 승객으로서 내가 정해진 법규와 절차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탑승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했다.
기본적인 Passenger Briefing인 SAFETY(Seat-belt,Air-vents and environmental controls,Fire equipement,Emergency-exits, Traffic/Talking, Your questions?) 순으로 설명을 시작하고 체크리스트에 적혀있는 절차들을 수행하며 이륙을 준비했다.
어느 비행과 마찬가지로 기상정보 수신, CTAF Freq(Common Traffic Advisory Frequency, 조언 주파수)로 맹목 방송을 하며 주위 항공기들과 소통, 50ft 장애물이 있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빨리 이륙해 거리당 최대 상승률을 가지는 이륙법인 Short-Field Takeoff Method 이륙, Flight Maneuver 평가, 엔진 정지 등의 비상상황시 절차, 비행장 입항 중 다른 공항관제구역을 침범하는지와 적절한 방법으로 비행장으로 들어오는지, 그리고 착륙떄 50ft 장애물이 있다는 가정 하에 착륙하는 방법인 Short-FIeld Landing과 비포장활주로에 착륙할때를 가정하여 부드럽게 착륙하는 Soft-Field Landing 을 평가했다. 비행시간은 대략 2시간.
긴장을 풀기 위해 이륙하기 전 깊은 심호홉을 했다.
그걸 본 Bill이 나에게 말했다.
“자신감있게 해”
웃기게도,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긴장이 없어지더라.
비행기에 내려 DPE와 사무실을 들어가니 오후 4시가 되었다, 그리고 DPE는 내 Student Pilot License 에 펀치기로 구멍을 내며 말하더라.
“ Congratulations! Now you are the pilot “
비록 나머지 3개의 자격증을 더 따기위해 많은 고생을 해야하겠지만, 어쩄든 꿈에 그리던 조종사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10시간이 넘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DPE와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난 뒤 비행학교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한창 Crosswind로 Side-slip 착륙이 잘 되지 않아 교관에게 야단을 들었을 때, DFW Founders’ Plaza에서 DFW국제공항으로 쉴새없이 내리던 항공기들을 봤었다. 20노트가 넘는 측풍에 아주 부드럽게 내리는 항공기들을 보며 ‘난 언제 저렇게 내릴까?’ 생각에 잠겼던 때가 떠오르더라.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나니 ‘여유’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나를 되돌아보면 여유가 상당히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상사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는 것에 몸에 밴 나에게는 당연한 것. 미국에 온 처음엔 그래서 상당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개인주의 성향과 남을 존중하며 조화롭게 지내는 미국이란 나라에 내 자신을 노출시키며 점점 내 시야와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무언가를 해결해야 나에게 자립심을 기를 수 있었고, 또 머나먼 이국땅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고칠 수 있었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사색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특히 매 비행 순간순간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내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더라.
그렇게 나는 미국에서 Airman 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