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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ife as A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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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zel Aug 08. 2021

안전을 생각합시다!

Always Safety- first.

Callsign, Pushback and ENG start-up approved.


큰 공항에서 항공기들은 끊임없이 착륙하고 이륙한다. 코로나로 인해 항공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 국내선의 경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항공기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나가고, 혼잡할 때도 존재한다. 특히 공간이 한정적인 계류장 지역에서의 관제업무 수행은 여러대가 동시에 푸쉬백 요청을 하는 경우 더 복잡해진다.


하늘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항공기가 움직이기 때문에 적시에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지상에서보다 넓은 공간을 삼차원으로 활용해 수평, 수직, 종적 등의 방법을 이용한 분리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항공기들이 입항하거나 출항하기 때문에 항공기간의 지상 간격 분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푸쉬백(Tug를 이용해 항공기를 뒤로 밀어 지상활주를 할 수 있도록 Taxiline에 정렬시키는 행위)을 하게 된다. 그 때 쓰는 용어가 바로 위의 ATC Phraseology 다.


MD-11 와 B737의 푸쉬백, Sao Paulo Airprt, by Mikefox(Airliners.net)

공항의 특성상 어느 부분은 항공기들이 푸쉬백을 하게 되면 특정 지역으로 진입, 통과해야하는 항공기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통상 First Come, First Serve 에 따라 항공기들을 처리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대기를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이유로 조종사들에게 항의도 종종 들어온다.


- 이와 관련된 스토리는 내가 전에 올린 '저기요, 제가 먼저 불렀는데요?' 에 다룬적이 있다.

https://brunch.co.kr/@e3e766658abd404/13 




한 날은 아주 특별한 경험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한 항공기가 푸쉬백 허가를 받고 견인 절차를 수행하던 중 다른 항공기가 그 근처에 있는 주기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기장 양옆으로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었고 주기장간 간격도 넉넉치 않아 이런 경우 푸쉬백하는 조종사에게

" ~ 항공기가 @번 주기장으로 진입해야 하니까 진입할 수 있도록 더 후진해주세요 "

라는 지시를 하게 하거나, 진입로에 항공기를 대기시켜 출항 항공기를 먼저 보낸 후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 때 진입하는 항공기와 견인이 끝난 항공기간 간격은 내가 평소 조종사분들이 문제없이 지나간 것을 여러번 봤었던 상황이라 크게 문제되진 않아 보였다. 대신 진입하는 조종사분에게 충분한 간격으로 진입하실 수 있겠냐고 여쭤 보았는데 이것은 내가 보는 것과 조종사분들이 보는 시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하는데 있어서는 조종사가 그 의무를 다하기 때문에 미리 조언함으로써 안전을 주지시키는 의도였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면 출항하는 항공기에게 뒤로 좀 더 견인해달라고, 없으면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였다.


" Stand by... 네-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Roger, Continue Taxi "


그때, 막 Tow Bar 분리를 막 끝낸 상황에서 조종사분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Tow bar, (calibration.aero)


" 잠깐만요, 저희 Towbar 다시 연결해서 뒤로 더 밀겠습니다- "

" 아닙니다.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저희가 더 밀게요, 기다려주세요. "

" 괜찮습니다 기장님 - "

" 안전이 먼저에요 기다립시다. "

" -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항공기는 기장님의 지시에 따라 뒤로 더 밀었고 입항하는 항공기는 주기장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도 지상에서 Pushback 같은 허가를 줄때 항공기간 간격을 얼마나 분리하는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선배님들께 질문도 하고 직접 규정들도 찾아가며 규정된 것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공항을 설계할 때 Runway(활주로), Taxiway(유도로), Stand(주기장) 등에 등급을 나누는데, 항공기의 Wingspan(항공기 날개폭) 이나 OMGWS(항공기 주륜외곽의 폭) 에 따라 분류되어 사용하게 된다.


ICAO Aerodrome Design Manual(좌) 와 국토교통부에서 가져온 사진(우)


이 외에도 지상에서 항공기간 분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공항 설계에 대한 부분만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항공기간 스펙도 다를뿐더러 선회반경도 다 제각각이라 규정 짓는다는게 웃기다고 생각되더라.



 이와 관련된 사고도 많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사건으로 아시아나 항공 552편(A330)이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부적절하게 주기된(지상견인 중 정해진 주기위치 밖에서 잠시 멈추었다고 뉴스에 보았다) 터키항공사의 A321의 꼬리날개를 쳐버린 것이다. 사고조사보고서를 찾을 수 없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이와 관련해 평소 선배님들께서 견인하는 항공기가 주기장에 진입해 완전히 끝났다는 보고를 듣기 전에는 항공기를 지상활주 시키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었다.

이런 사고와도 연관될 수 있겠구나-

Case study 가 중요한 이유!


이런 케이스를 사실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교통안전공단에서 발행하는 항공자율정보지(GYRO) 라는 것을 접한것도 위의 다양한 사례들을 읽기 위해서였다. GYRO는 항공안전자율보고제도를 통해 '아차- 싶거나 이렇게 하면 좋았을것을..' 같은 항공종사자 분들의 경험담들을 모아 교통안전공단(TS)에서 반기별로 발간하는 간행물인데 읽을때마다 다른 사람의 관점 느낄 수 있.











그렇다면 이렇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 안전을, 차선으로 효율적인 관제를


말은 쉽다! 그러고보니 처음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내가 관제를 할 때 가끔씩 '넌 왜이리 말이 많냐' 라고 하시더라. 어깨너머로 배웠을 때 선배분들의 관제 스타일은 정말 신기하게도 다르다. 여러 정보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필요한 말만 해 주파수 혼잡을 줄이는 분들을 여럿 봤었다. 당시 그 분들의 좋은 면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나에게 어떤 것들이 효율적인 것인지를 알기가 애매했다.
 그리고 지금 위치에서, 조종을 해 본 이후에 관제를 해보니 조종사에게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위한 정보가 많을수록 그들 또한 상황 인식과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륙하러 이동하는 항공기에게 인사를 건냈다.

" 고맙습니다 기장님! "

" Good Day- "

그 기장님의 Good Day 가 얼마나 멋있게 들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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