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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늦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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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관 Feb 25. 2021

익숙한 맛을 낯설게 담은 파스타

사연 있는 파스타 2. 달래된장 꼬막 봉골레

사연 있는 파스타 2. 달래된장 꼬막 봉골레


몇 해전, 홀로 떠난 유럽 여행 중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제가 지극히 한국사람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취향은 입맛에서도, 특히 파스타를 먹던 중 가장 많이 드러났습니다.


평소 외식을 하면서도 가장 즐겨 먹던 메뉴가 파스타였던지라 그 맛에는 충분히 익숙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한국사람이 만든 파스타에 익숙할 뿐이었습니다.


유럽 특유의 소금기가 가득한, 때론 올리브 오일과 버터의 향미가 풍부하다 못해 과하다 느껴진 본토의 맛은 지극히 한국적인 간에 길들여진 저에겐 적잖이 당황스럽곤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해 파스타가 타지의 음식일지라도 그 안에 제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한 맛을 더해보려는 요행을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재료

마늘 12쪽, 달래 한 줌, 상추 한 줌, 양파 1/2개, 호박 1/3개, 꼬막 한 봉, 된장 1스푼, 페투치네 1인분

주변에서 접한 맛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정처 없이 우연히 돌던  할인행사를 하던 꼬막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달래가 들어간 구수한 꼬막 된장국을 떠올리게 되었고,  느낌을 봉골레에 살려볼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평범한 모시조개 대신 꼬막을, 짜기만  소금 대신 고소한 된장을, 괜한 거리감이 들곤 하는 허브류 대신  달래와 상추를 곁들여 조금은 친숙한 맛을 더해보려 했습니다.




4컷 레시피

1. 마늘 6쪽은 다지기, 나머지 6쪽은 편 썰기 하며 양파는 잘게 썰어줍니다. 애호박은 반달 썰기, 상추는 사각 썰기 하며 달래는 잘 씻어준 채 준비해 둡니다.


2. 꼬막  봉지는  소금물 500ml 소금  스푼을 넣어 30분가량 해감합니다. 이후 절반은 먼저 삶은  이후 삶은 물을 면수로 사용하고, 절반은 채소와 함께 조리합니다. 페투치네면은 8-10분가량 삶습니다.


3. 올리브 오일로 달궈둔 팬에 다진 마늘, 양파 순으로 먼저 볶은 후 꼬막과 달래 반 줌, 된장 한 스푼을 넣어 볶습니다. 면을 삶던 면수를 1-2컵 넣고 꼬막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청주를 가볍게 둘러줍니다.


4. 면수를 더한 이후 호박도 넣고, 꼬막이 적절히 익었다는 판단이   면과 약간의 올리브유를 더합니다. 그릇에 담기 1-2  마무리 과정에서 상추와 달래 반죽을 골고루 섞고 플레이팅 합니다.





요리가 완성되고 상에 올릴 시점에서 문득 그러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국인에게 친숙한 재료들로 요리하더라도 담는 방식은 파스타가 주는 본연의 서양적인 이미지를 살릴  없을까 하고 말이죠. 입맛이 한국이어도 플레이팅과 테이블보  보여주기에 있어 서구적인 느낌을 함께 담아보려 했습니다.


물론  자체에 있어선 제가 아는 구수하고 토속적인 된장국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곁들인 음료 또한 어릴  할머니의 된장국과 함께  위에 올려주시곤 했던 둥굴레차였고, 잡내를 잡기 위해서도 거리감 있는 와인보단 간소한 청주를 사용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밥상에서 흔히 보던 된장국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닿았길 바랍니다.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 왔던 일상적인 맛의 요리를 조금은 특별하게 차려보려 했습니다. 마치 주변의 꾸밈없고 푸근한 인상의 지인이 평소와 달리 차려입은 모습을 보았을 ,  사람 본연의 편안함이 남아 있지만 색다른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는, 익숙함 속의 낯섦을 표현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여유로운 휴일 아침, 왠지 모르게 특별한 느낌으로 차려먹고 싶지만 익숙한 맛의 음식이 당기는 그런 ,  번쯤 손수 만들어 보고 싶은 그런  그릇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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