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친구를 만나고 와서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잠 못 들던 새벽, 언제나처럼 내가 했던 말들, 행동들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다음 날이 친구와의 점심 약속, 4시에 병원 예약, 6시 스냅사진 촬영이 있는 근래 들어 가장 바쁜 날이었기에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선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깐 잠든 사이, 꿈속에서의 나는 울고 있었고, 우는 모습을 들켜 수치심과 괴로움에 나뒹굴며 그 상황을 회피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런 나를 걱정해서 병원에 데려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꿈에서 깨고 나서야 그게 걱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꿈속에서는 나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10분 정도의 선잠을 자다 깨고 다시 자다깨기를 반복했는데, 또 어느 꿈에서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여느 때처럼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유독 예민하고 화난 나의 진심을 담아 친구에게 비난을 퍼붓고, 그 자리를 떠나겠다며 문 밖으로 나가려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어떤 친구는 쟤 왜 저러냐며 말리기도 하고, 내 비난의 대상이었던 친구는 앞으로 쟤랑 연락하지 말라며 선을 그어버렸다. 나는 그렇게 매 꿈속에서 비난받고 버려지고 혼자가 되었다.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이유가 일기를 쓰려고 켜놓았던 스탠드 때문일까 싶어 스탠드를 끄고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깜깜한 방 안에서 어둠이 나를 덮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호흡이 가빠지고 비정상적이게 빠른 심장 박동이 느껴지면서 온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순간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이 밀려듦과 동시에 아, 이런 게 공황발작이구나. 하고 느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하고 되새기며 입을 틀어막고 계속 호흡을 해나갔다.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어둠에 대한 공포가 마음속에 가득했지만, 움직일 힘도 없어서 다시 불을 켜지도 못한 채 숨 죽이며 불안해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조금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아침에 먹으라고 처방받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먹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해는 떠있고, 거짓말처럼 불안함은 사라지고 단지 피곤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정말 정말 미안했지만 담에 와도 된다는 친구의 말에 그냥 집에 있는다고 하고...... 비 오는 날씨 때문이지만 스냅사진도 날짜를 미뤘다.
정말 이상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점심 먹고, 씻고, 병원에 갔더니 선생님께서 처음이라 많이 놀래셨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이제껏 상담한 날 중에 제일 많은 눈물을 터뜨렸던 날이었다.
선생님께서 이런 발작이 살면서 2-3번 더 올 수 있는 확률이 1%도 아니고 40%가량 되는 높은 수치라, 다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이런 발작이 언제 어디서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걱정이 일상을 해치면 비로소 공황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며, 발작이 다시 나타나면 먹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이후 집에 와서 공황발작에 대해 검색해보니 응급실에 실려가고 진정제를 맞아야 할 만큼 심한 발작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 벌써 걱정된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이런 발작이 찾아올까봐 무섭다. 현재로서는 내가 다시는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60%의 사람이 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 내 생각이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