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는살림중 Dec 25. 2021

육아휴직 5개월 차 아빠의 주말 일상

인생의 행복 찾기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평일에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아이들이 주말이면 일찍 일어난다. 참 신기해하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짱구 극장판을 틀어주었다. 예전에는 어릴 때 아버지가 짱구 시리즈 만화책을 거의 대부분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항상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고 지금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아버지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참고 - 아빠는살림중 유튜브 3화)


그사이 점심에 먹을 통삼겹살을 준비한다. 예전에 바스켓형 에어프라이어에 종종 만들어 먹었던 요리인데, 한 7~8년 정도 쓰니 최근에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한 에어프라이어 겸용 오븐을 구입했다. 전자레인지도 되는 겸용이라 요즘 세상 좋아진 것 같다. 후추와 소금, 마늘가루와 양파가루를 뿌려 잡내를 잡아주고, 파슬리와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잘 발라준다. 오븐에 넣어주고 에어프라이어 기능으로 굽는 사이 야채들을 썰어준다. 겉이 어느 정도 익었다면 가니쉬로 먹을 야채들을 함께 넣어주고 2차로 다시 오븐에서 구워준다.


요즘에는 매일 잠들기 전 가족이 다 같이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우리 가족이 어떤 행동을 하면 행복해지는지에 대해 아이들과 아내와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단 5분이라도 함께 놀아줬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면 “아빠는 할 일이 많아 지금 말고 나중에 놀자”라고 얘기하며 회피했던 기억이 난다. 항상 아빠를 멋있어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던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놀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에 반성한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나도 8살 어린이가 되어 진심을 다하려 한다. 오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기차역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논다. 카페 앞마당에서 보물 찾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한다. 아이들이 신나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밖에 비가 와서 나가기보다는 미뤄왔던 현관 청소를 하려고 한다. 신문지를 펼쳐서 물에 적셔 닦는 방법도 있고 그냥 쓸고 닦아도 되지만, 아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청소를 한다.

아이들 자전거를 밖에 빼고, 바깥에 어지럽게 나와있던 신발들을 제자리에 넣어준다. 베이킹소다를 바닥에 뿌려주고 그 위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다. 빗자루로 살살 문질러가며 쓸어주면 베이킹소다에 먼지들이 다 붙어서 바닥이 깨끗해진다. 왠지 눈을 치우는 기분이다. 물걸레로 한 번 더 꼼꼼히 닦아주니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오후에는 조금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본다. 먼저 방울토마토 껍질을 벗기기 위해 끓는 물에 데쳐준다. 살짝 데친 방울토마토는 체에 걸러 식혀준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먼저 넣어서 마늘 기름을 내주고, 큐브 모양으로 자른 닭가슴살을 볶아준다. 그다음 단맛을 잡아줄 양파와 껍질을 깐 새콤달콤 방울토마토를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브로콜리와 베이크드 빈스를 넣어주면 된다. 케첩과 치킨스톡으로 간을 해주고, 파슬리와 모짜렐라치즈를 갈아주면 닭가슴살 토마토 스튜가 완성이다.


예전에는 가장으로써 우리 가족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것은 겁내 하고 이해가 되는 확실한 것만 추구하는 삶을 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말로만 말하는 아빠가 되어있었다. 좋은 아빠라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우리 가족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기준에 맞지 않았을 때는 도리어 화를 내며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제는 인생을 헤쳐나감에 있어 부담을 내려놓고 가볍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이 행복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4인 가족 외벌이 가장의 육아휴직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