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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Jul 18. 2022

실패 변주곡-10

결말, 그리고 새로운 시작

커튼 사이로 눈꺼풀을 뚫고 빨갛게 비치는 햇살이 나를 깨운다. 해가 중천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하루.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 일상. 나른함과 무기력함. 

하지만 내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생각했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면적으로도, 외면적으로도.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욕망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욕망을 따라가다가는 또다시 지금처럼 괴로운 결말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보다 불가능한 것이 훨씬 많다. 심지어 괴로움, 열등감, 행복과 같은 감정도, 나 자신조차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 내가 바꿀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나는 깨어있기를 선택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과 내 감정의 뿌리에 대해 항상 살펴볼 것이다.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질 것이다. 

항상 열려있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고, 선택하는 가진 것이 없는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다. 


공황을 느끼고 죽을 만큼 무서웠던 그 시절의 나의 감정에 이젠 대면하려고 한다. 

회피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내 공포와 감정에 맞설 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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