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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는살림중 Dec 21. 2021

4인 가족 외벌이 가장의 육아휴직 이야기

마음을 다하여 청소하기

언제나 바쁜 월요일 아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새로운 한주가 또 시작이다. 아이들이 밤새 뒤척인 이불과 베개를 정리해 주며 집안일을 시작한다. 우리 가족은 한방에서 다 같이 잠을 자는데, 엄마 아빠는 바닥에서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잔다. 책이나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육아 방법을 보면 엄마 아빠랑 아이들이 분리되어 자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바닥에 있는 이불들과 베개들도 깨끗이 정리해준다.


(참고 - 아빠는살림중 유튜브 2화)


육아휴직을 한지 벌써 달이 지나 5개월 차가 되었다. 아내가 아침마다 해왔던 일들을 직접 해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집안일은 오롯이 아내의  아내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누가 하든 집안일은 온전히 우리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있는 일이다. 매일 아침 정리를 하고 청소를  때면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도 덩달아 깨끗해진다. 예전에는 청소는 내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 해주셨고, 결혼 후에는 아내가 했었고 나는 가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득이 높아질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다. 아끼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소득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했고, 지금 와서는 너무나 극단적인 방법이고 그렇게 하다간 건강도 행복도  잃을 수가 있다는  깨달았다. 이제는 오롯이  마음을 돌보고 가족을 위해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열심히 청소를 했으니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뭘 먹을까 하다가 오늘은 냉장고에 있던 대패삼겹살로 요리를 한다. 삼겹살과 파를 구워주고 달달함을 느낄 수 있는 설탕을 넣어준다. 잡내를 잡아줄 청주와 간장을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양파를 넣어 볶아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고슬고슬한 밥 위에 올려주고, 참깨로 마무리하면 대패삼겹살 덮밥 완성이다. 만들고 보니 비빔면도 먹고 싶어 져서 한번 만들어본다. 면을 뜨거운 물에 삶고 면의 식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찬물에 헹궈주고, 동봉된 양념 수프로 슥슥 비벼서 후추를 살짝 넣은 구운 삼겹살을 올리고 참깨로 마무리한다.  시원한 얼음물도 준비하고, 계란 노른자를 넣고 먹으니 입안 가득 음식점에서 먹던 그 맛이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하원한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습지공원에 왔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조용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다. 인생에 있어 정답이란 없지만, 부와 명예보다는 나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탑 위에 돌을 쌓으며 앞으로의 소원도 빌어본다. 나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가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저녁은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자주 먹었던 콩불을 만들어본다. 대파를 송송 썰어주고 양파도 잘라준다. 아직도 서투르지만 깻잎도 썰어주고 청양고추, 홍고추 그리고 당근도 잘라준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 마늘 간장 설탕 청주 각종 양념들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준다. 불판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깔아주고 썰어놓은 각종 야채와 대패삼겹살을 올린 뒤 양념장을 부어준다. 색이 나올 때까지 볶아주면 완성이다. 그동안 일을 할 때는 회사의 지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았다. 그게 맞는 줄 알았고 100%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리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다. 이제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행복 그리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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