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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May 27. 2024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는 월요일

알람 소리가 들렸다. 5시를 알리는 알람 소리. 평소보다 좀 개운한 느낌이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어제저녁 8시에 딥슬립 모드로 들어갔던 터였다. 좀 개운하기는 해도 당장 일어나기에는 아쉬워 스누즈모드로 해놓고는 5시 20분에 몸을 일으켰다. 월요일 아침은 좀 간단하게 핫케익과 과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계란과 핫케익 가루를 끄집어냈다. "핫케익은 갓 구워내어야 맛있지." 


유튜브로 듣고 싶었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인간관계 강의를 흘려듣기하며 핫케익 반죽의 농도를 맞추고, 냉장고의 키위와 사과를 꺼냈다. 아이들이 학원에 다녀와서 먹을 과일 도시락이다. 월요일 아침, 지난 주말 동안 직장생활의 인간관계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인지 머릿속이 더 명쾌했다. 요즘 한창 직장 내 인간관계로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주말의 휴식 아닌 휴식이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역시 내가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야."


아이들을 6시에 깨우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아침을 보내고 출근하니 8시. 본격적인 직장인 모드다.


교실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아이들과 눈 맞춤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1교시를 시작했다. 주말 동안 푹 쉬고 온 아이들은 몸의 에너지는 충만하고, 학습의 눈빛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독서와 국어 수업으로 발동을 슬슬 걸어주니 2교시는 조금 더 눈빛이 학습모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학교는 즐겁기도 하지만 배우기도 하는 곳이야."


다시 돌아온 월요일. 일주일을 시작한 지 6시간이 넘어간다. 해야 할 일들을 착착 진행하는 동안 나의 루틴 레벨과 아이들(우리 집 아이들과 우리 반 아이들 모두)의 루틴 레벨이 차곡차곡 올라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단정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물론 지루함을 달래줄 유쾌한 무드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은 단정함이라고 여긴다. 요리의 기본 육수가 깔끔하면 재료의 감칠맛이 풍미를 더하듯, 하루의 기본이 단정해야 인간 고유의 향기(또는 취향, 적성)가 제대로 발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 정비된 루틴을 이어가려 노력하는데 여기에는 에너지가 꽤 든다. 오늘 아침, 눈을 떠서 핫케익을 구워야겠다 생각하며, 어젯밤 읽은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먹는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지원이 엄마의 한 마디. "하루라도 안 먹고 살 수는 없나?" 핫케익을 뒤집으며 직장생활을 떠올리고 몇 주 전이 스쳐 지나갔다. "주 4일 근무, 수요일의 휴일은 참 좋아!" 국어 시간, 교과서 지문을 읽고 질문의 답을 찾는 아이들의 분주한 손가락을 보며 아이들의 얌전한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확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놀까?" 무언가를 하려는데 반작용의 생각들은 어김없이 따라오고, 이를 떨쳐내고 작용의 생각을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애들(우리 집 아이들과 우리 반 아이들)은 알까?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행동으로 어른(엄마 또는 선생님)들은 할 일을 해나가는 듯 보이지만, 머릿속 아니 온몸으로는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오늘도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며 대수롭지 않은 듯할 일을 해나가는 나와 당신.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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