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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브 Oct 18. 2024

파워워킹으로 세상 속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물어야 하는 것

6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책만 보는 사람,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해놓은 일이 없다는 헛헛함을 안고 밤하늘 별을 보며 퇴근하는 사람. 그런 백면서생을 닮은 자는 이제 일어나서 읽다만 책장 사이에 갈피를 꽂고 무지막지하게 노트북을 접는다. 내 안에 잠자는 이면의 하루를 열어야 한다.   

  

강사님의 길다린 실루엣이 보이고 거울 앞 마룻바닥이 보인다. 여기는 하루의 열정을 쏟아도 좋을 나의 런웨이다. 무대에 올라 걷고 돌아서 오는 길은, 3분이 안되는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모델은 자신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one by one, 지지부진해 보이지 않게, 걸음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게 모델은 보폭에 힘을 실어 걷는다. 그가 원위치에 돌아올 때쯤이면 이어서 한 사람이 출발한다.

one by two, 한 사람이 출발하여 관객으로 가정되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절반쯤 돌아온 지점에서 두 사람이 출발하여 어긋나게 스친다.


하프 턴과 포즈 취하기의 횟수는 정해져 있지만 어떤 포즈를 잡을지는 전적으로 모델 자신의 몫이다.

포즈 취하기는 달리 말해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다. 수업 중 거울 앞에서 갖은 자세를 잡아보는 시간이 있다.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찍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타인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쑥스럽다. 하지만 점점 일상의 셀피에 익숙한 나로 돌아온다. 늘이기, 키우기, 내밀기, 벌리기, 찌르기  이 많은 자세 중에 나를 잘, 그리고 아름답게 나타내주는 포즈를 찾아낸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 뭔가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하던 일에 쏟던 에너지를 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곁가지로 하는 일이라고, 돈 버는 일이 아니라고 설렁설렁, 대충대충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웬만해서는 버텨내기 힘들다. 일단 그곳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생겨 마음부터 멀어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그 일의 본질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것마저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의견은 어디까지나 일 경험, 관계경험이 적은 청년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중년을 넘어서면 그렇게 기웃거릴 시간적 여유도 나눠 쓸 에너지도 부족하다. 그래서 뭔가를 시작할 때는 분명히 자신에게 묻고 답을 들어야만 한다. 시간을 낼 수 있는가? 목표가 있는가? 목적이 분명한가 하는 것이다.     

 

나는 평일 연구실에서 10시에 퇴근하는 시간표를 일주일에 두 번은 6시로 변경했다. 모델로서의 목표는 내 이미지에 적합한 상품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으로 실제적 기여를 하는 것이고, 심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건강한 삶에 대한 염원이 커진다. 몸과 마음이 탈이 없는 상태가 건강이라면 아름다움은 건강을 포함하여 정신적 미적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마음에 들고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에너지를 분산해도 좋을, 아니 분산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심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견해는 모델이 되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시간적인 맥락을 따라가면서 차차 정리를 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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