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리 성장 SF 드라마
바로 그때였다.
우정이 소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소현아."
우정은, 마치 박 선생님이 훈계라도 하듯, 지독히 엄숙한 얼굴로 선언했다.
"너, 태도 5점 감점. 친구한테 시비 걸었으니까."
"뭐?" 소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태도 점수는 그렇게 매기는 게 아니거든!"
그러자 바로 그 옆에 서 있던 지유가, 언제나처럼 킁, 하고 코 먹는 소리를 냈다. 우정의 시선이 즉시 그쪽으로 향했다.
"지유, 넌 태도 10점 감점. 코 먹는 소리 냈으니까."
우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반을 훑어보며 다음 아이를 지목했다.
"넌 태도 5점 감점. 소매에 떡볶이 국물 묻었어."
"넌 태도 10점 감점. 맨날 폰 빌려가서 안 갖다 주니까."
그건 어딘가, 아이들 전부가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이었다. 몇몇 아이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넌 태도 20점 감점. 신발 색깔이 너무 혼란스러워."
완전히 어처구니없는 이유도 튀어나왔다. 이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이 되어, 심지어는 기대를 품고 모여들었다.
"나는?" "내 점수는?"
그때마다 우정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태도 점수를 깎아내릴 이유를 찾아냈다.
"넌 자꾸 뭘 힐끔거려. 수상하니까 5점 감점."
"넌 너무 존재감이 없어. 5점 감점."
"그러면, 서정우는!"
소현이, 마치 결정적인 순간을 잡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교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정우는…."
우정의 시선이 정우를 향했다.
"10점 감점."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우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왜?"
아이들이 놀라 묻자,
"방금 다리 떨었어." 우정이 지극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우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초조하게 다리를 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이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제 누가 남았는지 신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한 명, 아직 우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그럼 예린이는!" 아이들은 이제 마지막 한 명을 외쳤다. 예린이.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 소심하고, 말수도 거의 없다. 언제나 교실 구석에서 어딘가 수줍어 보이는 바로 그 아이.
우정은 예린을 잠시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감점할 게 없는데."
"왜?" 모두가 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야, 난 예린이가 좋으니까."
그 말은 정말 핵폭탄 같은 효과가 있었다. 교실은 아이들의 경악과도 같은 호들갑으로 폭발했다. 몇몇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낄낄거렸고, 몇몇은 거의 비명을 질렀다. 예린은 귀까지 새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뭐야! 그럼 넌 태도 점수 20점 감점! 예린이 편애했으니까!"
소현이 여전히 빨갛게 익은 얼굴로 외쳤다.
"응."
우정이, 정말 즐겁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수학 시간에는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작은 쪽지 시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쪽지들이 교실 안을 돌아다녔다. 정우는 힐끔, 그 움직임을 따라갔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수학 선생님 시간이었다.아마도 아까 우정의 그 ‘폭탄 선언’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들떠 있었고, 투명 디스플레이를 접어 만든 쪽지들이 책상 사이를 흘러다녔다.그리고, 결국 우정이 걸렸다. 빨리 넘겨버리지 않고, 손끝에 쥔 채, 계속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서우정. 손에 그거 뭐야.”
정우는 숨을 들이켰다. 왜 저렇게 눈치가 없을까. 선생님이 바로 뒤에 있는데.
정우가 입을 열었을 때, 본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수학 선생님이 우정의 태도 점수를 감점하려는 찰나였다.
“그 쪽지… 제가 방금 준 거예요. 우정이 딴짓한 게 아니에요.”
순간 교실의 공기가 멈췄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우에게 향했다. 정우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조용히, 담담하게 서 있었다. 제발, 자신도 감점해 달라는 마음으로. 단 5점이라도. 가슴이 요란하게 뛰었다.
수학 선생님의 눈에 잠시 갈등이 스쳤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흘긋 반 아이들을 훑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서정우… 수업 중 딴짓. 5점 감점이야.”
그 말은 한숨처럼 흘러나왔다. 잠깐의 정적 후, 아이들은 조용히, 아주 느릿하게 다시 쪽지 시험지를 집어 들었다.
“고마워.”
우정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정우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접힌 쪽지를 정우의 주머니에 슬며시 넣었다.
쪽지의 내용은 “대규모 파티 모드”였다. 우정이 만든 게임 스페이스에서 다 함께 모이자는 제안. 그 아래에는 오기로 한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너도 올 거지?” “너도 와.”
물론, 그 말은 정우가 아닌 우정에게 한 것이었다. 그날 밤, 정우는 미러스쿨에 접속했다. 그러나 우정의 스페이스로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향했다. 형체도, 목소리도, 그림자도 없는 곳. 그는 그곳에 떠 있었다. 숨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왜? 무엇이 두려운 걸까. 나는 누구로부터 숨는 걸까. 모르겠다. 그저, 모두로부터.
디스플레이 구석에 숫자가 떠 있었다. [태도: 95점] 정우는 오늘 5점이 감점됐지만, 여전히 반에서 가장 높았다. 계속 이렇게 걸리면, 언젠가는 30점쯤 깎일 수도 있을까.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나를 평범하게 봐줄까.
정우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우정의 웃음소리가 스쳤다. 정우는 생각했다. 참, 이상한 녀석이라고.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우정은 눈치가 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자신을 도와준 걸지도 모른다고. 그 생각을 하자, 정우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아무 바람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정우는 마치 구름에 닿을 듯 높이 올라갔다. 조용히, 아주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