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하여 청소하기
언제나 바쁜 월요일 아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새로운 한주가 또 시작이다. 아이들이 밤새 뒤척인 이불과 베개를 정리해 주며 집안일을 시작한다. 우리 가족은 한방에서 다 같이 잠을 자는데, 엄마 아빠는 바닥에서 아이들은 침대 위에서 잔다. 책이나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육아 방법을 보면 엄마 아빠랑 아이들이 분리되어 자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주기로 했다. 바닥에 있는 이불들과 베개들도 깨끗이 정리해준다.
육아휴직을 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나 5개월 차가 되었다. 아내가 아침마다 해왔던 일들을 직접 해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집안일은 오롯이 아내의 몫 아내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누가 하든 집안일은 온전히 우리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매일 아침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할 때면 그동안 힘들었던 내 마음도 덩달아 깨끗해진다. 예전에는 청소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 해주셨고, 결혼 후에는 아내가 했었고 나는 가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득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다. 아끼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소득을 높이는 데에만 집중했고, 지금 와서는 너무나 극단적인 방법이고 그렇게 하다간 건강도 행복도 다 잃을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오롯이 내 마음을 돌보고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열심히 청소를 했으니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뭘 먹을까 하다가 오늘은 냉장고에 있던 대패삼겹살로 요리를 한다. 삼겹살과 파를 구워주고 달달함을 느낄 수 있는 설탕을 넣어준다. 잡내를 잡아줄 청주와 간장을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양파를 넣어 볶아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고슬고슬한 밥 위에 올려주고, 참깨로 마무리하면 대패삼겹살 덮밥 완성이다. 만들고 보니 비빔면도 먹고 싶어 져서 한번 만들어본다. 면을 뜨거운 물에 삶고 면의 식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찬물에 헹궈주고, 동봉된 양념 수프로 슥슥 비벼서 후추를 살짝 넣은 구운 삼겹살을 올리고 참깨로 마무리한다. 시원한 얼음물도 준비하고, 계란 노른자를 넣고 먹으니 입안 가득 음식점에서 먹던 그 맛이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하원한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습지공원에 왔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조용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다. 인생에 있어 정답이란 없지만, 부와 명예보다는 나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탑 위에 돌을 쌓으며 앞으로의 소원도 빌어본다. 나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가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저녁은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자주 먹었던 콩불을 만들어본다. 대파를 송송 썰어주고 양파도 잘라준다. 아직도 서투르지만 깻잎도 썰어주고 청양고추, 홍고추 그리고 당근도 잘라준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 마늘 간장 설탕 청주 각종 양념들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준다. 불판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깔아주고 썰어놓은 각종 야채와 대패삼겹살을 올린 뒤 양념장을 부어준다. 색이 나올 때까지 볶아주면 완성이다. 그동안 일을 할 때는 회사의 지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았다. 그게 맞는 줄 알았고 100%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리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다. 이제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행복 그리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